일상다반사 /일상

같이 나이 들어가는 친구

모과 2019. 1. 9. 15:22



49년지기 절친 명희는 1970년 3월 3일 오전 9시에 만났다.

대학 입학식 다음날 첫 강의실을 찾아 헤메는데 그친구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너 우리과 아니니?' 물어주었다.


둘 다 서울 사람이지만 대학입학 원서는 여고에서 단체로 접수해 본고사 칠 때 대학에 처음 가본것 같다.그후 합격자 발표날에 갔고, 정신없이 입학식을 했다.


입학식 다음날 후문 쪽에 있는 강의실은 찾기 힘들었다.

캠퍼스가 너무 크고 넓어서 당황할 때 다가와서 말을 걸어준 친구!


그때부터 지금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유일한 친구이다.

친구는 결혼 후 죽 부천에서 살았으나 나는 서울을 떠나 경상도 항구도시에서 근 28년을 살다 남편의 고향 대전으로 온지 11년 차이다.


대전으로 이사온 후 우리는 서울에서 한 달에 한번은 서울에서 만났고 수시로 전화 통화를 했다. 작년 부터 내 몸이 쉽게 고단해지기 시작했다. 매달 친구와 약속을  취소한  것은 나였다.


친구는 15년간 복지관에서 주 3일 문해교사를 하고 있다.

나도 야학교에서 주 1일 문해교사(기초수학)를 했고,

하루는 웹소설을 배우러 천안에 다녔다. 주 1일은 과학관에서 자원봉사를 했다.


서로의 스케줄 때문에 우리가 만날 수 있는 날은 월요일 뿐이었다.

내 사정 때문에 작년 5월에 서울에서 친구를 만나고 못만났다.


지난 해 말 친구는 남편 칠순 기념으로 북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그 후  친구는 심한 몸살로 근 보름을 아팠다.


강하고 씩씩했던 친구는 늘 남을 배려하고 희생적인 착한 사람이다.

그러자니 자기가 고단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만나지는 못해도 전화 통화를 한달에 한번 길게 했다.

 이번에는 전화도 서로 못한게 두달이 넘었다.


친구가 독감에 걸려서 톡에도 답을 못했다가, 톡으로 아픈 근황만 말했다.

어제는 친구가 전화를 했는데 내가 초저녁부터 자서 전화를 못받았다.


우리는 자주 못 만나도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같이 늙어가고 있다.


세월이 더 지나가면 통화도 어려운 순간이 올것이다.

각자 아프면서 외롭게 죽어 갈 것이다.


친구의 시어머니는 10년을 치매를 앓다 노인 병원에서 돌아가셨다.

 우리 시어머니도 평생 류마티즘 관절염으로 고생하시다 말년에는 치매로 돌아가셨다.

친구와 나는 친정부모님도 일찍 돌아가셨다.


친구와 나는 

 인생!

그 쓸쓸한 황혼을 알기에 서로를 더 소중하게 여긴다.


오늘은 꼭 친구에게 전화를 해야겠다.

목소리만 들어도 위로가 되는 좋은 친구가 있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