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일상

초라하나 귀한 일요일 아침 밥상.

모과 2018. 7. 8. 13:35


 올해부터 일요일에는  남편이  밥상을 차렸다.

남편이 습관처럼 일찍 일어나기도 하지만  미래를 위한 준비 중에 하나이다.

시집은 남자가 장수하는 집안이다. 


나는  67세 평생동안  약 15년을 중간 중간 아팠다. 아주 큰 수술을 두 번 했고, 큰 내과 병을 두 번 앓았다. 시집의  정석대로 하면 남편보다 내가 먼저 죽을 것이다.


아내를 먼저 보내고 혼자 남은 남자는  가끔 처량하기 짝이 없다. 남편 스스로 잘 살아가기 위한  연습이 필요하다. 야행성인 내가  아침에 늦게 일어나므로 남편이 쉬는 날이면  밥을 차리기 시작하더니 이젠 당연한 일이 됐다.



일요일 아침은 주로 라면을 끓여주고 , 점심은 내가 전날에 끓여 놓은 국과 남편이 만든 계란후라이나 두부지짐이 반찬이다. 저녁엔 김치 볶음밥이나  만두를 찐다.


위의 상은 남편이 오늘 아침에 끓여준  라면이다. 반찬 통에 든 것은 오이지와 열무김치.

라면은  남편이 더 맛있게  끓인다. 잘하는 사람이 하는 게 당연하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누군가 혼자 됐을 때, 잠시 슬퍼하고 혼자 씩씩하게 살아가야 한다.

아들만 둘인 집에서  아이들은 서울에 살고 우리는 대전에 산다. 혼자 잘 먹고 잘 정리하고 외롭지 않게 사는 방법을  익혀서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아야한다.


흐르는 강물처럼 누구나  강 하류를 지나 바다에 머물것이다.

우리는 지금 하류를 행해 유유히 흐르는 강물같이 다가올 바다를 기대하며 즐겁게 살아야 한다.


남편이 상을 행주로 닦지  않고 반찬을 가져와 내가 한소리 했다


" 행주를 빨아서 상을 닦고 반찬을 놓아야지 "

"그려! 당신 목소리 한 번 더 들으려고 그랬지"




요리 솜씨 없는 나는 블로그에서 찾은 요리방법을 다 기록해두었다.

 이것들을 한글 파일로 정리 인쇄 해서 남편에게 줄 것이다. 혼자서도 잘 해먹을 수 있도록 .


 41년차  67세 부부의 노년의 생활은 특별히 재미있지는 않지만  쓸쓸하거나 외롭지 않다.

 남편의 가장 장점은 성실하고  온유하며 착한 점이다. 사업실패등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왔지만 내가  견딜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결혼식에서  성경책 위에 둘이 손을 얹고  한 결혼서약서를  살면서 서너번 기억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사랑하겠노라]


머리는 이미 파뿌리 됐다.

내게 남편은 운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