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덕산 시골집

주말 농장, 남편이 첫 수확 한 콩으로 만든 메주

모과 2015. 2. 4. 07:00

남편은 작년 봄부터 초겨울까지 주말마다 덕산 시골 집으로 농사를 지으러 다녔습니다. 비가 많이 오면 주중에도 농작물이 걱정 돼 다녀오곤  했습니다. 시골 집에서 하는 주말 농사는 농기구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남편의 손으로 밭을 메고 씨를 뿌리고 거둬들였습니다.

 친척 집에서 농기구를 빌려주더라도 운반하는 비용은 우리가 내야 합니다. 기계를 빌려서까지 할 만큼 농사가 많은 것은 아닌데 혼자 하기엔 많이 벅찬 양이었습니다.

봄부터 남편은 77세 시고모부님과 큰 시누이형님의 남편인 70세 아주버님과 함께 채소와 각종 콩을 심었습니다. 여름 동안 상추나 치커리 쑥갓 아욱 열무 가지 호박 풋고추 쪽파등 채소를 가꾸어 먹는 재미가 많았습니다.

 지난 해 남편은 처음으로 메주콩을 심었습니다. 서리태와 팥, 녹두는 심었지만 메주콩은 처음 심었습니다. 서울에서 성장한 저는 도리깨질을 하는 모습도 처음 봤습니다.

저 수레를 가지고 남편은 집 뒤에 있는 콩밭에서 거둬 둔 콩을 수십 번 실어왔습니다. 저는 남편이 흘리는 땀을 보며 무심코 먹은 콩국수의 콩물이 저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서 얻어지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큰아주버님과 큰시누이 형님이 밟아서 떨어트린 콩을 쓸어 담고 있습니다.
 

 사랑방 가마 솥에 수확한 메주 콩을 넣고 6시간 푹 삶았습니다. 가마솥 속에서 메주콩이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설설 끓고 있습니다.

사랑방과 부엌 옆에 있는 외양간을 고친 원룸 바닥에 큰 시누이 형님이 만든 메주가 질서정연하게 놓여있습니다. 제가 해마다 시댁에서 얻어 먹고 있는 맛있는 된장의 과정을 처음 봅니다.

저는 남편을 따라서 2년 간 시골집에 다니며 서울에서 성장한 것이 꼭 좋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먹거리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지는지 환갑이 넘어서야 알게 된 것이 부끄럽기까지 합니다.

남편은 자기가 태어남 고향집을 자주 가고 싶어하고 흙 냄새를 맡으며 농사를 짓는 것에 행복을 느낍니다.시골집은 산기슭에 있어서 사방을 둘러봐도 산들이 보이는 편안한 명당에 있습니다. 저도 어느새 시골집이 주는 평화와 안정에 취해서 남편을 따라서 시골집에 가는게 즐겁게 됐습니다.

빨리 추운 겨울이 지나고 새싹이 나는 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올 해부터는 저도 남편을 따라서 농사에 적극적으로 참여 할 생각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