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터뷰

못생긴 남편과 친절한 아내의 카카오톡

모과 2014. 8. 17. 07:30

남편은 전형적인 충청도 남자입니다. 성실하고 조용하며 예의를 중요시합니다. 슈퍼에 갈 때도 반바지를 긴바지로 가라입고 가는 사람이지요. 인상이 좋아서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 사람입니다. 밖에서는 필요한 말 이외에는  거의 안하는 편이지요.

 

그러나 집에 돌아오는 순간  제게 하루에 있었던 일을 모두 말해주는 편입니다.  60세가 넘으니까 만나는 사람들도 한정 돼 있고 여성홀몬이 생겨서 그런지 하고 싶은 말이 많아졌습니다. 하루에 약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저와 대화를 하는 편입니다.

 

 

남편은 저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가능하면 제가 편하게 해주며 살고 있습니다. 편식도 안하고  서로 하고 싶은 것은 하도록 배려하고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남편에게 불만이  하나 있습니다. 머리가 길어서 보기 흉해도 이발을 안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얼굴은 잘 생긴 편인데 키가 작고 머리가 커서 이발할 때 하지 않으면 제 기분이 나빠집니다. 매주 시골집에 들어가서 농사를 지어서 얼굴은 새까매져서 아주 못생겨 보입니다.

 

제가 '왜 잘생기게 태어나서 못생기게 하고 다니냐?' 고 물으니까 자기가 볼 때는 멋지답니다. 며칠을 말하다가  지쳐서 톡을 했더니 답톡이 걸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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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화, 목요일에   스토리텔링 아카데미에 공부를 하러 갑니다. 목요일에  공부하러 가면서   남편에게  이발을 하라고 톡을 보냈습니다. 밤에 돌아오니 여전히 이발을 안했더군요. 속상해서 한번 째려주고 짜증을 냈습니다. 주말에는  아버님을 모시고  시골집에 가느라고  이발을 못했습니다.

 

드디어 월요일에 퇴근하기 전에 이발을 한다고 톡으로  통고하더군요.  이발하고  친구들과 저녁을 먹고 당구를 치고 10시 반 쯤 돌아온 남편의 말이 걸작입니다.

 

"미용실 아주머니가  이발을 하니까 사장님 얼굴이 작아졌어요"  하더랍니다.

 

남편은 저를 보고  씩 웃었습니다. 대단한 남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