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터뷰

천생연분, 김장하는 날

모과 2013. 11. 25. 14:06

 

나의 겨울은 늘 감기와 친구하며 지낸다.  수술을 많이 한 후유증으로  몸이 빨리 지친다. 그래서 체중도 많이 늘었다. 한시간을 일하면 두시간을 쉬어야하는 체력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 만약  내가 건강만 하다면 '  자주 그런 생각을  한다 . 평생 건강 때문에 손해를 본적이 많기 때문이다. 고3 초에 장티프스,  대학교 4학년 9말월에 결핵성 늑막염 발병, 그후 재발. 졸업 후 24세에 맹장염수술, 결정적으로  37세  기관지 확장증으로 오른 쪽페의 2/3를 잘라냈다.  중간에 막내아들을  제왕절개로 낧은 것은 애교에 속한다.

 

이런 나의 상태를 잘아는 시누이형님과 막내시고모님이 시집의 김장 하는 날에 우리 것도 함께 해주었다. 난 김치통에 묻은 양념을 행주로 닦고 김치 위에 비닐을 깔고 뚜껑을 덮는 일을 했다. 그리고 김장하고 난 뒷처리를 도왔다. 

 

 * 시집과 우리집의  김장 담근통들.

 

큰시누이 형님이  동치미와 오이지는 물론 해주시고 평소에 김치도 거의 다 담아주신다. 남편이  시고모님이나  누나가 해준 음식을 좋아해서 나는 그저 고맙게 받아 먹고 있다. 미안해서 시집에 갈때 아버님이 좋아하시는  족발과 귤을 사가지고 갔다.

 

내가 하면 시간이 너무 걸리기 때문에 일손이 빠른 시어른들이 늘 함께 해준다. 나는 이틀 뒤 막내 고모님 댁 김장 하는 날 순대국과 수육을 사가지고 갔다. 가서 똑같은 일을 도왔다.

 

 집에 온 내게 남편은 웃으며 내게 말했다.

 

'당신에게 해주고 싶어하는 그분들의 기쁨을 뺏지 말어. 그냥 감사하게 먹으면 되는거야. 모두 다 요리를 잘하는데 당신까지 잘하지 않아도 돼. '

 

이래서 우리부부는 천생 연분이다^^. 내가 해주는 음식은  맛있게 먹어주고 꼭 잘먹었다고 말해주는 남편이 곁에 있어서 감사하다.  사실 내가 요리를 못하게 된 것은 40대에 12년 간  장사를 해서 하루종일 상점에 있었기 때문인 것을  남편은 알고 이해준 것이다.

 

결혼한지 35년 동안 부족한 나의 좋은 점만 보시고 칭찬을 해주는 시집 어른들이 고맙다. 늘  사랑과 배려를 해주는 시집어른들 덕분에 나도  좋은 시어머니가 되고자 여러 방면으로 지혜를 짜낼 것이다.

 

나도 맛있는 음식을 보면  시어른들이 생각나고  모시고 가서  대접하게 됐다.  어느새 나도 시집식구의 한사람이 된 것이다.  며느리라는 외로운 존재가 아니고 가족이 된 것이다.

 

요리 솜씨가 없는  시어머니에게는  요리를 잘하는 며느리가 온다고 모두 그랬다. 정말  나보다 요리를 잘하는 며느리 동글이가 내게로 왔다.  참 다행이다.

 

 

아래 네모 창에 있는 view on위의 손가락을 꾹 누르시면 추천이 됩니다.

손가락 안의 숫자를 누르시면 더 많은 분이 제 글을 읽어 주실 수 있습니다.

로그인을 안하고 추천하셔도 됩니다. 구독을 원하시면 [구독+]부분을 누르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