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영화

26년, 5.18 광주의 현실을 다 표현하지 못한 영화.

모과 2012. 12. 20. 22:17

 

너무 오래동안 감기가 낫지가 않아서  늦게야  26년을 봤다.

 

사전 지식으로는 광주 5.18을 소재로한 강풀 만화를 원작으로 한 것과   가수  이승환이 10억을  투자하고 빨갱이 소리를 들었다는 정도 , 무엇보다도 대전 구도심에서 촬영을 했다는 것이 영화를 보고 싶었던 이유이다.  나는 영화의  내용을 보면서  실제를 표현하기엔 너무 약하다고 느꼈다.

 

나에게 광주는 낯선 도시였다. 연고가 전혀 없고 사투리조차 거부감이 많았던 도시라고 해야 정직한 말이다.  남편의 직업 때문에   이사 갔던 부산에서 근 30년 가까이 살아서  더 그렇게 된 것 같다.

 

1.  광주  5.18묘역 방문 후에야  부끄러움을 깨달은 나.

 

내가 근무하던 서점에서 봄 가을에 행사하는 '대학생을 위한 책 할인 판매" 행사는  경제적으로 힘든 출판사들이 어렵게 만든 수준 높은 책들을 가지고 전국의 대학에 가서 판매하는 것이다.

 

 

나는 광주의  조선대와 전남대를  3년 간 봄, 가을에 출장을 가서 학교 운동장에 텐트 세동을 치고 책을 2주간 씩 팔았었다.  두 번째 가던 해 5월 17일에  남편과  광주 5.18 묘지에 갔었다.

 

모든  묘지의 대부분이   중,고등, 대학생들의 사진이 놓여 있었다.  그들의 해맑은 사진을 보며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돗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그동안 광주를 몰랐던  무지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5.18묘지 한 편에 있는 역사관에 전시된  사진을 보며 끔찍해서 또 소름이 돗았다.  계속  상영되는  기록 영화 속의 젊은이들이 팬티만 입고 머리에 손을 얹고 연행되는 사진을 보며 두아들들이 생각이 났다.

 

가장  치욕적인 것은 죽은 젊은이들을 발가벗겨서 얼굴에 까맣게 칠한 후 늘어 놓은 모습이었다. 누군지 알아 보지 못하게 그렇게 한 것 같았다.

 

2. 영화로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5.18 항쟁.

 

26년에는  광주 5.18  항쟁 당시  엄마나 아버지 혹은 부모를 모두 잃어버린 사람들과 계엄군으로 시민을 총으로 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고 남은 가족들은 평생 동안  치명적인 상처를 앓으며 폐인 같이 살아 간다. 광주시민들은  조폭 두목까지  광주를 위해서라면  개인의 이익은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나는 광주시민이 아니더라도   전라도 사람들이 단결하는 게 당연하게 느껴졌다.

 

2.  영화의 사실감을 살리는  배우들의 연기.

 

  건달인  곽진배(진구 역),  국가 대표 사격 선수인 심미진(한혜진역), 5.18 때 부모가 죽는 것을 눈 앞에서 본 김주안(배수빈역), 재벌 회장 김갑세(이경역) 등 배우들의 절절한 연기가   내 마음의 깊은 곳까지 아픔을 느끼게 했다.  

 

 

 특히 광주 5.18 당시 명령을 한 그사람(장광역)의  초연한 자세는  전직  대통령을  그대로 묘사한 것이 놀랍기도 했다. 연희동 주변의 집까지 철통수비한  경호태세도 놀랍지만  죄의식은 전혀 없는 그사람의 태도도 기가 막히게 한다.

 

 

 

요즈음 영화를 볼 때마다 자주 나오는 이경영은  5.18 당시 진압군이었던 과거에 대한 참회로 그사람에게 사과의 말을 듣고 싶어한다.  양아들인 김주안(배수빈역) 과 함께  진배와 미진을 도와서 작전을 실시하나  현실에서는  불가항력일 뿐이다.

 

 

오늘 나는 박근혜 당선자가 다음 주에 광주 5.18묘역에 참배 하러 간다는 뉴스를 봤다. 당연한 일인데 마음이 놓이는  것을  느꼈다.

 

 나는 그녀를 지지하지 않은 50%에 속하는 국민이다. 그러나 대선에서 이긴 박근혜 당선자의 현명한 정치를 기대하고 있다.  그녀가 5년 후  국민을 위해서 헌신한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퇴임 할 것을  기도 할 것이다.  

 

영화 '26년'은 15세 이상은 모두 봐야 하고 영화를 본 사람들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광주5.18묘역을 가보길 권유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살아있을 때 역사의 현장인 5.18 묘지를 가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광주와 광주시민의 아픔을 이해해야  진정한 화해가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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