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영화

간첩, SNS발달로 생활형 간첩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

모과 2012. 9. 26. 12:03

 

나는 영화는 가능하면 극장에서  보려고 한다. 

 대형 스크린으로 보는 영화의 느낌은  집에서 컴퓨터의 작은 화면으로 보는 것과는 상당히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다. 늘 집에만 있는 나에게는 영화 보러 가는 날은 특별한 외출이기도 하다.

 

영화 '간첩'은 출연배우들의 구성 때문에 큰 기대를 하고 개봉 다음날 봤다.  남북 문제를 다룬 영화들은 대체로  만족할 만한  완성도를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스포일러 좀 나옵니다]

 

1. SNS발달로   할 일이 거의 없는 고정 간첩들 .

 

 

' 간첩'에는  10년 동안  특별지령이 없어서 생활형 간첩이 돼 버린  네 명의 간첩의 개인사가 나온다.  

 김과장이 SNS의 발달로 간첩이 보고 할 특별한 정보가 없어서 활동이 거의 없었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고정간첩  김과장(김명민역)은 중국산 가짜 비아그라를  불법으로 판매하며 살아가는 소시민이다. 아내와 두 자녀를 둔  삶에 찌든 중년의 아버지이다. 간첩이라는 것을 빼면  그냥 우리 이웃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보통 아버지이다.  아내는 남편이 고정 간첩인지 전혀 모르고 전세값이  인상됐다고 바가지를 마구 긁는  보통 아줌마이다.

 

김과장에게는 북에 두고 온  어머니와 여동생이 있다. 영화에서는 핸드폰으로 북의 어머니와 자연스럽게 전화통화를 하는데 현실에는 불가능한 일인데 ...... 이해가 안됐다.

 

 

강대리(염정아역)는 부동산을 운영하며 살고 있는 싱글맘이다. 그녀가 왜 이혼을 했는지 전혀 설명이 없어서  영화를 보면서 계속 궁금했다.  그녀의 모성애는 절절한 것 같은데 그전의 가정사가를 알려주지 않아서 공감이 되지 않았다.

 

 

충청도에서  소를 키우면서 FTA를 반대하는 귀농 청년  우대리 (정겨운역)는  실제 염정아와 10살 차이이다. 전에 연인이었다는 설정이  공감이 안됐다.  우대리는 충청도 사투리도 이북사투리도 어색한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윤고문(변희봉역) 은  공무원으로 정년 퇴직한 후 부인과 사별한  노인이다.  단골다방에 자주 가는게 취미이다. 변희봉의 연기가  영화의 중심을 잡아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네 명의 고정 간첩은  남한 사회에 적응이 돼서 가족위주의 생활형 간첩이 됐다.   나는 전국에 5만 명의 고정간첩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2. 10년 만에 북에서 지령이 떴다.  

 

암살 전문가  최부장 (유해진역) 이 귀순한 리용성을 암살하러 온다는 내용이었다. 리용성은 황장엽을 암시한다.  최부장역의 유해진의 연기변신이  돗보인다. 그러나 그가 총만 쏘면 남한의  국정원 대원들은  픽픽 죽어가는 것은 마치 만화를 보는 듯 사실감이 없었다.

 

 

최부장 정도를 상대할 정도의 국정원 요원들이라면 그들도 대단할 것이다. 더군다나  무대는 대한민국이지 않는가?  냉혈인간 최부장이  지리도 제대로 모르는 남한에서  자유자재로  백주 대낮에 사람을 죽이는  모습이 멋지지도 공감도 안되는게 문제이다.

 

  공동경비JSA(2000년) , 실미도 (2003년),태극기 휘날리며(2004년), 웰컴 투 동막골(2005년), 의형제(2010년), 내가 본  남북 대립에 관한 영화이다. 

 

2012년 '간첩'은 좀 더 기대를 하고 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뭔가 부족한 게 느껴졌다. 영화를 보면서 계속  그렇게 느끼면서 봤다.

 

3. 시가지 추격전은 영화의 가장 볼거리.

 

 

영화를 보고 찾아보니 창원에서 시가지 추격전을 찍었다고 한다.  도심 한가운데서  영화를 위해서 불편함을 참아준  시민들의 배려가 보이는 장면이었다. 어느 외국 영화 못지 않은 실감나고  위험하게 느껴졌다. 수십대의 차가 서로 엉켜서 부딪치고 다치는 신이 영화에 생기를 넣어주었다.

 

4. 남과 북 ,이념을 떠나서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 고정 간첩들.

 

 

김과장은 남한의 국정원에게도 신분이 발각된다.  가족 때문에 이중 간첩이 된다.  이를 눈치챈 북의 요원들이 아들을 볼모로 협박을 한다.

 

10년을 특별지령이 없이  서울의 소시민으로 한가족의 가장으로 살아 온 김과장과 강대리는  자식에 대한 애정이 각별할 수 밖에 없었다.  남한에 혼자 살다가 유일한 가족이 생기지 않았는가?

 

절박한 순간에  김과장이 비명처럼 부르짖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  가족을 건드리면 남한이고 북한이고 다 죽이겠어!!"

 

김과장과  강대리는 자식을 위해서 목숨을 바칠 수 있는  그냥 아버지이고 어머니였다.  나는 남한에서의 그들의 삶을 상상하면 이해 할 수가 있었다.

 

5.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다 영화를 산만하게 했다.  

 

간첩은  남북문제, 귀순, 간첩, 가족애, 생활형간첩 ....... 너무 많은 소주제를 가지고 있다.

 

나는 영화를 볼 때 주인공 중에 누구 한 사람에게 감정이 이입이 되서 보곤 한다. 보면서 공감하고 같이 분노하고 기뻐하기도 한다.

 

 

 

그런데 간첩은 누구에게도 감정이입이 안돼서 봤다.

 

북한의 어머니는  10년 이상 못본 아들의 어려움을 모르고 돈만 보내달라는데 이해가 안됐다. 그것도 딸이 모란각에서 결혼을 하고 싶다는데는 기가 막혔다. 아들 걱정보다는  자기 몸 아픈 것과 돈 타령 밖에  할 말이 없는 엄마가 도무지 이해가 안됐다.

 

추석 즈음에 개봉한 '간첩'은 흥행을  목적으로  대박을 꿈꿨을 것이다.  15세 이상이 봤을 때 많은 이들이 공감해야 흥행에 성공할 수가 있는 것이다.

 

나는 영화인들이  명절에 개봉하는 영화에 좀더 관심을 가져주길 부탁한다.  옛날 보다 제작비도 넉넉하고  영화인도 다양한 시대이다. 가족들과 함께 보는 명절 영화는 마음이 따뜻해지거나 재미있거나  둘 중 하나여야 한다.

 

같은 소재인데  그전 영화들보다 완성도가 떨어진 영화를 볼 때  좀 많이 섭섭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