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영화

소중한 사람, 어머니가 있는 자식이라면 꼭 봐야 할 영화 .

모과 2012. 9. 24. 18:14

 

나는 영화를 볼 때 영화에 대한 사전 지식을 되도록  모르고  본다.  영화를 온전히 즐기며 나의 생각으로 판단 하기 위해서이다.

 

일본 영화 '소중한 사람' 은 여자들의 우정을 그린 영화라고 생각하고 봤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가족영화였다.

 

내가 본 가족 영화 중에 최고의 영화가 일본 영화가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소포일러 1/3있습니다 ]

 

1. 두 여자의 우정이 깊어지는 과정을 그린 영화.

 

나는 영화의 시작부터 점점 몰입이  돼 갔다. 영화를 보면서 가슴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점점 들면서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두 여자는 치매 초기의 시어머니와 셋째 며느리이다.

 

일본의 여류감독 마츠이 히사코(67세)는 여성의 섬세한 감정의 움직임을  아름답게 표현했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져서 더 놀랍고 감동적이었다.

 

 

 시어머니 마사코(70세/ 요시위키 카즈코역) 역의 여배우는  실제로는 78세의 고령이다. 며느리 토모에(하라다미에코 역) 는 53세이다.  두 여배우는 실제 고부 관계같이  자연스런 연기를 했다.

 

 

 마사코와 토모에가 같이 간 곳은 강가의 햇빛이  잘 드는   곳이다. 이젤을 펴놓고 시어머니는 그림을 그리고 며느리는 책을 읽는다  참 평화롭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영화의 시작과  끝의 화면이 그렇게 평화롭고 맑았다.

 

2. 꺽어진 매화는 다시 피어난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새로운  것을 알았다. 매화(梅花)는 [ 나무木 변에 어미母를 쓰는 어머니의 꽃]이라는  의미를 알았다.  매화는 겁질로 영양분을 흡수하는 나무라서 꺽어져도 잘 자란다고 했다.  

 

영화의 원제목이 오리우매 (折り梅 꺽어진  매화는 다시 피어난다)이다. 꺽어진 매화는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의미한다고 생각됐다.  

 

 

 시어머니 마사꼬는  남편이 일찍 죽자 3남 1녀를  바느질을 해서  키웠다.  노년이 되자 셋째 며느리집으로 가서 살게 된다.  다른 자식들은  어머니를 잘 찾아오지 않는다. 셋째 며느리 토모에가 남편(막내아들)에게 모시자고 했기 때문에  가게 되기 때문이다.

 

3.  가족 모두가  돌봐야 하는  치매  환자.

 

며느리  토모에는 치매에 대한 책을 사보고 노인 요양 보험에 가서도 상담을 한다. 손자들은  할머니에게 약을 챙겨드린다.

 

어머니의 이상한 행동은 계속되고 가족들은 일상의 리듬이 깨져 버린다. 치매의 초기 증상은 며느리가 돈을 훔쳐 갔다고 의심을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다른 가족이 아닌 며느리가 늘 도둑으로 몰린다.

 

며느리가 아무리 잘해 줘도   자식만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남편은 직장일로 늘 바쁘고 시어머니는 며느리 차지이다.

 

 

4. 집을 나가서 돌아오지 못하는 어머니

 

친딸 아이코가 어머니를 잘 모신다고 데리고 갔다가  두손 두발 다들고  동생집으로 돌려보냈다.

 

"올케를  너무 이해하겠어" 

 

그리고 그만이었다. 다른 형제들은 전화도 한 통 없다. 동네 사람들은   토모에의 사정을 딱하게 여기고 동정한다. 그러나 토모에는  말 대꾸 못해 준 것을 분해한다.

 

" 당신들이라고 치매에 안 걸릴 자신이 있어요?"

 

어느날  시어머니는  토모에의 머리채를 잡고 끌고 대문 밖으로 내동댕이 친다. 며칠후 어머니가 사라졌다.

토모에는  쏱아지는  비를 맞으며   어머니를 찾아 다닌다. 결국  어머니의 고향에서 어머니가 있다는 연락을 받고 간다.  

 

 

어머니는 토모에의 품에 안겨서  어린아이같이 울었다. 비를 너무 많이 맞은 토모에가 병져 눕게 되자 남편은 어머니를 시설에 맡기자고 한다.

 

5. 어머니의 고향으로 함께 가는 며느리의 배려.

 

고향에 간 시어머니는  인생에서 가장 빛나던 시절을 며느리에게  말해 준다.

 

어머니는 5살에 부친이 죽고  할아버지 손에 자란다 엄마는 먼 도시에서 돈을 벌기 때문에 일년에 몇번 딸을 보러 왔다. 그것도 새 남자가 생기자  발길을 끓었다. 어머니는  양아버지 집에서  자주 맞으면서 자랐다.

 

 

 도망가는 심정으로 결혼을 했으나 남편은 막내(셋째아들) 가 초등학교 때 죽었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네자매를 바느질로 키운 어머니.   어머니는 아들들에게 말하지 않은 사실을 며느리 토모에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토모에가 어머니에 대한 애정이 생기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6 .사람은 인정받지 못하면 살 수가 없다.

 

토모에는 불교에서 운영하는 노인위탁시설에 어머니를 잠시 맡길 수 밖에 없었다. 

자기소개 시간에 어머니는 진심을 말한다.

 

" 나는 며느리가 안받아 주면 죽을 수 밖에 없어요. 그동안 억지부려서 미안하다. 용서해라"

 

며느리와 시어머니는 서로 눈물을 흘린다. 이장면이 영화의 명장면이다.

 토모에는 선생님에게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된다.

 

" 치매 걸린 시어머니를 칭찬해 본 적이 있어요?"

"생각해 보니 늘  잘못을 지적만 했던 것 같아요."

" 사람은 인정받지 못하면 살 수가 없어요. 어머니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어야 합니다 "

 

 

 얼마 후 선생님은 놀라운 이야기를 해준다.

어머니 마사코가 그린 미술 실력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토모에는 시어머니에게 칭찬을 해준다.

"어머니는   세잔느 보다  그림을 잘 그려요."

 

토모에는 시어머니를 집으로 모셔온다. 남편은 기뻐서 자기가 저녁밥을 하겠다고 한다.

 

 

7. 상대가 변하기 바란다면 내가 변해야 한다.

 

어머니가 미술을 그릴 때는  온 식구가  도와준다.  며느리가 변하니까 남편이 변하고 자식들이 변했다.

 

 

꺽인 매화나무에 꽃이 찬란하게 피었다.  시어머니의 작품이 미술전에 입상을 했다. 실제로 영화에 나오는 여러 점의 미술 그림은 시어머니  마사코의 작품이라고 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 토모에의 초상화를 그린다. 손자가 누구냐고 물었더니.

 

"소중한 사람"  이라고 했다.

 

영화는 '잊어도 행복해' 라는  실화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이해하고 이해받는 과정 속에서 소중한 사람을 만난다.

 

나는 영화 중반부터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도 닦아도 흘렀다.  나의 미래일 수도 있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치매로 고생하다  7월에 돌아가신  시어머니가 생각이 났다. 이 영화를 조금 더 일찍 봤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8. 우리나라는 왜 이런 고부영화가 없을까?

 

영화가 실화라서 더 감동적이고 논리적이고 며느리의 지혜에 탄복해서 슬펐다.

 

 

기억을 잃은 어머니의 상태에 맞춰서 대하는 며느리.  같은 말을 계속하면 처음 듣는 것처럼 . 엉뚱한 말을 하면 그거에 맞추어서 대하고 있었다.  시어머니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있었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시어머니가 치매 중증으로  집에서 모시기 어렵게 되자 아버님이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 사람으로서는 끝났다고 봐야지"

 

영화에서는  어머니가 조금의 판단력이 있을 때의 일을 영화화한 것이다.  치매가 심해지면 도저히 집에서 모시지 못할 정도의 상태가 된다.  우리 집도 집 근처 3분거리의 병원에 어머니를 모시고 가족들이   자주 찾아 뵈었다.  평생을 편찮으셨던 어머니는  치매가 심해지자  체력적으로 오래 못 버티고 7개월 만에 돌아가셨다.

 

 

 

 

나는  '소중한 사람'을 보고 내가 어머니에게 무엇을 잘못했는지 깨달았다. 치매 환자니까 하는 전제 하에 늘  어머니를 대했던 것이다.  같은 말씀을 계속할 때 처음 듣는 것 처럼 대답을 해 드린 것은 잘한 일 같았다.

 

영화 대사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 가족 속에서 고독한 것 보다 혼자 고독한게 났다"

 

영화를 보면서 두 여자에게 번갈아 감정이 이입되면서 하도 딱해서 울고 , 감동 받아서 울고 ,  내 시어머니가 생각이 나서 울고 , 나의 미래를 생각하고 울었다. 그러나 마음이 따뜻해지는 감동적인  영화였다.

 

* 세계보건기구 (WHO)는 1994년 , 9월 21일 을 '치매의 날'로 정했다.  고령화 시대에 치매는 이미 남의 일이 아닌 우리 가족의 이야기가 됐다.

 

** Daum영화에서  1,500원에 다운 받았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2011년 9월21일에 개봉했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