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영화

아리랑, 김기덕의 자기 성찰과 피에타를 이해할 수 있게 한 영화 .

모과 2012. 9. 11. 19:01

 

김기덕감독의 피에타가 베니스 국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참 기뻤다.

 

나는 그동안 김기덕감독의 작품을 총 8 편을 봤다. 그가 극본을 쓴 '영화는 영화다'를 포함해서이다. '해안선'은 보다 말았다. 장동건 주연이지만  화면이 너무 어둡고 ,개봉 당시 큰아들이 군생활을 힘들게 하고 있어서 보고 싶지가 않았다.

 

1. 피에타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 본 영화 '아리랑'

 

 

김기덕감독의  영화 '피에타'는  큰아들이 전화로 조민수의 연기가  대단하다고 말해주어서 관심을 가지게 됐다.  영화관에서 보려고 하는데 베니스에서의 낭보가 전해졌다.

 

대전에서는 세 군데 영화관에서 격차 상영을 하고 있었다.  시집 형님들 하고  롯데시네마 대전에서 조조로  보기로 약속을 하고 나는 전날 '아리랑'을 다운로드해서 봤다. 김기덕감독에 대한 사전지식이 좀 필요해서였다.

 

아리랑은  김기덕이  2년(2008~2009)간   강원도 시골의 외딴집에서  은둔생활을 하는  모습을 mark-ll 로 찍은 다큐멘타리 영화이다.  '아리랑'을 보고 '피에타'가 왜 베니스에서 그랑프리를 받았는지 알게 됐다.

 

그는 자기 성찰과 자학과 고뇌를 되풀이하면서 영화 인생을 재정리했다.혼자 각본, 주연 ,감독을 한 영화가 '아리랑'이었다.  김기덕의 예술과 인생,  사람에 대한 고뇌가 고스란히 보였다. 영화를 보면서 나는 가식이라고는 전혀 없는 자연인 김기덕을 알게 됐다.

2.  영화 인생의 재정비가 필요했던 김기덕 감독.

 

  김기독은 자기자신에게 끝없이 묻고 질문하고 있었다.  영화감독으로서,  자연인 김기덕으로서, 본연의 자기 자신에게 끝없이 묻고 대답을 하고 있었다.

 

"김기덕에게 영화는 무엇인가?"

'김기덕 너는 왜 영화를 못 찍고 있는가?"

 

영화'아리랑'은  드라마일 수도 있고 판타지,혹은 시나리오일 수도 있다고 고백하고 있었다.

 

 

그는 산속의 오두막 안에 텐트를 치고 가장 기본적인 것만 가지고 살고 있었다.  눈을 녹여서 라면을 끓여 먹었고   작은 대접에 물을 받아서 고양이 세수를 했다.  집 주변에 살고 있는 길양이만 가끔 찾아오는 아주 고독한 삶을 살고 있었다.

 

2. 촬영하다 여배우가 죽을 뻔한 사고로  영화와 삶 전체에 온 혼란

 

그는 '비몽'을 찍다가 여배우 (이나영역) 가 죽을 뻔한 일에 쇼크를 받아서 영화를 못만들고 있다고 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아리랑'에서 그는 소주를 물 마시듯이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멀쩡한 정신의 김기덕이 술취한 김기덕에게 묻고  술취한 김기덕이 대답을 했다.

 

 

" 너! 임마 왜 그렇게 살고 있냐? 네가 개냐? 밥그릇이 개밥그릇이다. 

 비몽 찍다 여배우 죽을 뻔했지만  살아 났잖아. 영화 15편 찍으면서 위험한 일이 무수히 일어났잖아. 너 영화찍어라. 너 네 주변사람들이   배반하고 떠났다고 그러냐? 

 존경한다고 하다가 경멸한다고 갈 수 도 있는거야. 자본주의의 유혹으로 떠난 사람.

그들도 꿈이 있어서 우정을 끝까지 선택을 할 수 없는 거야. 인생은 네가 찍은 영화만큼 단호하고 명백하게 못산다. "

 

술 취한 김기덕이 답한다.

 

" 영화 찍다가 사람이 다치면 영화가 무슨 의미가 있어?"

 

 

그는 사고 후  정체성의 혼란이 왔다고 고백했다. 정리해 보면 ......[술 취한 김기덕의 고백]

 

1) 영화를 만드는 일이 괴롭고 슬펐다.

2) 영화는 무엇인가?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게 됐다.

3)비몽에서 큰쇼크를 받았다.

4) 사건 후 시나리오가 잘 쓰여지지 않았다.

 5) 사고 후 죽음에 대해서 다시  생각했다.  죽음을 새로운 다른 세계라고 생각했는데 백과흑이고 낭딸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문을 닫는거라고 했다.

 

 

 그는 트랙을 달리는 육상선수같이 영화 15편을 계속 만들었다. 야성, 순수, 순진,무모할 정도로 계산이 없었다고 했다.

 

"이제는 국제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받고 싶어. 세계극장에서  인정받는 영화적 업적을 내고 싶어. 세계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내가 받고 싶어"

 

나는 김기덕의 독백을 보면서  2년 간의 칩거 생활이 그를  영화인으로 성숙하게 했다고 생각했다. 그의 말대로 그는 3년 후 베니스에서 그랑프리(황금사자상)를 받았다.

 

3. 평생 아웃사이더 였던 생활이 그에게 큰 업적을 주었다.

 

 

그는  영화감독일 때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고  영화 작업을 할 때 제일 대접을 받고 행복한 사람이 된다고 했다.

 

" 나는  영화를 하기 전에는   존중 받지 못하는 삶을 살은 것 같아. 초등학교 졸업 후 폐차장에서 일할때, 전자제품공장에서 일할 때, 거리의 화가를 할 때 모두  나자신이 초라하다고 느껴졌어.

이오두막이 고향같이 느껴져. 그러면서 이렇게 살면 안된다는 갈등을 하게 돼. 나의 꿈은 각 나라를 다니면서 영화 1편 씩을 만드는거야"

 

 

그의 고백은  오두막 속의 그가 만든 에스프레소,머신, 의자들만이 듣고 있었다. 그는 철저하게 절대 고독 속에 놓여 있었다.

 

그는 늘 아웃사이더였다고 고백한다. 늘 외로웠고 친구도 혼혈아인 친구뿐이었다고 했다. 영화 '수취인 불명'에서 나오는 양동근 같은 친구라고 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여자들만 있는 공장에서 혼자 남자였는데 고장난  기계를 고쳐주는 일을 했다. 15살에는 공장에 가기 위해서 오전 6시에 일어나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김기덕의 삶은 늘 남의 생활을 바라보는 위치에 있게 됐다고 했다.

 

 

 

그는 오두막에서 살면서 깨닫는다.

오두막과 화려한 집과의 차이는 거의 없고 우리는 관성에 의해서 살아 가고 있다.

 

" 나> 가족> 사회> 국가>세계  안에 갇혀서 승자와 패자를 끝없이 가르며 살고 있다. 나의 영화가 국가를 모독 할 수도 있는데 세계 영화제에서 상을 받으면 상과 훈장을 주더라. "

 

그는 영화가 너무 찍고 싶어서 자기가 자기를 찍으면서 연기도 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김기덕은 냉정하게 말해준다.

 

"너 참 가지가지 한다"

 

 

4. 배우에게 악역이 제일 쉬운 이유는 자기 안에 있는 것을 꺼내기 때문이다.

 

그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세 가지라고 했다.

 

1)가학:남을 괴롭히는 것.

2) 자학:내가 나를 괴롭히는 것

 3) 피학: 남이 나를 괴롭히는 것  

 

사람들은  살면서 가학,자학,피학을 되풀이 하면서 서로 사랑하고 증오하고 미워하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용서를 되풀이 하면서 산다고 했다.

 

배우에게 가장 쉬운 것은 악역이라고 말하는 김기덕은 술에 취해서 쌍욕을 해댄다. 세상과 배신한 후배에 대해서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의 폭발 같았다.

 

 나는 사람은 본래 착한 심성이 더 많다고 믿고 살아왔는데 그의 절규가 참 낯설었다.

 

김기덕은 영화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삶은 극히 미미하다 .'

 '흰색과 검은 색은 같은 색이다' 라고 말했다.  

 

 

5. 아리랑을 부르며 울부짓는 김기덕

 

영화 '아리랑'의 엔딩은  김기덕이 부르는 아리랑 두 곡이다. '강원도 금강산 일만 이천봉 ....."과 '아리리~ 아리랑~...." 베니스 영화제에서 상을 받고 부른 아리랑이었다. 그는 아리랑을 아주  발악을 하듯이 불르면서 울었다.  속에 가득한 한을 풀어 내고 있었다.

 

 

그의 눈물과 함께 그가 주연을 한 봄여름가을겨울그리고  봄의 한 장면이 나온다. 돌을 허리에 메고 높고 험한  겨울 산을 맨발에 검은 고무신을 신고 올라가는 젊은 김기덕스님이다.

 

김기덕이 주장하듯이 그는  스펙이 좋지 않다. 그러나 말을  논리적으로 참 잘 한다.  그 스스로 인정하듯이 체험에서 녹아 들어서 나오는 말이라서 감동도 있다. 나는 종교적인 구원을 자주 영화에 인용하는 것은 그가 신학교를 다녔기 때문임을 알게 됐다.

 

나는 방송아카데미 기초반을 수료했다.  시나리오를 배우면서  숙제로 학생들이 써온 극본을 보면서 하는 품평회에서 멘토가 늘 해주는 말이 있다.

 

"경험하지 않은 것을 쓰지 말라. 잘 아는 것을 써라 작가가 모르는 이야기를 쓰면 보는 이가  이해를 못한다"

 

6. 스펙을 신성시하는 대한민국에 경고의 총을 쏜 김기덕

 

 

영화 '아리랑'은 마지막에 김기덕이 직접 만든 수제 권총으로 누군가를  죽이러 떠난다. 자기가 증오하는 곳을 다 찾아 다니면서 총을 쏘고 마지막으로 자기를 죽인다.

 

영화 "아리랑'에서   김기덕감독의 소망대로  그는 2012년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다.  스펙보다 더 좋은 조건인  간절함과 천재적인 소질을 가진 그에게 하늘에서 자비를 베풀었다고 생각한다. 항상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기 때문이다.

 

**위의 글 속에 나오는 사진은  제가 본 김기덕감독의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