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영화

피에타, 왜 황금사자상을 받았는지 이해가 되는 영화.

모과 2012. 9. 12. 06:00

 

나는 어제 오전 9시 50분  조조영화로 '피에타'를 봤다.  영화가 시작하는 순간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가슴이 아팠다.  태어나자마자 어미에게 버려진  사람이 어떻게 자랐길래  악마같이 변했을 까?  남주인공  강도(이정진역)에 대한 연민 때문이었다. 

 

 나는 이정진을 좋아한다. 큰아들과 동갑이어서 아들 또래의 문화와  기질을 이해하기 위해서 이정진의 영화와 드라마를 많이 봤다. 피에타에서의 이정진은  상당히 피폐한 사람으로 나온다. 그만큼 연기를 잘한 것이다. [ 영화의 내용이 1/2 나옵니다. 황금사자상을  받은 영화니까 믿고 보세요.]

 

1. 김기덕 작품의 한계성.

 

김기덕 작품은 심오한  깊이가 있는 게 사실이다.  우리가 잊고 있거나 모르고 있던 사회의 어두운 부분이나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은 보고 나면 뭔가 분명한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한 이틀은 마음이 불편하다.

 

어제 오전부터 지금까지 나는 강도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 나는 두아들의 엄마이고  그아이들을 키울 때 삶을 중단하고  싶은 만큼  고통스러울 때가 있어서  남주인공인 강도(이정진역)에 감정이입 돼서  영화를  보게 됐다. 수 많은 사람들이 조민수의 연기에 매료 됐던 것과 차별화 되는 점이다.  

 

 

나는 베니스나  칸에 초청받은 영화는 문학에서 노벨상과 같다고 평소에 생각을 해왔다. 왜냐하면  노벨상을 받은  소설은  전문가들은  대단히 어려운 말로 해석해 주었으나 나는 늘 재미가 없었다.

 

나는 아무리 상을 받은 작품이라도 재미가 없으면 읽다가 그만 두는 사람이다. 그러나 김기덕감독의 작품을 8편을 봤다. 노벨 문학상보다는 조금 재미가  있고 우리 사회의 다른 면을 알고 싶어서 보게 됐다.

 

2.사랑받지 못한  사람은 사랑할 줄도 모른다.

 

 

태어나자마자  어미에게 버림받은 강도(이정진역) 는 거칠게 자라서  진짜 강도 보다 더 무서운 사람으로 자랐다.  어떻게 자랐기에 얼굴에 웃음기라고는 없고 늘 남을 괴롭히며 돈을 받아 내는게 직업이다.

 

사채업자의 하수인이 돼서  빚진 사람에게  치유 할 수 없는  상처를 주면서 죄의식이라고는 전혀 없다.

나는 강도의 모습을 보면서 그가 자란 환경 속에 어떤 이를 데려다 놓아도 똑같이 되지 않았을까?  우리 아이들도  내가 나쁜 마음을 먹고  버리고 혼자 갔다면  척박한 삶을 살았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그는 늘 살아있는 닭이나  토끼등을 직접 잡아서 삶아 먹었다. 생명에 대한 존중이나  두려움이 없이 그냥 야채를 삶아 먹는 것 같이 무표정이었다.  사람을 죽이지 않는 것이 신기했다.

 

 강도는 날마다  사채를 쓰고 갚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조용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상처를 만들어 주고 돈을  받아 간다. 사람들은 그가 나타나면 방어도 못한 채 벌벌 떨 정도로 무서운 존재가 됐다.

 

나는 강도가 살면서 얼마나 상처를 지독하게 받았으면  저런 사람으로 변했을까? 안타까워서 눈물과 한숨이 나왔다.

 

3.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엄마의 속죄

 

 

그런 강도에게  어느 여인이 나타나서 따라다닌다. 강도를 낳고 버린 엄마(조민수역)라고도 한다.

 

"네가 이렇게 된 것은 다 내 잘못이야. 나를 용서해라. 내가 너를 버렸기 때문이다. "

 

강도는 웬 미친년이 나타났나? 하는 반응이었다. 그리고 철저히 무시하고 내쫒기를 반복한다. 그러다 미선을 엄마로 받아들이게 된다.

 

 

강도는 변함없이 돈을 받으러 다니는데 ..... 나는 영화를 보면서 돈이란  때론 절대가치일 수가 있구나 생각하게 됐다. 돈 때문에  몸을 상하게 되고 돈 때문에 자살을 하고 , 생존이 문제가 될 때는 돈은 대체불가능한 절대가치인 것을 영화를 보면서 깨달았다.

 

나는 나 스스로에게도 그렇게 다짐을  했고 , 아들들에게도 돈이 절대가치가 되서는 안된다고 가르쳐왔다. 특히 은행에 근무하는 아들에게는 자주 말해 주는 가치관이었다.

 

 

그러나 살아온 것을 돌이켜보면 나의 인생의 고통은 대부분 돈에 의한 것이었다. 남을 미워한 것도 내가 돈 때문에 고통을 받을 때 ,돈이 많은 친척이 무관심하기 때문이었고 , 갑자기 큰돈이 생긴 친척이 나에게 벌을 받아서 돈을 못번다고 했을 때 가장  분노했었다.  나는 여러번 되풀이 해서 그의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해주고 그말을 다시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영화 속에서 강도나 사장이나 빚진 사람들이나 모두 돈의 노예가 될 수 밖에 었었다. 억울한 사람들은 청계천의 개발로 장사를 못하고 쫒겨나야 하는 장사꾼들이었다.  외관상으로 아름답게 하기 위해서 ,나중에 알고 보니 인위적으로  개천을 만들기 위해서 불쌍한 사람들이 많이 내쫒긴 잘못된 행정의 사례였다.

 

4, 엄마의 사랑을 받으며 변화 돼 가는 강도

 

엄마와의 동거가 시작되고  강도는 엄마의 사랑을 알아간다. 집안은  정리가 되고 식탁에는 나물이 올라오고 강도가 돌아오면 엄마는 밥을 퍼서 놓아준다.

 

 

엄마는 강도의 스웨터를 뜨기 시작한다. 그모습을 보며 강도는 마음이 따뜻해져 가는 것 같았다.

자기를 위해서 스웨터를 뜨는 엄마의 모습에서 엄마의 사랑을 느낀다.

 

 

 어느날  강도는 임신한 아내를 둔 가장에게 돈을 받으러 간다 .그는 아내와 자식을 위해서  몸에 상해를 가하고 보험금을 타겠다고 기꺼이 응한다. 강도는 조용히 차용증을 그곳에 두고 나온다.  강도로서는 놀라운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사람을 해치지 않은 것이다.

 

 

엄마는 처량하게 자는 강도에게 다가가서 애잔한 마음으로 머리를 쓸어준다.

 

"이젠  혼자는 살 수가 없을 것 같아"

 

강도가 엄마에게 진심을 말하게 된다. 사랑받지 못해서 병든 사람이 사랑 받으므로 치유되고 있었다.

 

5. 갑자기 없어진 엄마 , 그리고 대반전

 

나는  엄마가 강도의 생일 날 없어진 다음부터 김기덕감독이 천재라는 것을 다시 인식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됐을 까? 김기덕감독이 신학교를 다녀서  자비를  복수의 방법으로 사용하게 됐나?

 

 

사실 강도 같은 아들을 둔  보통 엄마의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형이상학적인 고단수의 복수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철저하게 계산된 치밀한 복수방법에 놀랐다.

 

 

엄마를 찾지 못한 강도는 사방을 헤메며 엄마를 찾아다닌다. 자기가 지은 죄를 지은 장소로 찾아다니면서

자기의 죄의 결과를 눈으로 확인한다.  그곳에는 늘 다른 엄마가 존재한다. 모두 다 상처당한 아들과 엄마이다. 일터가 청계천 공구 상가 거리이기 때문이다.

 

 

 

강도는 엄마에게 받은 사랑으로 이미 착해진 사람이다. 자기의 죄의 결과를 보고 자기 죄  때문에 엄마가 다치게 되었다고  깨닫게 된다. 강도에게도 소중한 것은 이젠  돈이 아니라 엄마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6. 엄마라는 여인의  복수, 그리고 강도의 속죄

 

 

엄마는 누군가에 쫒겨서  높은 건물 옥상에  위태롭게 서 있다. 강도에게   오지 말라고 애원한다. 누군가  뒤에서 엄마를 위협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강도는 무릅을 꿇고 잘못했다고 빌고 또 빈다.

 

"모두 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를 죽여주세요. 제가 죽겠습니다. 엄마를 살려주세요. 엄마는 죄가 없습니다"

 

엄마는  강도가 보는 앞에서 옥상 에서 떨어져 죽는다.  엄마가 죽기 전에 부탁했던 대로 강도는  엄마를 강가의 나무 아래 묻어준다. 한 겨울에  속이 다 비치는 여름치마를 입은 엄마는 정신이 나간 여자였다.

 

강도는 엄마가 떠준 스웨터를 입고  나무에 물을 주는 강도는 뭔가 결심을 하게 된다.

 

 

7. 피에타: 이들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강도는 자기가 상처를 준 사람들의 삶을 찾아가서 본다. 자기가 무심코 한 일들에 의해서 그들의 인생이 송두리채 허물어져 버린 것을  깨닫게 된다. 

 

강도의 속죄 방법은 마치 예수님 옆에서 십자가에 못 박히는 강도들의 모습 같아 보였다. 예수님은 왜 마지막을 강도들과 같이 했을까? 그리고 그들을 위해서 기도를 하셨을까?

 

 

나는  '피에타'를 보고 나서 이틀동안 강도의 처참한 죄와 회개  방법 때문에 가슴이 아팠다.  전날 김기덕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아리랑'을 먼저 본 것은 참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피에타'는  인간의 죄와 복수,증오와 사랑과 용서, 그리고 신의 자비를 말하고 있다. 매개체로 모성과 돈이라는 귀한 것을 사용했다. '피에타'는  나를 이틀 동안 힘들게 했지만  베니스에서 왜 '황금사자상'을 주었는지 깨닫게 한 완성도 있는  좋은 작품이다. 모두 영화관에서 '피에타'를 보기를 권유한다.

 

**대한민국에 김기덕같은 감독이 나와  동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나는 정부에  해외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영화인에게는 연금을 줄 것을 건의 합니다. 베니스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것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받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김기덕감독님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 스포일러는 좀 있으나 정작 관객들이 꼭 보셔야 할 내용은 적지를 않았습니다.  

저는 이정진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제 비덩 (비주얼 덩어리)에서 연기파 배우로 도약하는 길목에서 피에타를 만난 행운의 배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