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 홍상수 감독의 작품 중에 최고인 이유

모과 2012. 9. 9. 06:30

 

나는 홍상수감독의 영화를  총 11편을  봤다.  처음 본 영화가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같은데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작품이라서 비디오로 빌려서 본 기억이 난다. 그후에도 세계 영화제의 초청작이거나 상을 받은 소식을 접하고  홍상수감독의 작품을 찾아 보게 됐다.  

 

 내가 감독의 이름을 보고 영화를 보기 시작한 것은 임권택 감독 이후에  김기덕과 홍상수감독의 영화는 다 챙겨서  보았다. 영화와 독서광인 나는 한 작가나 감독의 작품이 마음에 들면 그사람의 작품을 다 찾아서 읽고 보는 습관 때문에 그렇게 됐다.

 

1.  영화 ' 잘 알지도 못하면서 ' 를 보게 된 이유

 

사실  나는 홍상수감독의 작품을 잘 이해도 못하면서  습관적으로 보곤 했다.  어떤 작품은 단조롭게 느끼고 어떤 작품은 밋밋하고 어떤 작품은 지루하기 조차했다.  강원도의 힘, 생활의 발견, 옥희의 영화가 그랬다.

 

자주 보다보니  홍상수감독의 작품은  중독성이 있고  연기를 잘 하는 배우들이 한번 쯤은 홍상수감독의 작품에 출연을 하는 것을 알게 됐다.  모든 작품이 대체적으로 과장이 없고 우리네 일상을  사실대로 찍어 놓은 친근함 이 느껴졌다. 

 

 '잘알지도 못하면서'는 제목이 재미가 있어서 찾아서 보게 됐다. 다음에는 '하하하'를 볼 생각이다.

 

 

2.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 총동원된 영화

 

김태우, 고현정,엄지원,정유미,공형진,유준상,하정우등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같이 출연해서 더 좋았다. 김태우와 정유미는 홍상수감독에게 전속된 배우같이 느껴질 정도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아마도 홍상수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영화화한 것 같다. 제천 국제영화제와  제주도의 영화학교를 배경으로 두 가지 이야기를 주제로 하고 있다.

 

 

 주인공 구경남(김태우역) 은 영화감독으로 제천국제 영화제의 심사위원으로 초빙돼 간다. 그곳에서  만난 프로그래머 공현희(엄지원역) 와 흥행감독, 에로배우(은주희역) 등 영화제는 뒷전이고 술판만 벌이는게  인상적이었다.

 

흥행감독(소설가 김은수역) 방에서 에로배우와 프로그래머(엄지원)가 술 배틀을 벌이는 장면은  나의 시각으로는 기가 막혔다.  두여자는 필름이  끓어질 때까지 술을 퍼마시고 , 구경남은 그녀들을 두고 자기 방으로 가버린다.  먼저 쉬겠다고 침대에 가 누워 있는 흥행감독이 그방에 있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렇게 하였다.

 

 

 

다음날 엄지원은 김태우에게 자기를 방치해 놓아서 흥행감독에게 강간을 당했다고 따진다.  도무지 강간을 당한 여자의 모습이 아닌 부끄럽지 않은 얼굴로  당당하게  구경남감독에게 죽어 버리라고 말하고 가는 프로그래머(엄지원)의 태도가 이해가 안되는 세상의 사람 같았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에로배우와 영화제에 같이 온 엄마가 딸을 흥행감독의 방에서 자게 하는 것이다. 그녀는   흥행배우로 뜨기 위해서 자기 몸을 기꺼이 흥행감독에게 바치는 태도였다.

 

3.  영화 심사는 제대로  안하고 우연히 만난 후배와 술을 마신다.

 

 

구경남 감독은 영화일을 함께 했전 부상용(공형진역) 을 만나서 술을 마신 후 그의 집에 간다.

 

후배의 아내 유신(정유미역)은  독특한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다.  그런 그녀를 부상용은 영혼의 짝을 만났다고 하며 그녀는 천사라고 한다. 술에 취해서 먼저 잠든 부상용, 둘은 대화를 나누는데  유신의 말에 공감을 안해주자 그녀는 심하게 화를 낸다. 

 

 

다음날 부상용은 이유도 없이 분개해서 고경남에게 쌍욕을 하며 죽여버리겠다고 한다. 구경남(김태우) 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봉변을 당한 꼴이다.

 

4. 제주도에서  만난 대학 대선배와 그의 아내  

 

 

2주 쯤 뒤 구경남은 선배 교수(유준상역)의 초청으로 영화과 학생들에게 특강을 하러  제주도에 간다.

질문시간에  당돌한 여학생은 왜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영화를 만드냐고 묻는다.

구경남 감독은  담담하게  대답한다.

 

"이해가 안 가시면 안 가는 거죠. 제가 뭐 어떻게 하겠습니까. 전 그냥 영화 만드는 거고, 그걸 느끼는 사람이 있으면 좋은 거겠죠."

 

나는 그여학생과 비슷한 생각을 하며 홍상수감독의 영화를 봐왔다.  그래서 '잘알지도 못하면서'가 홍상수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판단했다.  '북촌방향'이 그렇듯이. 그의 영화는 큰 감동은 없으나  늘 나의 이웃의 이야기를 바라보는  평화로움을 느끼기 때문에 자꾸 보게 된다.


 

 

구경남 감독(김태우) 제주도에서 대학교의 대선배인 양천수( 문창길역) 교수를 만난다. 그는 재혼한  젊은 아내 고 순(고현정)도 동행했다. 그런데 그녀는 대학시절에 구경남이 구혼했다가 거절 당한 후배였다.

 

 그교수는   전부인과 오래동안 갈등이 있은후 이혼을 했고  재혼한 젊은 아내와는 만족한 새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제주도 바닷가에 있는 노교수의 집에 초대 받아서 가서 식사를 대접 받는다.

 

그런데 교수가 공항에 일을 보러 간 사이 고 순( 고현정)은 구경남과 거침없이  섹스를 한다.  그녀는 노교수와의 생활이 만족스럽지만  섹스는 현실이라고도 한다.

 

 

그때  그집을 방문한 이웃 청년 허씨(하정우)는 불륜광경을 보고  분개해서 동네 사람들을 데리고 온다.

구경남과 고순은 차를 타고 집을 나온다. 나는  둘이 도망을 가는 줄 알았다. 동네  남자들이 고순이 가만히 있으라는 소리에 의자에 공손하게 앉아 있는 모습이 이해가 안됐다.

 

하정우는  노교수에게 전화를 한다. 교수는 고순(고현정) 에게 전화를 해서 자기가 괜찮다고 한다며  걱정하지 말고 돌아오라고 차분하게 부탁을 한다. 나는 이장면에서  하정우와도 불륜이 아닐까? 잠시 그런 생각을 했다.

 

 

구경남은 고순(고현정)에게 자기와 같이 가자고 한다. 고순은 교수와의 생활에 불만이 없고 편하다고 말하며 태연하게 집으로 돌아갔다.

 

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내가 본 홍상수감독의 영화 중에 비교적 이해도 되고 재미가 있었다. 홍상수감독의 영화의 공통점은  처음 만난 남녀가 쉽게 섹스를 한다는 것이다. 요즈음 남녀관계의 세태가 그런건지 영화계가 그런건지 잘 모르겠다.

 

나는 그동안 '잘알지도 못하면서'이해도 다못한 채로 홍상수감독의 영화를 찾아 봤다.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나의 삶이 지극이 폭이 좁고 행동반경도 작아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그런 영화를 보게 됐다.  현실과 영화를  이해 하려는 나의 노력이었다.

 

사실 이해를  다 못하면 또 어떤가?  영화는 보는이가 자기 식으로 해석하는 재미로 보는 것인데 말이다.

분명한 것은 영화를 좋아한다면 홍상수나 김기덕 감독의  대표작 정도는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를 권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