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영화

사과, 이시대의 결혼 풍속도를 사실적으로 그린 영화.

모과 2012. 8. 31. 06:00

 

 

영화 '사과'는 영화관에서 보려다 놓친 영화이다.

 

나는 주인공들이 모두 연기파 배우였기 때문에 믿고 보고 싶었다. 특히 '오아시스'에서 문소리의 연기를 보고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박하사탕'에서 본  문소리는 평범한 보통 외모의 여자였다.  개인적으로 '박하사탕'을 보고 큰 감동을 못 받았다.  나는  김태우와 이선균이 출연한 작품도 상당히 많이 봤다.

 

 

1. 7년 연애한 남자에게 차인 이유

 

현정(문소리역) 과  민석(이선균역)은 7년 째 연애를 하고 있다.   7년이나 연애를 했다는 것은 부부와 같은 사이라고 생각 할 수 있다.  현정은 명예퇴직을 앞둔 아버지(주진모역)를 위로하기 위해서 떠나는 가족여행도 안가고  민석과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다.

 

 

결혼을 하자고 프로포즈를 받아야  할  낭만적인 장소에서  민석은 현정에게 헤어지자고 한다.

 

 

" 헤어지자. 내가 점점 없어지는 것 같아"

 " 그래. 오늘은 헤어지고 내일 만나자." 

 

현정은  농담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민석은 진심이었다. 그 연인들은  그렇게 쉽게 헤어졌다.

나도  젊었을 때는 남자는 여자가 원하는 것은 다 들어주는게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7년의 연애기간 동안 민석은  현정을 편하게 해주기 위해서 그녀의 취향에 맞춰 주었을 것이다. 점점 자기의 생각은 마음 속에만 머물게 되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면서  연애의 권태기가  왔을 것이다.  

 

2. 실제 연인들 50 쌍을 인터뷰하고 만든 영화

 

 

감독은  영화를 찍기 전에 50 쌍의 연인들을 인터뷰하고 에피소드를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의 모든 대사가  실감이 나고 우리의  가족이나 지인들의 이야기를 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3. 새로 만난 남자와 빠른 결혼은 현실도피  일 수도 있다.

 

같은 빌딩의 다른 회사에  근무하는  상훈은  현정이 민석과 사귈 때부터 호감을 보였다. 애인이 있다고 해도  계속 주변에서 맴 돌며  호감을 표시했다.

 

 

현정은  상훈에게 자기가 왜 좋으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단순했다.

 

" 이 빌딩에서 가장 예쁘잖아요"

 

남자들은 여자의 외모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집 두 아들도  예쁘고 섹시한  여자를 좋아한다.  특히 뚱뚱한 여자를 아주 싫어한다. 환갑이 넘은 어미에게도 끓임없이 다이어트를 요구하고 있다.

 

 

상훈은   현정이  살고 있는  아파트 벤치에서 술이 취해서 잠이 들었다. 현정이 담요를 가지러 간 사이에  경비아저씨의 신고로 경찰서에 끌려 간다.  현정은 상훈의 적극적인  구애에 넘어가기로  결심을 한다.

 

4. 딸만 둘인 집의 장모의 득세에 피곤한 사위

 

현정의  가족은  아버지(주진모역)와 어머니(최형인역) , 백수인 여동생  혜정(강래연)이다. 딸만 둘인 어머니는  사위를   마치 자기 딸들 같이 생각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처가에  자주 가거나  장모와 처제가  집에 늘 와 있다.

 

 

요즈음엔  맞벌이를  많이 하기 때문에 처가 근처에 집을 얻어서 장모의 도움을 많이 받고 사는게  보통이다.  상훈도 처가의  경제적인 도움을 받아서  처가 근처에 아파트를 얻었다.

 

나는 시집에 갔을 때 처가에 온  시누이 남편이나  조카 딸들의 남편의 모습을 유심히 본 적이 있다.  그들은 대체적으로  식구들과 잘 어울리지 않고  시키는 일만  하곤 한다.  상당히 어색해 했고  어디에 있던지 불편해 보였다.   마치 내가  신혼 초  시집에 가면 어색했던 그 모습이었다.

 

 

상훈은  장모가 원하는대로 교회에도  참석하고 백화점이나 마트에도 따라간다. 자기 취미인 등산도 마음대로 가기가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  상훈의 집안은  유교 집안이라서 제사를 모시고 있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상훈이  처가 때문에 무척 피곤한  생활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자기만의 시간이 전혀 없는게 문제였다.  모든 일을 아내 현정에게 맞춰야 하는 생활이 남편에게  늘 행복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5. 지방근무를 지원한  남편

 

현정은  "결혼 후에  당신이 점점 더 좋다. 당신은?"고 말한다.  

 "그걸 꼭 말로 해야 아느냐?"  상훈이 대답한다.

 

 

 그러나 상훈은  현정에게는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발령을 받았다고 말하고 구미로 떠난다. 빨리 돈을 벌어서 처가에서 도움을 받은 돈을 갚고 싶다고 말하는 상훈.  사실 상훈은 자원해서 지방발령을 받고 떠난 것이다.  

 

 현정은 남편의 부재를 크게 느낀다. 마침 임신 중이라서 회사를 그만두고  남편이 있는 구미로 내려간다

 

 

 남편의 회사 동료에게  남편이 자원해서 지방으로 내려온 것을 알게 된 현정은  서울로 돌아간다. 둘의 사이는 점점 멀어져 간다.  현정은 능력이 좋은 여자인지  출산 후에  바로 취업이 됐다.

 

6. 다시 만나기 시작한  첫사랑 민석.

 

구미 터미널에서 우연히 만난 민석,  임신해서 배가 부른 현정은  사과를 한봉지 사서  민석에게 준다.  둘은 그냥 동성 친구가 만난 것 같이 건조하게  헤어졌었다.

 

 

남편에게 이혼을 하자고 말한 현정은 대놓고 민석을 만나고 다닌다. 그러나 예전과 같지가 않은 둘의 사이를 현정은 느끼게 된다.

 

 

짙은 키스 후 현정에게 민석은 말한다.

"사실. 나 한번도 널 잊은적 없어."
" 지금 이러는게 말이 되니? "

 

현정은 민석을 외면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영화는 남자와 여자는 같은 일을 두고 생각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여자는 남편이 자기를 사랑하는 만큼 자기 가족들을 사랑하기를 원한다. 남편의 가족들은 멀리 시골에 살아서 현정은 시집 식구를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상훈의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못하고 있었다.

 

요즈음  처가 위주의 결혼생활을 잘 묘사한 영화이다. 나는 처가의 도움을 받아서 굳이 큰 평수의 아파트를 얻어야 했을까? 생각했다. 구미의 회사 사택은 현정의 아파트보다 작은 평수였기 때문이다.


7. 결혼을 쉽게 했다고 이혼도 쉽게 해서는 안된다.


 이혼 서류를 가지고 온 상훈은 현정과 민석이 같이 있는 것을 목격한다.   민석에게 잠시 흔들렸던  현정의 마음은 정리 된 후이다.  영화에서 앤딩은 이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끝난다.

 

 

영화 말미에 친정엄마(최형인)는 모두 자기 잘못이라고 한탄을 한다. 큰딸이 이혼하게 된 것도, 작은 딸이 백수가 되서  갈등을 하며 사는 것도  남편이 사업을  명퇴를 하고 사업을 하겠다고 하는 것도......

 

나는 아들만 둘인 엄마로서  양성 평등 교육을 받은 이시대에 맏딸은 장남과 같은 기대를 받고 자라는 것을 인정한다. 막내아들이 딸만 둘인 집의 맏딸과 연애 중이기도 하다.

 

 

영화'사과'와 같이 결혼 후 처가 근처에 살 예정도 같다. 그러나 영화 속의 장모같이  사사건건 딸의 살림을 간섭하고 사위에게 자유를 구속하는 장모는  옳은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들이라도 30이 넘으니 어려워지고 있다. 키우면서 크게 속을 썩인 적이 없는 아이들이라서 지나친 잔소리는 하지 않고 키웠다.   누구나  더 행복해지려고 결혼을 한다. 배우자의 가족들로 인해서 결혼생활이 피곤해지는 것을  누구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영화 '사과'는 2008년 작품이지만 현시대의 결혼 풍속도를 잘 묘사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결혼을 앞둔 남녀, 그가족들이 모두 보기를 권유하고 싶은 작품이다. 나는  DAUM 영화에서 1,000원에 다운 받아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