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일상

환갑인 부부가 매일 밤 12시에 꼭 하는 일

모과 2012. 6. 26. 07:37

 

 

남편은 대형마트 안에 있는 임대매장에서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아침 9시까지 출근을 하고 밤 11시에 퇴근을 하는 고단한 생활을 하고 있다. 오프라인의 서점의 경영악화로 개점한지 4년 동안 거의 매일 하루 종일 서점 일에 매달려 있다.

 

1130분경에 집에 돌아 온 남편은 늘 기진맥진 한 모습이다. 점심을 먹지 않고 일하고 온 날은 더 하다.

 

남편의 버릇 중에 바쁘면 밥을 먹는 것도 잊고 일을 하는 습관은 고쳐지지가 않아서 나는 아예 포기하고 산다. 결혼 생활 35년 동안 고치지 못한 일 중에 하나이다.

 

우리 부부는 자정이 다 된 시간에 저녁 밥상 앞에서 오랜 대화를 나눈다. 주로 내가 경청하는 편이다.

 

대화의 내용은 주로 도서 납품을 위한 거래처인 대학 도서관이나 시내 도서관에 갔을 때의 일, 고등학교 동창들이 서점으로 찾아온 일, 서점 안에서 일어나는 일, 서울에 사는 두 아들의 일, 중에서 두서없이 말하곤 한다.

 

“여보 ! OO 도서관에 가면 차 한 잔 권하는 사람이 없어. 4층 도서관까지 에레베이터도 없는데 책을 옮기기가 불편하기도 한 데...... . OO 도서관에 가면 자판기 커피라도 권하면서 수고한다고 하는데 ”

 

“ 어머! 그 사람들 참 못 됐네. 어떻게 당신에게 그럴 수가 있어. 당신 얼굴을 보면 자동으로 공손하게 대하게 될 텐데. 당신이 얼마나 교양이 있어 보이는 얼굴인데 그런 대접을 하지?

 

경청의 법칙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맞장구를 제 때에 잘 쳐주는 것이다. 철저하게 남편 편에서 듣고 공감해 주어야 한다.

 

 남편은 환갑인 나이에 무거운 책을 차에 싣고 가서 도서관 서가에 꽂아 주는 일을 거의 매주 하고 있다. 책이 먼지가 많고 무척 무거워서 일이 거의 노가다 수준이라고 할 수가 있다. 남편에게는 아내의 위로가 제일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작은 커피 잔으로 막걸리 두 잔과 소주 반잔을 반주로 남편은 내게 하루에 있었던 일을 다 말하고, 나는 고단한 일을 하고 돌아온 남편에 대한 예의로 두 손으로 막걸리를 따라주고 같이 건배를 한다. 남편에 대한 존경의 표시이다. 식사를 마친 남편이 푹 자고 피로를 풀어야 다음 날 다시 일을 즐겁게 할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부부가 일심동체가 되는 시간은 35년이나 걸렸다.

 

 2,30대는 솜사탕 같은 세월을 보냈고 , 40대는 지옥 같고 전쟁 같은 사랑을 한 시기였다. 고난이 쓰나미 같이 밀려온 시기이기도 했다. 50대는 화해를 하며 보냈다. 이제와 돌이켜보면 40대의 고난을 잘 견딘 것에 대한 보상이 60대에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진정한 부부의 사랑은 오래 참고 견뎌야 오는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환갑인 이때 누구보다도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느끼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정말 좋다.

 

 

 

* 이 글은  한국원자력연구소  사보 7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KAERI for U'는 한국원자력연구원(연구원과  회사원 13,000명) 에서 발간하고 있는 지역 특화 소식지 입니다. 매달 3,000부 발간해서 대전 시내 도서관과  평생교육원등 지역주민들에게 봉사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