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독서리뷰

죽을 때까지 겸손하게 살도록 한 책 한 권

모과 2012. 4. 13. 07:00

 

나는  지난 달 중순 쯤 '마음수련'이라는 월간지에서 원고 청탁을 받았다. 나의 블로그의 글을 보고 가끔 잡지사나  출판사 홍보실 직원 ,  지역 신문 기자들 혹은 방송국 작가들이 전화를 주곤 한다.

 

나는  방송 출연은 어색한  순간이 싫어서 대부분 사양했었다. 그러나 잡지사나 회사 사보에서  글을 부탁 받으면  감사하게 생각을 하고 허락을 한다.

 

'마음수련'의 최창원 기자는  참 친절하고 예의가 바른 사람이었다. 나의 글은  5월호에 실린다고 했다.

 

 

" 선생님 !  저의 회사에서 감사하는 뜻에서 황토 베갯닛을 드리고 싶은데 .... 잡지 책과 함께 보낼 주소를 알려주세요"

 

"네. 제게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나는 공손히 말하고  주소를 알려주었다.

 

 

 나는 그 날 저녁 남편과 늦은 식사를 하며 그 말을 해주었다.

 

" 여보! 원고료 대신에 황토 베갯닛을  주나봐 . 내가 지금은  유명한 사람이 아니니까  겸손히 제게 기회를 주어서 고맙습니다. 했어"

 

"죽을 때까지 겸손 해야지"  남편은  바로 그렇게 말했다.

 

"아 ! 하하하 그렇지. 죽을 때까지 겸손 해야지. 나는 유명한 작가라면 원고료를 분명하게 얼마를 달라고 할 것 같아서..... 당신이 늘 나를 깨닫게 해주어서  고마워"

 

내가 남편에 대한 존경심이 생기는  순간이기도 했다.  나이는 한 살 차이지만  남편은 늘 내게 깨달음을 주곤한다.  내  계획대로 소망이 이뤄져서  언젠가 정식으로 등단한 후에도 겸손한 자세로 살아야함을  깨닫게 해준 남편의 말이었다.  

 

 

5월호의 특집 기사는  '내가 OO 살에 미쳐 몰랐던 것들 ' 이다.

 

 

나의 글은   '그것을 깨닫는 데 참 오랜시간이 걸렸다' 라는 제목이다.( 위에서 두 번 째 글 )

 

얼마 전, 남편을 도와서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11시까지 쉬지 않고 일을 했다. 남편은 대형마트 안의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매출은 거의 적자다. 시내의 도서관과 학교 도서관에 납품을 하며 현상 유지를 하고 있는 형편이다. 다음 날 오전 중으로 시내 어린이도서관에 납품을 맞추느라 밤을 새고 일을 하게 된 것이다.

 

평소에는 서점에 거의 가지 않았는데 이날은 나도 일을 돕겠다고 나섰다. 남편은 12시간을 한자리에 서서 계속 일을 했다. 나는 새벽 3시쯤에 남편에게 커피를 타주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 아! 일에 집중하면 밥 먹을 생각도 잊는 거였구나!

 

남편이 매일 바빠서 점심식사도 못하고 기진맥진해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함께 밤을 꼬박 새며 알게 됐다. 적은 직원으로 서점을 운영하려니 서점 개점 후 4년 동안 거의 쉬지 않고 근무했던 것이다.

 

...... 중략......

 

 

[나는 남편이 내곁에 있는 게 소중하고,부부의  깊은 사랑을 깨닫는 데 35년이란 긴 시간이 걸렸다는 내용을 적었다. ] 

 

 

[ 원고의 내용의 마무리 부분 ]

 

'이때부터 서로 화해의 시간이 시작됐던 것 같다. 그 무렵 나는 남편에게 끝없이 내가 열심히 살아온 것에 대한 공치사를 하고 지난 세월을 원망했는데, 그런 나를 남편은 묵묵히 받아주었다. 뭐든지 “당신 마음대로 해! 나는 당신이 좋으면 좋아!” 하며 내가 편한 것이라면 다 하게 했다. 내 마음에 남아 있는 불신의 찌꺼기가 없어지도록 기다려준 것이다. 그런 배려와 사랑으로 나는 정신적 상처를 치유하게 됐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그 시절 극단의 선택으로까지 갈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에 감사한다. 그리고 조용히 곁에서 나의 화풀이를 다 받아준 남편이 정말 고맙다.

 

이제야 알겠다. 한 사람을 선택했다면, 그 사람이 아무리 미운 행동을 한다 하더라도 용서하고 기다려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내가 힘들더라도 그 사람에게 시간을 주어야 한다는 것을. 그 사람을 위해, 믿고 참고 견디는 세월 뒤에야 진짜 사랑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이런 것들을 깨닫는 데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 월간 '마음수련'은  2004년 창간 된 월간지(2.000원)입니다. 오늘 전국 서점에  책이 깔립니다. 저는 선물로 받을 두 권 말고도  여러 권 사서  친지들에게 선물로 줄 생각입니다.

 

제게 원고 청탁을 해서 평생 겸손하게 살 것을 다시 깨닫게 해준 '마음수련'의  최창원기자님에게 감사드립니다. ^^

 

**월간 마음수련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www.maummonthly.com [에세이와 사람 코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