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독서리뷰

염홍철 대전시장의 신간, 다시 사랑이다.

모과 2012. 1. 25. 06:30

 

 

2011년은  시댁의 어른들이 네 분이나 돌아가셨습니다. 모두 80세를 넘기신 분들입니다. 한 분은  암으로, 한 분은   병약한 노년을  혼자 시골집에서 보내시다가  아드님 집으로 가셔서 잠시 사시다 돌아가셨습니다. 한 분은 오랜 치매로 자식들을 지칠대로 지치게  해놓고 돌아가셨어요.

 

제게  큰 사랑을 주셨던 서울고모님(87세)은  아침 식사를 준비하시다 쓸어지시면서 윗층의 아드님에게 전화를 하셨습니다. 119차에 타고 병원으로 가시는 도중에 돌아가셨습니다. 돌아가시고 난 후 발견된 쪽지에는 편히 돌아가고 싶은 염원이 들어있는 기도문이 적혀있었습니다. 당신이  준비하고 있던  좋은 죽음을 보게 됐습니다. 물론 자식들에게는 회한을 많이 남기셨지요. 

 

그리고 친정의 큰아버지(92세)는  호스피스병동에 입원해 계십니다.  돈이 제일 중요하다고  누구에게나 무척 야박하게  했던 분인데  정신을 놓고 몸은 1/3으로 줄어들어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시어머니는  골다공증 후유증으로  척추 뼈 17개, 모두 훼손된 상태라고  합니다. 50년을 류마티즈 관절염이라는 불치병을  투병하셨는데 이제 키가 20cm 줄어들 정도로 몸의 상태가  나빠졌습니다. 평생을 몸이 아프셨기 때문에 당연히 남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습니다.  이제는 기억마져 잃어가고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어머니는 남에게 사랑을 저축한게 거의 없으십니다.

 

저는 결혼한지 35년이 됐어도  시어머니의 정이 담긴 한 끼의 식사도 대접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서운한 마음이 들 때면 마음 속으로 "몸이 편찮으신 분이니까" 이해하려고 늘 노력하며 살았습니다.

 

* 빨간 줄을 근 것이 제가 골라서 우선 읽은 글입니다

 

남편은 저와 결혼할 때 입은 속 옷  한 벌과 누나가 해준 양복 한 벌을  가지고  제게 왔습니다. 저도  4년동안 교사 생활을 하며 번 돈을 모두 친정 집을  사는데  주었는데  ,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셔서 빈 손으로 결혼을 했습니다.  신혼 집은  남편 직장의 사택에서 살았습니다. 둘 다  아무 것도 손에 쥔 것 없이 시작한  결혼 생활이었습니다. 남편과 둘이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게 한 조건을  갖춘 것이지요. 

 

만약에 남편이 어머니가 낳은 자식이였다면 그렇게까지는 안하셨을 겁니다.  어머니는 남편이 10살 때 오신 새 어머니십니다. 아버님은  새벽에 출근하셔서 밤 늦게 퇴근을 하셔서 가족이 대화를 하며 오손도손 살아 본 적이 없습니다. 남편의 형제들이 모두 착하나  가족애가 없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같은 세월을 공유하고 산 가족이라도 서로에 대한 추억과 기억이 다 다른가봅니다.

아버님은  새어머니께서 친어머니같이 잘하셨다고 기억하고 계십니다.

자식들은  늘 병약한 새어머니에게 받은 상처가 큰 기억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명절 때나 행사 때 외에는  시댁에 가지 않는 자식들도 있는데 , 아마도 상처가 커서가 아닌가 ? 저는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가까운 친척들이 기억하는 것도  아버님하고는 많이  다릅니다.

 

아무리 그래도 시댁을 자주 찾아 가지않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닙니다. 가지않는 마음은 그리 편하지가 않을 겁니다.  며느리들도 모두  몸이 약하지만  어머니보다 아픈 사람은 없으니까요.

 

설날 연휴를 앞두고 어머니는 병원에 입원을 하셨습니다. 움직이다 다치면 안되니 가만히 누워있어야 한다는 의사의 명령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병원에서 퇴원한지  한 달도 안됐습니다.

 

어런 저런 이유들로 저는 마음이 많이 혼란스럽고 자주  우울했습니다.

 큰아들은  명절 때마다 " 결혼은 언제 하느냐?"  고 서 너 번 묻는  친척 때문에  노총각 친구들끼리 여행을 갔습니다.   서울에 혼자 남은 막내는 명절 날에도 근무하는 직장이어서 설날에도 밥을 굶고 출근했습니다 .

 

무엇보다도 장수사회에서  건강한 노년이 아니면 불행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저와 남편의 건강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습니다. 남편은 스스로 설날부터 담배를 끓었습니다. 참 고마운 사람입니다.

 

 

이때  남편의 서점에서 제목이 좋아서 사들고 온 책이 눈에 띄었습니다.

 

'다시 사랑이다' 

 

지은이가  염홍철 대전시장이어서 정치적인 글들인가 생각을 잠시했었습니다.

그런데 2008년 계간지 '시와 정신'을 통해서 시인으로 등단을 한 분이었습니다. 그 전 대학시절에는  조선일보 신춘문예 논문부에 응모하여  당선작 없는 가작으로 당선된 분이기도 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2008년 3월부터 매주 월요일 지인들에게  '아침 편지' 에 자신이 쓴 시와  산문을 보낸 것 중에서 골라서 책으로 출간한 겁니다. 나는 수필과 시를 읽다보니 마음이 편해지며 작은 깨달음이 생겼습니다.

 

'착한 사람이 늘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 행복한 사람은 늘 착하다'

 

높은 삶

 

.........중략

 

가진 것 없어도 화창한 봄볕 마음 따뜻하고

명성 없어도 파란 가을 하늘 평안 있는 삶.

 

자신을 알고

작은 일에도 감사하며

모자라도 만족하는 삶.

그 풍성한  기쁨이 진정한 성공이다. [염홍철]

 

저는 책을 읽을 때가 좋은 옷을 샀을 때보다  즐거운  사람입니다. 작가와 인생관이 같을 때는 행복한 동질감을 느끼곤 합니다.  염홍철시장님을 정치가가 아닌 감성적인 작가로 만난 기쁨이 참 컸습니다.

 

내가  인터뷰 기사  때문에  3번 만났던  염홍철 시장님은 무표정해서 무뚝뚝한 분으로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나는 사랑이다'를 읽고   진정으로  멋진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시민들이  선정한 '행복한 도시 1위' 인 대전시가  우연히 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됐어요.

저의 노년을  대전에서  보내게 된 것은  인생의 큰 축복 중에 하나입니다.

 

책을 읽는 동안에 우울한 마음은 사라지고 다시 희망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다시 사랑으로 2012년을 시작하고 싶어졌습니다. 참 다행입니다.

 

우리 시댁이라고 늘 행복하고 모범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더 잘하려고 하는  사람이  많을 뿐입니다.  누군가를 원망을 하면서 행복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 고리를 건강한 사람이 풀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자식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건강하니까요. 그리고  우리의 자식들이 보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