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일상

어느 서점 알바생의 아버지가 사장에게 보낸 편지

모과 2012. 2. 23. 07:00

 

 

 밤 11시가 넘어서 귀가한 남편이 감동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큰  쇼핑백에서  액자를 꺼내서 보여주며  주머니에서 편지도 한 통 꺼내서 읽으라고 주었다.

 

만복운집" 만 가지 복이 구름같이 몰려오라는 덕담

 

 

" 오늘  용기가 아르바이트를  마지막으로 한 날이잖아. 글쎄 용기 아빠가 직접  동판으로 만든 흑룡 액자를 선물했어.  용기 아빠 취미가 동판 공예라고 한 적이 있어. 세상에, 직접 고맙다고 편지도  썼어"

 

용기군은 국립  충남대학교 상대 2학년을 마치고 남편의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군에 갔던 학생이다. 군제대 후에도 바로 서점에서 일을 하다가  복학을 위해서   서점 일을 그만 둔 학생이다.

 

3학년 1학기 등록금과 용돈을 모두 저금한 착실한 학생이다.  서점에서 가까운 진잠의 한 빌라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있다.  위로 누나 둘이 있는데 한 명은 회사원이고 한 명은 직업 여군이다.

 

남편의 말에 의하면 용기군은  중학생이 된 후에 세배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외아들이라고 과잉보호를 하지 않고 키운 좋은 사례이다.

 

"용기 부모님은 무엇을 하시는 분들인데?"

" 글쎄 구체적으로는 물어 보지는 않았어. 엄마 아빠 일 나가셨다고 하는 것 보면  사무직은 아닌 것같어. 참 대단한 부모님들이시네 "

 

 

"그동안 부족한 저의 자식 잘 보살펴 주신 은혜 감사드립니다 .........." 편지에 밑줄은 제가 그었습니다.

 

 

남편의 서점의 위치는  허허 벌판에 서 있는 대형마트 안에 있다.  마트를 짓지 않으면 허가가 취소 될 것을 염려해서  지은 대형마트라서  대부분 입점해 있는 상점은 적자이다.

 

남편의 서점도 마트의 수입은 적자이나 시내에 있는 학교의 도서관에 납품을 해서 겨우 유지해 나가고 있다. 4년 전에 개점 당시에 입사한  주부사원 두 명과  남편,시동생이 정직원이고  아르바이트 학생 한 명으로 운영하고 있다. 가정을 가지고 있는 주부사원들은 묵묵히 서점 일에 성실하게  일하고 있다.  주1회 휴무와 월차는  꼭 챙겨주고 있다. 대신 남편과 시동생은  아침부터 밤 11시 마감까지 늘 근무하고 있다.

 

서점은 늘 한산하나  직원들은 쉴 사이 없이 바쁘다.

 여사원들은 우리에게  딸과 비슷한 나이라서  가족같은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으나   서점 재정이 어려워서 늘 안타깝게 느끼고 있다. 빨리 마트 주변의 상권이 활성화 돼서  서점 매출이 향상되길 바랄 뿐이다. 나는 우리 서점도 직원들에게 성과금을 줄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도하고 있다.

 

용기군은 연장근무도 마다 않고 성실하게 일해주었다.  대부분의 알바생들이  서점 일이 힘들다고 금방 그만두는데  비해서  용기군은 자기 집 일같이  열심히 한다고 남편이 자주 칭찬을 하곤 했었다. 특히 컴퓨터 치는 속도가 빨라서  보통 학생들보다 업무능력이  탁월한 장점이 있다.  

 

용기 아빠의  정성어린 선물과 가정교육을  지켜보면서 반듯한  사람은 부모의 올바른 가정교육에서 나온다는 것을 다시 확인 할 수 있었다.

 

참 감동적인 선물을 받은 남편의 인성에 나도 존경심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