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독서리뷰

나는 내 나이가 좋다

모과 2011. 11. 5. 06:31

 

 

나는 며칠 전에 참 좋은 책을 선물받았다.

 

 88세 이기옥할머니의 자전적 에세이'나는 내 나이가  좋다'이다.

 20년 전에  의사였던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빌라에서 살고 있는 할머니이야기이다.

 

나는 28년 후 88세가 됐을 때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살아는 있을까?  그런 생각을 번갈아 하면서 책을 읽었다. 평균 수명대로 산다면 살아는 있을 것 같기도하다.  

 

 

이기옥 할머니같이 자녀를 위해서 성당에 다니며 늘 기도를 해주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

73세에 처음으로 영정사진을 찍어 놓았다가 두 번이나 다시 찍은  이야기.

71세에  배우기 시작한 수채화의 전시회를 여러번하고 지인들에게 선물로도 주는 할머니.

그러나 언제 기억이 없어질지 몰라서 특별한 명찰을 목에 늘 걸고 외출을 하는 할머니 .

자식들이 오면  잘 먹는 나물과 찌게를 해서 대접하는 할머니 .

빌라를 지나가는  행인을 위해서 예쁜 화분을 내놓는 배려가 있는 할머니.

 

 할머니는 사람에게는  지능지수를 나타내는 IQ가 있고 ,정감을 나타내는 EQ가 있고  또 AQ라고 역경을 이겨내는'역경지수'가 있다고 하던데 , IQ 를 잃는 것은 할 수 없어도  '정감지수'와 '역경지수'는 잃지않고 싶다고 했다.

 

할머니에게는  슬하에는 남매가 있는데 아들은 큰 병을 극복한 어려움이 있다. 아들은 어머니가 충분히 쓸 생활비를 보내주고 있다. 딸은 자주 어머니를 찾아오고 있으나 할머니 스스로 독거노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 나의 대학4학년 때 졸업사진으로 찍은 사진,왼쪽에서 세번 째가 나 (모과) , 오른쪽 옆이 덕산집에 같이 갔던 박승희이다. 22세의 나의 모습은 참 맑고 밝았었다. 결핵성늑막염으로 입원하기 바로 전인 것같다.

 

 

할머니는 숙명여전 가사과를 나온 인테리인데 친구분들이  여고 교장을 한 분들도 있다. 그친구 분들 중에 치매에 걸린 두 분이 서로 통화를 하면서 " 나의 살던 고향은 " 하고 한 분이 부르다 가사를 기억 못하면

다른 한 분이 " 꽃피는 산골" 하고 받아 부르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 시골집에서도 나의 오른쪽에 앉은 박승희 ,60세의 우리는 39년의 세월을 넘어서 함께 앉아있다. 이명희는 이씨라서 우리와 함께 사진을 찍지 않았다.

 

덕산 시골집에 함께 갔던 명희에게 책을 읽은 이야기를 했더니 ......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우리 시어머니 친구분들 세 분이 절친인데 두 분이 치매로  요양병원에 입원을 하고 계시는데 ,  다른 한 분이 문병을 와서 자꾸 우셔"

 

명희의 시어머니는  8년째 치매를  앓고 계시다. 매주 토요일 죽을 지극정성으로 끓여서 남편과 어머니를 찾아가고 있다. 명희는 토요일에는  아무와도 약속도  하지 않는다.

 

" 우리가 친하게 지내는데 누가 한 명 치매에 걸리면  얼마나 기가 막히겠니?  우리 자주 만나자. 여행도 자주 다니자 "

 

내가 말하자 명희도 그러자고 하면서 내 팔장을 꼈다. 오래된 친구는 그냥 함께 있기만 해도 좋다.

 

 

나는 60세인 내 나이가 참 좋다고 생각했다. 어미로서 자식들을 교육시켜서 취업을 시켰으니 일단 책임은  하나 한 것  같다.  배우자야 아들들이 선택하면 찬성할 생각이다.

 

우리 친구들은 모두 손자 손녀를 키워 줄 생각들이다.  나 역시 그렇다. 우리집 아이들이 외할머니소리도 못해보고  자란게 늘 마음이 아팠다.  나는 좋은 할머니가 되고 싶다. 남편도 좋은 할아버지가 될 것이다.

 

그러니 아들들이 결혼하기 전까지가  나의 자유로운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 나이가 좋다. 앞으로 70세까지는 그런대로 건강을 유지하면서 살 수 있겠지만 70세가 넘으면 점점 몸이 약해질 것이 뻔하다. 80세 이후야 말해서 뭘 하겠는가?

 

이기옥 할머니같이 퀼트도 하고  수채화도 그리고 화분에 야채도 심어서 자식들이 오면 들려보내는 삶을 살 수가 있을까?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나의  앞에 놓인 인생을 30년으로 보고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을 하고 싶다.

무엇보다 가족을 위해서 성당에서 기도를 하는 할머니로 나이들어 가고 싶다.

건강하게 산책을 하고  재래시장에 가서 작고 예쁜 화분을 사올 정도의 건강을 유지하고 싶다.

 

이기옥할머니의 자전적에세이 '나는 내 나이가 좋다' 를 3권 사서 친구 이명희,박승희,김민화에게 선물로 줄 생각이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에게 권하고 싶은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