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터뷰

별난 며느리 때문에 시집식구들이 단합을 한 이유

모과 2011. 10. 11. 07:00

 

 

 나의 대학 때부터  절친인  승희와 명희가  내일 덕산 시골집으로 오기로 했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내 블로그의 글을 읽어서  시골 집을 잘 알고 있다.  충청도 깡촌, 사방이 산으로 둘러 쌓여 있는 시골집은  사진으로 보는 것 보다  가면 더 좋다. 두 친구 모두 서울 토박이다.

 

"아! 김성희 친구들이 온다니 신경이 쓰이네.  나 옷 한 벌 사입을까?"

남편이 갑자기 그런 말을 해서 나는 좀 놀랐다.

"여보! 당신은  그냥 있어도 멋이 있으니까  보통대로 입고 가"

"그려?" ( 남편은 소리 내지않고 웃었다)

" 응 .  당신은 멋지게  나이가 들었어"

 

사실 나는 마음만 먹으면 남편 기분을 마음껏 좋게 해줄 수가 있다.  알랑방구 9단이라고 할까? 하하. 그러나 마음에 없는 말은 잘못하고 사실적인 말을 기분이 좋게 해줄 수가 있다는 말이다. 그동안은  마음을 먹기가 그리 쉽지가  않았지만   요즈음엔  자주 기분좋게 말해주고 있다.

 

 

1.  나의 요리 실력이 문제이다  

 

나는 요리에 소질도 없는데 장사를 오래해서  차분하게 집에서 요리를 해본지 오래됐다.   남편이 7년 전부터  시골집을 고치러 오가면서  김치와 김장은  당연히 시집의 고모님들이나 시누이형님이 해주었다. 남편은 그분들이 해주고 싶어하는 마음을  나는 고맙게 받으면 된다고 했다.  그러니까 부부인가 보다.

 

친구들은   시골집에서 1박을 하고 수덕사와 안면도를 관광하기로 했다.  오후에 고속버스로 내려오는 친구들을  덕산에 있는 '밴댕이 찌게' 집으로 데리고 가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친구들이  지금까지 한 번도 '밴댕이찌게'를 먹어보지 못해서 참 다행이었다.

 

나의 고민은  하루 밤을 자고  난  다음 날 아침식사가 문제였다.  둘 다 요리솜씨가 좋다.  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시집의 어른들을 총동원하기로 했다.  전부터 내 친구들이 시골집에 오면 큰동서형님과  큰시누이형님이  밥을 해준다고 약속을 했었다. 부탁을 하니 모두 쾌히 승락을 해주셨다.

 

2. 밀양 박씨 규정공파 25,26대 여성분들  단합하다

 

시누이형님(64세)과  막내 시고모님(70세)이  세 가지 김치를  지난 목요일에 해주었다. 무청 김치, 파김치,무생채 김치를 한 통씩 해주었다. 나는 시골집에 가지고 갈 것을 덜어놓고 먹었다.

*  막내고모님과 시누이형님이 만들어 준 무청김치, 무생채, 파김치,시래기 볶음

 

위의 멸치 볶음은  오늘 우리 집근처에 사시는 막내 시고모님이  해준 멸치볶음이다. 나는 고모님댁에 가서  반찬을 받아서 쇼핑 수레에 넣고  끌고 다녔다.  버스를 타고 한 시간 거리의 시집으로 갔다.

 

 

나는 매주 월요일에 시집에  간다 .   안산 집에 다녀온 시누이형님의 지인이 주었다는 무우청을 가지고 물김치를 만든다고 해서 나도 같이 다듬었다. 

 

큰시누이 형님이 가까운 마트에 가서 쪽파를 사오라고 했다.  나는 쪽파 뿐만이 아니라  아버님이 좋아 하시는 족발과  사기 힘들다는 꼬꼬면을 두 봉지 사지고 왔다.  큰아주버님이 라면을 좋아하시는데 아직 꼬꼬면을 못드셨다고 해서였다. 시부모님과  큰시누이 형님도 한 번 맛을 보시면 좋을 것 같아서였다.

 

어머니는 식탁에서 마늘을  깠다. 그때 같은 동네에 사는 큰동서형님이  반찬 세 가지를 해가지고 왔다. 에고 반찬 못하는 나 때문에 모두 복잡하게 됐다.

 

 

큰동서 형님이 해준 파래 튀김,  토란대 볶음 ,말린 고추튀김이다. 토란대가 생각이 나지않아서 자고 있는 남편을 깨워서 물어봤다.

 

"여보! 좀 자라"  남편이 자다깨서 조용히  대답해주며 말했다.

 

 

 큰동서 형님은 내가 아침에 아욱국을 끓인다니까  시골집에 있는 된장이 오래 됐다고 된장,고추장,고추가루를 조금씩  작은 병에 넣어왔다.

"동서!  다시물에  된장 풀고 조금 있다가 고추장 조금 넣고 ,고추가루도 넣어야 칼칼하고 맛이 있어"

" 네, 저는 지금까지 된장만 넣고 끓여서 먹었는데요? " 형님이  크게 웃었다.

 

 

위의 반찬을 가지고 가서 예쁜 접시에 놓고 , 나는 밥을 하고  갈치만 구우면 된다. 아욱국은 맏며느리인 명희를 시키면 된다. 점심은  횟집이나  수덕사에서 먹으면 된다.

 

3, 후식은 안성에서 가지고 왔다.

 

큰시누이 형님의 남편인 아주버님은 고향이 안성이다.   아주버님의 고향 친구가 미국으로 수출하는 배와 포도를 선물로 준 것을  처가에 보냈다. 그 중에 배 두개와  안성포도 두송이를 내게 주었다. 여기에  부여에서 온 황금사과를  가지고 가면 되겠다.

 

집에 오니 밤 10시가 됐다. 편에게 말하니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 고모나  형수,누나같은 사람들이 없어. 당신하고 친하니까  즐겁게 만들어주는 거지. 사이가 나쁜데 부탁을 할 수가 있겠어?"

" 나도 언제  한번 김치를 해서 갔다드릴까?. 너무 받아만 먹으니까 미안해서 "

" 당신은 그냥 고맙습니다. 하고 받아. 그분들의 즐거움을 빼앗지말고 "

"여보! 큰형님이 된장국에 고추장,고추가루도 넣으라고 싸주시던데. 나는그동안 된장으로만 국을 끓였는데. 당신에게 미안한데 "

"나는  맛이 있으니까 다 먹은거 아니겠어?"

 

역시 내 남편이구나  생각했다. 남편이 벗어놓은 운동화가 보여서 내가 말했다.

 

"여보! 당신 내일  구두 신고가라 .신경이 쓰인다며?"

"내가 키가 작아서 신경이 쓰인다고 했냐?"

"아 ! 그런가? 그럼 머리를 좀 자르던가?"

" 그러게  어제는 시간이 통 없어서 내일 잘라야지. 나는 마누라 시다바리 노릇을 하겠구먼 "

 

 

아까 버스를 환승하려고 기다리며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었다. 승희는 갑상선암 수술을 하고 두 번의 항암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결과가 좋았다. 의사는  1년 후에 검사를  받으러 오라고 했다.

 

명희는  자기 동네의 유명한 설농탕집에서 포장을 해가지고 올까 생각을 했다고 했다.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내 친구들은 나를 위해서 하고도 남는다.

 

"명희야! 내가  형님들에게 반찬 해달라고 해서 지금 만들어주셔서 가지고  우리집에 간다"

" 야! 정말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정말 좋은 분들이다"  명희가 웃는 소리가  들렸다.

"장수 사회니까  이런 일도 있는거지 호호 . 나이 60에 막내라고 하하. 내일 만나자. "

 

 

 

 

나는  두 친구에게  큰 빚을 졌었다.  나는 졸업 전에 발병한 결핵성 늑막염으로  졸업시험을 못보게 됐다. 승희는  나의 어머니와 함께 다니면서 교수들에게 리포트로 시험을 대신하게 부탁을 해주었다. 졸업 후 같은 학교에서 근무도 했었다. 시골학교에 근무하다  늑막염이 재발을 했다. 그때 나 대신 2개월 동안 임시교사를 해준 친구가 명희였다.

 

나는 내일  친구들과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것이다. 같이 황토방에서 자면서 즐거운 수다를  떨 것이다. 무슨 말을 해도 다 이해를 해주는 친구들이 있어서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우리는 셋 다 19살에  같은 과에서 만났고 지금은  모두 60살이 됐다.  오래 된 친구는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 덕산 잘 다녀오겠습니다.

제 블로그를  방문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녀와서 찾아 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