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터뷰

아들 생일에 내가 특별한 선물을 받은 이유

모과 2011. 9. 26. 06:30

 며칠 전 ,  막내아들의 생일이어서  서울에 갔다.  생일날 아침에 미역국이라도 끓여주려고 갔다.  사실 나는  생일이나  무슨 기념일을 중요하게 생각을 안 한다.  그냥 지나가는 보통의 날들과 같이 생각한다.

 

요즈음 세태가 자기 생일을 마치 예수님이나 석가 탄신일보다 더 거창하게 하는 것을 보고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다. 

 

막내 아들의 생일 전날은    친구 승희가  갑상선 항암 치료를 받으러 입원했다 퇴원해서 승희네 집으로 갔다. 입원 전에 식이요법을 2주간을 하고 체중이 8kg이나 빠졌다고 했다.  퇴원 후에도 혀가 다 갈라져서 밥을 제대로 못먹어서  부천에 사는 친구 명희와 함께  방배동 승희 집으로 갔다.

 

 

명희는 주박장아지(나라스케) 를 두 박스나 낑낑대며 들고 왔다. 가방에는  직접 만든 매실엑기스도  작은 병으로 두 병을 멓고 운동화를 신고 씩씩하게 지하철 역으로 왔다. 나는  지하철 이수역 7번 출구앞에서  명희를 만나서 함께 승희 집으로 갔다.

 

승희는  점심과 저녁을 모두 자기가 먹고 싶은 것으로 먹겠다고 했다.  점심은 '쇠고기 샤부샤브'로 저녁은 '아구찜'을 푸짐하게 먹었다.

 

사실 아들 생일보다  승희네 집을 방문하는 일이 더  중요했다. 친구들과 오래동안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하고  밤9시에야 아들들이 사는 집으로 갔다.  막내는 대학동창을 만나고  밤 10시쯤  들어왔다. 큰아들은 회식이라고  새벽 2시에 왔다.

 

 

막내 아들은 막상 생일날 아침에는  전날에 너무 많이 먹어서 밥을 못먹겠다고 그냥 출근을 했다.  퇴근 후에  아들과 집에서 가까운 '닭갈비'집으로 갔다.  여자 친구는 오후조(유통 전문점) 라서  토요일에 만나기로  하고  출근 전에 생일 케익을 막내의 직장으로 전해주고 갔다. 토요일은 여자친구의 생일이다.

 

닭띠인 막내는 닭요리를 무척 좋아 했다. 아침,점심,저녁을 다 닭고기요리를 먹어도 좋다고 했다.

 

"막둥아! 너 오늘 네가  엄마에게  밥을 사라. 너 낳다가 죽을번했잖아. 제왕절개로 낳았으니. 승진해서 월급도 많이 올랐구 . 본래 생일은  엄마가 수고했으니까 앞으로 네 생일에는 엄마에게 맛있는 것 사주어야 한다 "

 

" 엄마! 알았어요. 맛있는 닭요리 많이 드셔요"

 

막내가  웃으며  닭갈비를  구어주었다.  가게 주인도 막내와 동갑인 닭띠 총각이었다.  나 보고 미역냉국을 맛있게 먹으라고 해서 웃었다.

 

1인분에 8,000원하는 닭갈비 ,닭똥집, 닭발을 모두 5인분을 먹었다. 참이슬 2병을 막내가 1병반, 내가 반병을 마셨다.  마침 월급날 다음날이 막내의 생일이었다.

 

직장생활을 하다 막내를 임신하고 육아 문제로 그만두었다.  임신 중이라서 그런지 잠이 무지막지하게  왔다.  하루종일 먹고는 자고 또 먹고 자서 아기가 너무 컸다. 새로 나오는 과일을  아주 좋고 예쁜 것으로만 먹었다.

 

막내는  8시간을 진통을 하고도 못낳아서 제왕절개로   세상밖으로 나왔다. 4.4kg의 우량아였다.  피부가 무척 하얗고  토실토실한 귀여운 아기였다.  성격도 순해서 배가 고파야 울었고 하루종일 방글방글 웃었다.

닭띠 젊은 사장이 막내 생일이라고 사과 한 개를  서비스로 주었다.

 

막내와 직장이야기,  친구들이야기, 가족이야기를 하며  밥을 먹었다. 직장의 애로사항을 말하는 막내에게 조언을 했다.

 

" 승진을 했으니  새로운 업무를 배우면서  돈도 더 많이 받고 다니는거니까 회사에 고맙게 생각을 해라 . 일 년 정도 지나면 네가 회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될거야"

 

막내 아들은 평생 직장이 없는 시대이니까  우선 10년은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겠다고 말했다.  아들과 함께  한 시간은 추억으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나는  다음날 아들들이 살고 있는 투 룸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 와이셔츠 8장을 다려두었다.   아들의 집은 2층, 남향이라서  매우 밝다.  가만히 있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집에 있을 때는  막내 아들의 생일에 미역국을 싫어해서  본래  쇠고기 무우국을 끓여주곤 했다. 

 

자기 생일날 축하 파티를 하기 전에 고생하고 낳아준 어미를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 제왕절개로 무사히 출산을 한  엄마를 축하해주는 날이라고 인식하게 해주었다.

 

 막내의 여자친구의 생일인 토요일에  둘이서 오붓하게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생일도 같은  9월, 3일간의 차이밖에  없어서 앞으로  좋겠다. 나는 막내와 여자친구의  즐거운 연애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집에 오기 전에 친구 승희의 문자를 받았다.  전화를 해보니 병원에 가서 다시 정밀 검사를 받았는데 검사 결과가 상처가 아주 깨끗하다고 했다. 의사가 1년 후에 보자고 했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 1월에 갑상선암수술,두 번의 항암치료와 깊은 신앙심으로 병을 극복하고 있는 내 친구 승희가 참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