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터뷰

엄마는 무식하고 고지식하다고 취중진담을 한 아들

모과 2011. 10. 29. 06:00

 

친정아버지는 술이 취하면 묻지도 않는 말을 줄줄 다 하곤 했다. 어머니는 자는 아버지에게 자꾸 물어서 비밀을 알아내곤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런 버릇을 우리집 막내 아들이 그대로 물려받았다.

 

 이번 달 초에 막내 아들이  집에 왔다.  늘 그렇듯이  우리 아들들은 집에 오면 깊은 잠을 오래동안  자곤 한다. 나는 스스로 일어나기 전에 깨우지않는다. 때론 달게 자는 잠이 밥보다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막내의 여자친구가 대전에 왔을때 함께 먹은 낙지볶음

 

밤 11시 이후에 늦은 퇴근을 하는 남편이 왔을 때 막내도 깼다. 우리는  삼겹살을 안주로  해서 막걸리잔으로 '건배'를 하고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말했다. 우리 식구들은 만났다하면  몇 명이 만나든지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한다.   아이들이 아주 어려서부터 대화를 하며 키워서 친구같은 부모이다.

 

아들들이  중학교 때부터 늘 하는 말이 있다. 남학생들 중에서 부모와 대화를 많이 하는 집은 우리집 밖에 없다며,친구들이 무척 부러워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부모님들과는 필요한 말만 하고 산다고 했다.

 

 막내 아들은 천안에서 있었던 대학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대전 집에 왔다. 친구네 집이 부자라서 3억짜리  아파트를 사서 신혼생활을 시작한다고 했다.  막내의 친구는 직장은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다. 부모가 땅 부자라서  대학시절부터 용돈도 풍부하게 쓰던 친구이다.  막내의 친구는 대학 1학년 때 만나서 11년을 연애하다 결혼을 했다고 했다.

 

 

* 노량진 먹자골목에서 아들들과 함께 먹은 동태탕

 

막내는 승진해서 일어난 일들도 자세히 남편에게 말해주었다.  남편은  큰아들보다 막내를 더 좋아한다.막내는  어릴 때부터 엉뚱한 일을 해서 우리 부부를 황당하게도 하고 웃게도 한 괴짜인 면이 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막내가 좀 취기가 생기자  갑자기 내게 따지듯이 말했다.

 

"엄마는  블로그에다 그런 글을 쓰고 그래?"

"무슨 글?"

" OO 이에게 내게 너무 잘해주지 말라고 한거."

 

 [내가 아들의 여자친구에게 진심으로 한 충고 .... http://blog.daum.net/moga2641/17188682 ]

 

" 왜? OO이가 뭐라고 그래?"

" 아니. OO이는 뭐라고 하지는 않지만 , 그게 뭐야? 내가 뭐가 잘생겼다고. 아! 참! 블로그에 내가 잘생겼다고 쓰고 그래. 남들이 뭐라고 하겠어? "

" OO이가 너 잘생겼다고 하던데. "

"내가 학교 다닐 때 뭐 그리 인기가 있었다고 OO이가 어떻게 생각하겠어?"

" 호호호 . 연애는 안했지만  인기는 있었잖아"

 

그러더니  갑자기 엉뚱하고도 솔직한 말을 했다.  좀 취한 것 같았다.

"엄마는 너무 고지식해. 그리고 무식해. 단지 엄마 나이의 아줌마들보다 조금 더 알고 있을 뿐이지"

"엄마가 무식하다고?"

 

내가 물으면서 남편을 보니 남편이 대답을 한다.

" 나도 무식해. 사람은 모두 무식한 면도 있고 유식한 면도 있는거야"

" 엄마! 고지식한게 꼭 좋은 것은 아니야. 엄마 나이의 아줌마들 정말 이상한 사람들 정말 많아."

 

두 아들이 모두 사람을 많이 대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직업의 성격상  아주머니들을 고객으로  늘 대하고 있다.  막내는 마트에 와서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하는 아줌마들을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가면서 말했다.  

 

 

술이  적당히 취한 막내는  안방의 이불에 누우면서 말했다.

"엄마! 블로그 해야지.  나 아빠하고 잘께.  내 방에서 블로그 해"

 

다음날  아침밥을 먹으면서 내가 물었다.

"너 어제 엄마보고 무식하고 고지식하다고 하더라"

" 무식하다고는 안했는데"

'나도 무식하다는 소리는 못들었는데" 

 

남편이 맞장구를 쳤다.  부자가 오랜만에 만나서 꿍짝이  맞아서 막걸리와 소주를 마시고 자더니 유리한 것만 기억하고 있었다. 내가 막내보고 책을 안 읽어서 무식하다고 자주 말해서 무식하다는 말이 친숙한 것같다.

 

"괜찮아. 나도 내가 무식한 면이 많은 것을 아니까. 요즈음에는  비슷한 말은  틀리게 알아듣기도 하는데 .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느껴. "

 

막내는 아침밥을 먹은 후  내게 손을 흔들어 주고  서울로 갔다.  술이 취하면 맥주를 또 사들고 들어 오는  버릇이 있는 막내 아들 ,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자주 하지않고 챙겨주지 않아  섭섭하다고 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그동안 3,000번은 했다는 막내아들. 술이 취하면 묻지도 않는 말을 솔직하게 다하는 아들 때문에 나는 이야기를 듣다가 가끔  '하하하 '하고 웃기도 한다. 그러나 취중진담이라고 하지 않는가?  막내는  술김에 진심을  자주 말해주고 있다.

 

"아! 내가 왜 이런 말까지 엄마에게 하고 있을까? 늘 후회를 하면서 ......"

 

 막내는 중간에 그런 말을 중얼거리기도 한다.

 

**이렇게 괴상한 술 버릇을 가지고 있는 아이가 제 아들인데, 친정아버지의 버릇을 유산으로 물려받았으니 어쩌겠어요.^^  장가가면 마누라에게  잡혀살 것은 분명합니다. 하하

어릴 때부터  할 말은 대부분 하게 키워서 우리 집 아이들은 잘 따집니다. 보통 때는 예의가 바른 편입니다.  부모라도  잘못된 부분을  항의하면 인정하고  아이들에게  사과를 하며 키웠습니다.

 

 

 

 

** 후기 : 무식하다는 단어을 엄마에게 써서  이상하신 모양입니다.

저는  사람은 아는 것보다 (유식) 모르는게 (무식)  많다고  자주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겸손해야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거라구요.

우리 막내는 재미있는 성격이고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독서를 많이 하지 않았어요.

제가 막내 아들보고 자주 무식하다고 말해서 그렇습니다.

우리 집에서는 자주 쓰는 단어입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

더 성실하고 진실된  글을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