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자르러 단골 미용실에 갔다. 대전에 이사를 오니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여자에게는 '언니'라고 부르는데 모두 익숙했다. 미용실 원장도 내게 '언니'라고 부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언니! 우리 아들이 중2인데 목욕을 하고 나오면 발가벗고 집안을 돌아 다녀요. 외아들인데 누구한테 물어 볼 데가 없어서요. 너 엄마 앞에서 왜 발가벗고 돌아 다니니? 물어보면 엄마가 자기를 만들었는데 어떠냐고 그러네요. "
"우리집 막내도 중2 까지는 그러데요. 큰 애는 중학교에 들어가서 부터는 욕실 문을 꼭 잠그고 목욕하고 옷도 다 입고 나왔는데...... ^^ .막내도 중3 되니까 사각 팬티만 입고 돌아다녀요. 남편하고 아들 둘이 다 그래요. 사각팬티만 입고 그냥 있어요. 집에 오면. 아들만 있는 집에서는 다들 그런다던데요. 아저씨도 그러지요? "
" 네 .호호호 .엄마는 여자라고 생각을 안 하나 봐요?"
"그래요. 집안에 여자가 없다고 생각하고 팬티만 입고 돌아 다닌다니까요. 옷을 두고도"
" 딸이 있는 집에서는 그런 일이 전혀 없다고 하던데요"
" 그럼요. 오빠하고 아빠가 여학생 앞에서 팬티바람으로 있을 수가 없지요."
" 내가 딸만 있는 친척 집에 갔더니 욕실 장식장에 생리대가 진열 돼 있는게 이상하게 보이던데요"
" 호호호 그렇네요"
아들만 있는 집의 엄마는 생리대를 남편이나 아들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 잘 둔다. 엄마 혼자 여자이기 때문에 옷도 단정하게 입고 있다. 나는 젊어서도 허벅지가 훤히 보이는 옷은 잘 입지 않았다.
위의 사진 같은 차림이 아들들과 남편의 집안에서의 유니폼이다. 잠옷을 사주어도 잘 입지 않는다. 그래도 우리 집 아들들은 위에 티셔츠는 꼭 입고 있다. 나는 남편과 아들들 차림에 익숙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됐다.
며칠 전에 샤워를 하고 벗은 채로 나와서 물기를 닦고 있는 남편에게 내가 물었다.
"당신은 왜 마누라 앞에서 발가벗고 그래?"
" 그럼 누구 앞에서 벗냐?"
" 아! 하하하하 (그런 뜻이 아닌데) 그렇긴 하네. 하하하 "
나는 남편 앞에서 벗고 돌아 다닌 적이 없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 더더욱 그렇지만 활달해 보여도 상당히 소심한 면도 많은 나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미스코리아 정도의 몸매였다면 벗고 돌아다니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봤다. 하하하. 최소한 잠옷차림으로는 있다.
어느 해인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부산에 살 때였다. 시집의 중2인 조카가 수학만 성적이 저조하다고 해서 우리 집에 여름방학 때 한 달간 와 있었다. 내게 수학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나는 중2 조카라도 나의 행동이 조심스럽게 되는 경험을 했다. 문제는 그 조카는 나를 엄마처럼 믿고 샤워 후 사각팬티 바람으로 위의 옷은 입지 않고 맨살로 있는 것이다 . (위의 사진 처럼 , 중2라서 근육은 어림)
나는 순간 당황했으나 위의 티셔츠를 입으라고 말해 주었다, 조카는 집에서 아빠도 자기도 더우면 위의 옷을 입지 않고 있다고 했다. 아 ! 집집마다 다 다르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그 집에는 여동생도 있었다.
남성용 사각 팬티는 새벽에 현관 앞으로 신문을 가지러 나가는 남성들이 반바지를 입은 것처럼 보이게 하기위해서 만들어 졌다고 들었다. 그런데 팬티가 그냥 반바지처럼 입히고 있다. 아마도 아들만 있는 엄마들은 이글을 깊이 공감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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