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일상

아들의 여자친구의 센스있고 독특한 추석선물

모과 2011. 9. 14. 09:29

추석 며칠 전 막내 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집에 홍삼이 있나?"

" 홍삼은 왜? 우리는 홍삼을 안 먹어. 한의사가 고혈압이 있는 사람은 아무래도 좋지 않다고 먹지 말라고 해서. 왜 ? 집에 선물하게? .

 

" 아니  OO이가 집에 선물한다고 해서 , 그럼 뭐가 좋을까?"

"너는 그 집에 뭘 선물을 했는데?"

 

가만히 생각하니 내가  약혼도 안한 아가씨에게 뭘 사달라고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은  경우가 아닌 듯 했다. 내 말을 듣고 막내는 자기가 알아서 한다고 말하고 전화를 끓었다.

 

 나는 이번 추석에는  시아버님의 허락을 받고 서울로 갔다. 제사를 지내지  않는  친정의  큰집엔 추석 당일에 가기로 하고  추석에도 출근하는 막내에게 아침밥을 해주고  도시락도 싸주기로 했다.  추석엔 음식점들이 대부분  영업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막내 아들은  그날 밤  8시쯤  집에 와서   조그만 선물 봉투를 내놓았다.

 

" 엄마! OO이가 엄마 향수를 샀어 . 어디갈 때 뿌리고 가요?"

" 응! 향수?  이것 비싸겠네?"

 

"내가 전에 형이 엄마에게 사준 향수 내가 다 썼다는 말을 기억하고 사주었어?"

"너는 OO이 집에 뭘 해주었는데?"

 

"나는 과일 세트 사서 직접 집에 갖다 드렸어"

" 잘했다. 휴일이라서 부모님도 다 계셨겠네?"

" 응. 갔더니 밥을 차려주셔서 먹고 왔어"

 

 

 

막내는 향수값이  6만원정도 한다고 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었으나 기분이 좋았다. 

 

젊어서 나는 집에서도 엷게 화장을 하고  옷도 단정하고 곱게 입고 있었다.  남편이 그런 아내를 좋아 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가고 굴곡있는  인생길을  걷다 보니 나 자신을 아예 잊고 살았다.

 

어느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예전에 곱고 상냥하던 나의 모습은 어디로 가고 없었다.  거친 풍상에 씩씩하기만 하고 공격적이고 까칠한 내가 있을 뿐이었다. 물론 아무 때나 공격적이고 까칠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꿈꾸던  노년의 모습은 아니었다. 남편과 아들들은 나를 자주 안타까워하고 있다.

 

두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한 후에 부모를, 특히 엄마를  끓임없이 챙겼다.  자기들이 먹어 본 것을  부모가 서울에 가면 꼭 사주었다. 큰 아들은  회사에서 포상휴가로 해외에 다녀올 때면  꼭 엄마에게는  머플러나 지갑을 ,아빠에게는 그 나라 술을 사다주었다.

 

 

큰아들이 여행에서 돌아 오면서 내게 사준 향수를 막내가 집에  있을 때 다 바르고 다녔다.  그걸 기억하고 추석에 향수를 사준 것이 참 기특했다.  막내의 여자친구의 센스가 마음에 들었다.

 

사실 추석에 홍삼이나, 과일, 고기는 누가 사와도 사오고 선물로 들어 온다.  아들의 여자친구에게  추석에 향수를 선물 받은 엄마는 몇 명이나 될까?

 

나는  추석날은  여동생집에서 잤다. 어제  대전으로 내려오는 기차에 있을 때  막내에게 전화가 왔다.

 

" 엄마!  어디야?  향수 가지고 내려가?"

" 대전 가는 기차 속이야. O용아 ! OO이에게 향수 고맙다고  전해라.  그런데 향수를  한 번 선물을 하면 계속해야 한다고 해라. 다 쓰면 ㅎㅎ""

"응 . 엄마 ! 알았어. 어디를 갈 때 향수 꼭 뿌리고 다녀"

 

막내 아들의 여자친구는 맏딸이라서 막내보다 3살이나 어려도 늘 의젓하다. 막내가 직장에서의  어려움을 다 말해도 다 받아 준다. 특히 내 블로그의 글을 다 읽고  나를 무척 좋아 한다고 했다.

 

얼마 전에는  막내가 전화를 해서 엉뚱한 말을 했다. 

 

"엄마! 장어구이 좋아해?"

"왜? 좋아 하는데 무척 비싸서 자주 못먹는데 왜?"

 

"OO가 엄마 사드리고 싶데"

" OO이는  엄마가 어렵다면서? 장어를 사준다고 해"

 

" 엄마! OO이가 엄마를 참 좋아하고 있어"

" 나도 OO이를 좋아 하고 있어. 딸을 키워보지 못해서 엄마가 표현이 서툴러서 그렇지. 예쁘게 만나라"

"예^^"

 

이번 추석은 친정에서  자고 오고 막내 여자친구에게 특별하고 소중한 선물도 받아서 기억에 남을 것이다. 에고, 향수를 사용할 때마다 막내의 여자친구 OO이가 생각이 날 것이다.

 

나는 지혜롭고 총명한 아가씨가 막내의 여자친구라서 기분이 좋다.  참 독특하고 센스있는 선물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 제 블로그에 7~ 9살짜리 초등학생들이 344명이나 방문을 했습니다. 부모님의 지도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