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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 이번 추석에는 친정으로 가겠습니다.

모과 2011. 9. 9. 06:00

 

이번 추석에 친정으로 가야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친정 부모님은 모두 오래 전에 돌아 가시고  큰아버지 한 분이 여동생과 살고 있다. 91세이신데 노환으로  건강이 최악이다.  언제 세상을 떠나실지  모르는데 쓸쓸한 명절을 보내시게 하고 싶지가 않아서이다.

 

아버지와 두 분만 6.25때  월남을 해서 친척이 거의 없다.  조금 있던 친척들도 대부분 돌아가셨다. 큰아버지는 슬하에 자녀가 없어서 큰어머니가 살아 계셨을 때도 쓸쓸한 명절을 보내셨다. 여동생은 어려서 큰집에서  자란 적이 있어서 늘 명절이면 혼자 큰집에 갔다, 독신인 여동생은 큰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바로 큰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나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월요일에 시집에 간다.  우리동네 월요장에서 족발을 사가지고 가서 저녁을 해서 함께 먹고 돌아 온다. 나는 곰곰이 생각을 하다   시집에  갔을 때 시아버님에게 말씀을 드렸다.

 

" 아버님 ! 이번 추석에는 서울 친정에 가고 싶어요. 큰아버지가  몸이 많이 불편하셔서 이번 추석이 마지막 명절이 될지도 모르겠어요"

" 그려.  몸이 많이 불편하시니?"

" 네 대변에 피가 묻어서 나온다고 하네요. 전혀 걷지도 못하시구요"

 

아버님은 쾌히 허락을 해주셨다. 물론 남편은  덕산 시골집으로 시집식구들과 함께 들어간다. 벌초를 하러 두 번이나 주말에 큰아주버님과 함께 시골에 다녀왔다. 선산에 있는 조상님의 묘가 너무 높은 곳에 있어서  길을 만들어 가면서 올라가야했다. 남편은  산에서 넘어져서 엄지 발가락에 멍이 시퍼렇게 들었다. 나는 우직하리 만큼 조상님과 부모에게 효도를 하는 남편이 참 좋다.

 

 

대형유통 대기업의  소형마트의 점장인 막내아들이 추석에도  근무를 하기 때문에  가서 아침밥이라도  차려주고 싶은 것도 다른 이유이다.  큰아들과 막내는 서울에서 함께 살고 있다. 둘다 아침을 먹지 않고 출근을 한지가 오래 됐다.  명절날 만큼 따뜻한 밥을 먹이고 싶다.

 

추석에 못내려 오는  큰아들이 지난 일요일에 내려왔다.  할아버지와 친척들에게 인사를 하고 저녁식사를 대접하고 가기 위해서였다. 큰아들도 나와 함께 외가의 큰할버지 집에 가기로 했다.

 

 

시집 근처의 가오동에 있는 식당에서  할아버지,할머니,큰아빠,큰엄마, 큰고모, 막내 고모할아버지, 막내 고모할머니,  우리 부부,그리고  큰아들이 함께 식사를 했다. 밥을 한끼 같이 먹는 것은 가족을 참 가깝게 하는 것을 우리 가족은 잘 알고 있다. 

 

막내는 9월1일자로 점장업무가 시작이 돼서 시간을 낼 수가 없었다. 한 달에 9일의 공식적인 휴무지만  추석 성수기라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출근을 하고 있다. 우리 가족은 모두  점장업무를 익힐 때까지는  감수해야 할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남편이 큰아들에게  맥주를 어른들에게 반 잔 씩 따라 드리라고 했다.  시집식구의  대부분이 체질적으로 술이 받지 않아서 마시지를 못한다. 큰아들은 유리컵의 2/5 정도 맥주를 따라드렸다.   남편은 운전을 해야하므로 마시지 않았다.

 

큰아들이 식사값을 지불하고 친척어른들에게 모두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남편과 나는 대전역까지 아들을 데려다 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추석 전날 서울로 명절을 지내러 간다. 결혼 후 처음으로 명절에 친정으로 간다. 기분이 좀 이상하기만 하다. 부모님이 계시지 않는 곳이라서 그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