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터뷰

무드 없는 남편과 요리솜씨 없는 아내의 행복한 결혼생활

모과 2011. 8. 20. 06:00

남편의 퇴근 시간이 다 돼서 압력 밥솥에   쌀을 씻어서 앉혀 놓고  가스 위에 얻어두었다. '치카치카' 소리가 들리기만 바라고 작은 방에서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밥타는 냄새가 나는 듯해서 부엌에 가보니 ...... 아이구 세상에나! 이일을 어쩌나?  밥솥이 새카맣게 타서  밥을 새로 할 수도 없었다. 전기 압력솥은 고장이 났는데 서비스센터가 신탄진 근처라고 해서 미루고 있는 중이었다. 너무 멀었다.

 

1. 현모양처의 첫 번째 조건은  상냥함이다.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최대한 으로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 이일을 어쩌지?  밥을 새로 하려다가 그만 밥솥까지 태워 버렸네?  미안해서 어쩌나?  통닭 반 마리하고 생맥주 1000cc 시킬까? 이 시간에  어쩌지?"

 

" 어쩌다 그랬지. 그냥 한 마리를 시켜.생맥주는 시키지 말고 "

 

" 예이 ! 알겠어용.죄송해요^^"

 

남편은 늘 밤 11시 30분쯤 완전 녹초가 되서 집에 들어 온다. 

우리집의 기본 반찬은  시누이형님이 열무김치를 담가주고 시고모님이 밑반찬을 해주셔서 내가 하는 것은 대체적으로 밥과 국,혹은 찌게 뿐인데 오늘 압력 밥솥을 잠그지 않고 밥을 해서 다 태워 버렸다.

 

2. 현모양처의 두 번 째 조건은 경청이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누룽지로도 먹을 수가 없이 다 타버렸다.  34년을 해온 밥도 제대로 못하고 다 태워서 남편에게  미안했다. 

 

"여보! 내가 밥을 태웠다고 했을 때 무슨 생각을 했어?  신경질 나지 않았어?'

" 내 마누라 답구나 생각을 했지. 그런 일로 신경질을 왜 내? 그럴 때도 있지"

 

시집의 텃밭에서 따온 고추를 씻어서 된장과 함께 놓았다.  내가 하도 남편이 좋아하는 고추를 챙겨서  시아버지께서는 텃밭에 심은 몇 그루에서 나는 고추는 우리집에 주고 당신이 드실 고추는 사드신다. 시집의 고추의 매운 맛을  남편이 제일 좋아 하기 때문이다.

 

나는 시집에 갈 때 마다  과일이나 고기 혹은 족발을 사가지고 간다. 음식을 못하니까  사가는 것이다.

 

배달해 온 통닭과 막걸리를  마시며  남편은  하루에 있었던 일을 내게 이야기 해준다. 나는  이시간만은 경청 또 경청을 한다. 

 

 내성적인 남편은 밖에서는 필요한 말만 한다. 집에 와서 내 앞이 제일 편한지 매일 4대강 이야기, 무상급식이야기, 도서관에 납품이야기, 친구들 이야기는 매일 당구에서 꼴찌를 한다는 말을 하고 즐거워한다.

 

내가 남편의 말에 경청을 하는 이유는 내용을 잘 몰라서이다. 사업에 실패를 하기 전에는 나도 '백분토론', ' 뉴스채널' 을 늘 보고 신동아,월간조선을 10년 이상을 구독했었다. 

요즈음은 블로그 하느라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고 남편 말을 경청을 하고 있다. 중간중간  맞장구를 치면서 하하 . 시어머니는 남편이 하도 말이 없어서 "너는 재미가 없이 살거다"라고 하셨었다.

 

 

3. 현모양처의 세 번째 조건은  배려이다.

남편과 나는 매일 밤  늦게  소박한 안주에  막걸리 딱 두 잔 과 소주 한 잔을 마시며 대화를 한다. 그리고 남편은 뉴스채널이나 중국 역사극을 보다 안경을 끼고 잠이 들어 있다.

 

나는  작은 방에서 블로그에 글을 쓰다가 조심스레 안방으로 간다.  남편은 이불에 대각선으로  숏다리를 섹시한 자세로 하고 자고 있다. 나는 남편의 안경을 조심스레 베껴주고  T V도 끄고 방의 불도 꺼주고 온다. 블로그의 글쓰기를 마치면  물론 나도 안방에 가서 잔다.  달게 자는 남편의 모습을 애잔하게 들여다 보기도 한다.

 

 

매일 밤늦게 늦은 저녁을 먹고 자니 아침밥은 당연히 못먹는다. 나는 자고 남편은 샐프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출근을 한다. 자는 아내를 위한 배려로 창문을 닫아 주고 간다. 외부에서 소음이 들어 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4. 곁에 있어서 무조건 행복한 노년의 부부

 

밥솥을 태운 다음 날 점심 때 나는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 점심은 ?"

"아 나 바뻐 ,밥 먹을 시간이 없어"

초등학교 도서관 몇 곳에 책을 배달하고  큰도서관에 '희망도서'를 배달해야 한다고 했다. 

 

"아! 다 먹자고 하는 일인데  콩국수 먹고 가지?"

"아! 시간이 없어. "

"여보! 아내에게는 늘 상냥하게 말해야 돼."

 

남편이 기가막혀서 웃고 있었다. 그러더니 조금있다가  전화가 왔다.

"당신이 먼저 가서 콩국수를 시켜놓지. 내가 은행에 갔다가 바로 갈께"

 

남편 점심 굶기지 않으려고 함께 먹기 시작한 콩국수가 이젠 나도 좋아 졌다. 남편은  바쁘면 하루종일 굶고 일을 하는 나쁜 습관이 있어서 늘 걱정이다. 내가 무엇을 해주어도 남편이 아주 맛이 있게 먹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주로 삼겹살,  닭백숙, 두부부침, 파전등 별로 어렵지 않은 음식을 해준다.

 

남편이 내게 자주 해주는 기분이 좋은 말이 있다.

"여보! 반찬이 부실해서 어쩌지? " 내가 물어 볼 때가 있다.

" 뭐가 어때서 . 좋아요. 훌륭해요" 

 

** 그래서 우리는 알콩달콩 재미있게 수다를 반찬으로 재미있게 살고 있습니다. 저는 무척 상냥하려고 노력하고  , 남편 말에 경청하려고 노력을 하고 , 남편의 식사를 내 나름대로 신경쓰고 살고 있습니다. 부부는 상대방의 좋은 점만 보면 마냥 행복할 수가 있습니다. 단점투성이인 저를 늘 사랑으로 감싸주는  남편이 저는 정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