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터뷰

법륜스님! 남편이 자살한 것이 제 잘못인 것 같아요.

모과 2011. 8. 9. 06:00

 대전시청에서 법륜스님의 즉문즉답이 있다고 해서 시어머니와  시누이형님과 함께 참석을 했다.

 

 나는 불자는 아니지만   강연장에 간 것은  법륜스님의 강연과   인생상담을  현장에서 보고 싶어서였다. 블로거들이 쓴 법륜스님의 즉문즉답이 매우 명쾌하고 마음에 들어서이기도 했다.

 

 강연을 들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님은 포교보다는 사회교육 차원에서 전국을 돌며 강연회를 하는 것 같았다.

 

1, 대전 시청 대강당을 가득 채운  어머니들의 열기

 

 시청 대강당에 도착하니 정토회 대전 회원들이 미리와서  모든 준비를 다해두었다.   입구에 떡과 음료수를  준비해서 오는 사람들에게 주었다.

 

 

나는  강연이 시작하기 30분 전에 도착해서  제일 좋은 자리 3개를  찾아 두었다.  시청 대강당 강단 위의   대형스크린에는 법륜스님의 강연  비디오 테이프가  상영되고 있었다. 

 

큰시누이형님(64세)과 어머니를 모시고 자리에 앉았다.  인공관절을 무릎에 넣는 수술을 한 어머니는 지팡이를 짚고 걸으실 때 마다  "아니고 다리야!' 계속 말했다.

 

정토회에서 나온 불자들이 차분하게 장소 안내를 하고 있었다.,
"핸드폰을 꺼주세요" "앞자리 부터 앉아주세요"  종이판을 들고   여기저기에 서 있었다.

 

사회자가 묵상으로 강연을 시작한다고 했다. 묵상이 끝나니 그사이에 법륜스님이 강단 앞에 서 계셨다.

 

 

2. 일본 지진 문제와  환경문제에 대한 자세한 강연을 했다.

 

 

 

한 20분 정도  법륜스님의  '인본지진과 환경문제'에 대한 특강이 있었다.  그후 미리  질문하기로 한 신자들이 몇가지 질문을 하고  법륜스님의 대답이 이어졌다. 질문을 하는 어머니 중에는 적은 종이를 들고 읽는 분도 있었다.

 

3. 남편이 자살한 것이  자기 잘못같다는 천주교 신자

 

예정된 질문자들의 질문이 끝나고 즉문즉답이 시작됐다.  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싶지 않다고 한 여자분,  108배를 하면서 잡념이 생긴다는 분,  80넘은 친정부모가 매일 원수같이 싸운다는 분...... 법륜스님의 경쾌하고  직설적인 답변이 계속됐다.  중간중간 폭소가 터졌다.   내 옆자리에 앉은 어머니도 즐겁게 웃으셨다.

 

이날 제일 인상에 남는 여인의 질문이 시작됐다.

 

 

"스님 ! 저는 천주교 신자입니다.  남편은 비명문대학교 법학과 출신입니다. 고시준비를  하다 계속실패를 하자 포기하고 하는 사업도 안됐습니다.  여자문제등으로 부부사이도 힘들게 됐어요. 그러다 작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게 마치 제 잘못같아요. 제가 어렸을 때  어느 스님이 저의 집에 오셔서 저를  절로 데리고 가서 여승이 되게 하겠다고 했답니다. 제가 그길을 안가서 남편이 그리 됐나? 하는 죄책감이 생깁니다. 아이들 셋을 데리고 살아 가고 있습니다. 큰아들이 대학 1학년이고 막내가 7살인데,막내는  아빠가 외국에 있는 줄 압니다. 요즈음  아빠를 자주 찾아요"

 

" 남편이 자살을 했어요?'

스님이 직설화법으로 물었다.

 

'네"

"천주교신자가 왜 ?  하느님의 뜻이라고 생각하세요"

" 제가 어려서 스님이 ....."

"그건 다 과거예요. 아이들에게 아빠가 나쁜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지 않지요? 나쁜 아버지의 자식이 잘될 수가 없어요. 아빠가 너무 힘이 든 문제가 있었는가 보다. 엄마가  아빠에게 힘이 못돼줘서 미안하다. 정도로 이야기 해주세요. 남자 필요해요? "

" 아니요"

" 왜요? 남편있는 여자들도 바람을 피는 세상인데 , 좋은 남자 생기면 친구가 돼도 되고 다시 결혼을 해도 됩니다. 자식들에게 엄마에게 좋은 친구가 생겼다고 말하구요"

" ...... . "

 

" 남편은 이미 세상에 없어요. 자기가 선택해서 자살을 했어요. 거기까지 살 운명이라고 생각하세요. 이미 죽은 사람을 잊지못하고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아요.  주님의 뜻이라고 생각하세요. 앞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문제가 더 중요합니다. "

 

 강연을 들은지 벌써 두 달 정도 지났다 . 그러나 법륜스님의 낭낭한 목소리는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듯하다.  멀리에서 뵈어도 맑은 정기가 몸에서 감도는 느낌이 들었다. 법륜스님은  대답을 하는 사이에 유머어를 사용해서 청중들을  긴장시켰다 풀어 두었다 하였다.

 

늘 집에만  계시던 시어머니를  시누이형님과 함께 모시고  법륜스님의 명쾌한 즉문즉답을 듣고 ,대전 시청 20층에 있는 '하늘 정원' 카페에 가서  쥬스를 한 잔씩 마셨다.

 

우리는 가까운 유성온천에서 목욕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시어머니와 시누이형님과 함께 법륜스님의 강연을 들은 것은 어느새 추억이 됐다.  대전에서 또  스님의 강연이 있으면 가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