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교육

20세에 꾼 꿈을 실현하게 된 60세의 봄날

모과 2011. 3. 21. 12:39

 토요일 저녁에 큰형님 집에서 가족이 모여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큰아들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 엄마!  오는 23일에 상여금하고 성과급이 나오는데 ,제가 엄마  등록금 중에  200만원 해 드릴게요. O용이는 100만원 내라고 하면 되요"

 

"왜 ? O용이가  똑같이 150만원씩 내준다 던데? 둘이 똑같이 150만원씩 내주어라. 고맙다. 엄마가  너희들을 30년이상 가르쳤으니 이제 너희들이  앞으로 2년 간  엄마의 등록금을  내주어야 한다"

 

" 예. 알았어요. 우리가 돈을 모으는 것 보다 엄마를 밀어주는 것이  더 빠를 것 같아요"

 

1. 서류전형으로  서강 방송아카데미 드라마 기초반에 합격

 

저는 20살부터 꿈꾸던 소설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시골학교 교사를 하면서 그냥 쓰고 싶은대로 썼어요. 원고지 1,200매를 채워서  여성동아 "장편소설공모" 에 응모했습니다. 

 

 뜻밖에 34편의 응모작 중에 본선 8편에 들어서 심사평도 여성동아에 나왔습니다. 객주의 김주영선생님과 "젊은 느티나무"의 강신재 선생님이 평을 해주었습니다.

"서술은 명석하나 구성이  부족하다"

 

저는 대학에서 과학을 전공해서 그때까지 글쓰기를 배운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때 결심을 했지요.

 

"언젠가는 소설가가 되리라"

 

* 방송아카데미가 있는 서강대학교전경

 

그러나 결혼을 하고  자녀교육에 성실했고  직장생활을 해서 저를 위한  투자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자아 실현의 욕구를  독서와 영화감상으로 풀었습니다.

 

12년간 한동네에서 책대여점을 하면서 오전 11시 부터 밤12시 30분까지 혼자 상점을 지키며 책을 읽었습니다. 주로 소설과 자전적 에세이를 많이 읽었습니다.

 

상점에 놓인  T V로 드라마와  예능, 대중음악을 많이 보고 들었습니다. 

 상점을 주로 찾는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12년을 그렇게 하니 아이돌 스타들은 자연히 알게 되고 드라마를 보는 눈도  20대 눈높이와 비슷해졌습니다.

 

저는 우연히 블로그를 만들게 됐고 블로그는 저의 글쓰기의 연습의 장이 됐습니다. 그냥 글을  쓰는 동안의 몰입이 좋아서 만 5년을 했습니다.

 

2006년에 책대여점을 그만두고 전국의 대학을 돌며 책을 팔았습니다.  학생수 20,000명이상의 지방의 대표 국,사립대학에서 순수한 대학생들과 참 많은 대화를 했습니다. 그들과의 대화에 세대차이라는  걸림돌은  없었습니다.

 

출장 가는 대학 현장의 이야기를 블로그에 썼습니다. 나도 모르게 교육채널 1위가 돼 있었습니다.

 

 

대전으로 이사를 오고   블로그에 올인을 하게 됐습니다.  두 아들이 졸업을 하고 서울에서 같이 살면서 저만의 시간이 온 겁니다. 저는 컴맹수준이라서 제 부족한 점을 채워 갔습니다.  성실과 노력을 다 했습니다.

 

블로그는 제게 참 큰 성취감과 기쁨을 주었습니다. 우수블로그, 황금펜, 그리고 2010 다음뷰 블로그대상 시사채널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2.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나를 믿어주는  가족들

 

나를 믿어주고 적극적으로 밀어 주는 사람들은  남편과 두 아들입니다. 가족을 위해  꿈도 포기하고 묵묵히 열심히 살아 온 아내와 엄마를 고마워 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해 주었습니다.

 

제가  오랜 꿈인 소설가에서 드라마 작가로 바꾼 것은  드라마가 사람들에게 더 큰 영향을 주어서 입니다. 베스트셀러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 지는 것도 그 이유입니다.

 

 

 블로그로 작년에 시사채널 우수상을 받고 저는 자신감이 좀 생겼습니다. 저는 가족들에게 방송아카데미 드라마 작가반에 다니고 싶다고 했습니다.  모두 찬성을 하고 기뻐해 주었습니다.

 

일주일에 한번 서울에 가서 3시간 씩  24강을 공부하는데 등록금이 300만원입니다. 가족들은 모두 격려를 해주면서 저를 믿어 주었습니다.

 

" 엄마는 언젠가 크게 한 건 터트릴 것 같으니 형! 우리 밀어주자!'

 

우리 집 막내가  큰 아들에게 한 말입니다.

 

남편은 제가 무언가 열심히 도전하는 모습이  좋고 아들들에게도 큰 자극이 된다고 합니다.시집식구들도 모두  크게 축하해주며  격려를 하고 있습니다.

 

3. 20세에 꾼 꿈을 실현하게 된 60세의 봄날

 

저는 4월부터 매주 목요일 대전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에 드라마 작법을 배우러 다닐 겁니다. 모교가 있는  지하철 대흥역에서 내려 8분정도  걸어서 아들의 모교인 서강대학교 곤자홀에서 강의를 들을 겁니다.

 

 

아마도 교수님도 저보다 나이가 적을실 겁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부터 마음이 설렙니다. 서강대학교 도서관증도 발급 받고  저는 큰아들이 다녔던 캠퍼스 곳곳을 다녀 볼 겁니다.

 

큰아들이 늘 있다고 한 도라지(도서관 라운지)가 어딘지 가보고 봄부터 꽃이 피고지는 아름다운 캠퍼스를 거닐며 작품을 구상할 것입니다.학교에 가자마자 큰아들에게 큰 사랑을 주셨던 기숙사 사감수녀님을 찾아 뵙고 인사를 드릴겁니다.

 

 

블로그를 처음 시작할 때 처럼 가장 낮아져서 겸손한 마음으로 강의를 듣고 숙제를 하고 견학을 다닐겁니다. 차근차근 배워서   평생소원이었던 글을  제대로 쓰고 싶습니다.시청자들의 마음이 따뜻하게 차오르게 하는  감동적인 드라마를 쓰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제 꿈을 포기 하지 않았더니 40년만에 기회가 왔습니다.

20011년 봄은 제겐 축복받은 봄입니다.!!

 

* 엄마의 꿈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밀어주고,앞으로 2년 간 등록금을 내주겠다고 한 두 아들에게 고맙습니다. 최선으로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교육코너 베스트로 선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열과 성을 다해서  글을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