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일상

내 남편의 특별한 효도 방법

모과 2010. 9. 6. 06:30

매주 남편을 따라서 시골집에 다니다  깨닫게 된 점이 많다.

가서부터 올 때까지 막노동도 그런 막노동이 없을 정도로  심하게 일을 하고 온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7년 째  거의 매주 계속되고 있다.나는 대전으로 이사하고도 발목치료를 12개월 해서 함께 못 다녔다.

 

33년을 같이 살아온 부부이면서 남편을 너무 몰랐다.

 

1.  자기 할 일을 변함없이  묵묵히 계속한다.

 

130년된 시골집을  고치기 시작한 7년전 부터 남편은 부산서 5년을 대전의  시집에 가서 아버님을 모시고 덕산 시골집에 다녀왔다.  그 당시에는 대전 과 당진간의  고속도로가  완성되지 않아서 왕복 10시간이 걸렸다.  큰아주버님 내외분과 큰시누이 내외분이 거의  동참했다.( 이 내용은 블로그에 몇 번 소개 됐었다)

 

 남편은  벌초를 하러  토요일 아침 일찍 덕산 시골집에 내려갔다. 나는  서울 동생집에 있다가  오후 4시쯤 홍성역에 도착을 했다. 마중을 나온 분은 큰 시누이 형님의 남편인  안산 아주버님이었다.

남편은    덕산에 도착 하자마자  선산 꼭대기에 있는 산소 10곳을 벌초하러 큰 아주버님과 제초기를 하나 씩  들고 올라가고 없었다.

 

오후 6시가 넘어서 두 사람은 완전히 기진맥진해서 내려왔다.  산에 길을 만들며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더 힘이 들었다고 했다. 얼마나 땀을 많이 흘렸는지 몸에서 쉰 냄새가 푹푹 날 정도였다.

저녁은 내가 제주도에 주문한  블로그 이웃 스타님의 오겹살 구이와 덕산 막걸리로 먹었다. 추석 선물 대신으로  미리 시골집에서 해 먹었다.

 

 남편과 아주버님들은  고단한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큰동서 형님은  쑥 개떡 가루를 반죽해서 35분씩 두 번 쪘다. 두 번 개떡과 송편을 찌고나니 밤 12시가 다 됐다.

 

 지난 번  폭우로 찰 옥수수들이 다 쓸어져 있었다. 돌담 밑의 잡초는 안산 아주버님과  두 형님들이 벌초를 했다. 나는 사당 앞의 잔잔한 잡초를 앉아서 뽑았다.

 

지난주 부터 돌담 밑의 잡초를 뽑기 시작한 큰형님은 허리 디스크 수술을 했는데도 시골에만 내려오면 잡초를 뽑곤한다.  큰동서는 아침에는 허리가 아파서 제대로 일어 나지도 못한다. 돌담 밑이 아주 깨끗하게 정리가 됐다.

 

 형님들이 벌초를 하는동안 나는 젖은 수건을 모아다 세탁기에 돌리고 ,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휴지들도 주어서 아궁이에 넣고  화단에 풀도 뽑는다. 요리를 안하는 대신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내 몫은 확실하게 하고 온다.

 

 

2. 땅벌집을 건드려서 일어난 소동

 

 내가 사당 아래의 잡초를 뽑고 있는데 갑자기 큰형님의 외마디 비명소리가 들렸다.

 

아이쿠~ 아야! 아야~

 

나는 놀래서 형님에게 다가 갔다. 수돗가에서 발을 씻어 내리고 시누이 형님이 입으로 큰형님 발등을 입으로 독을  빨아냈다. 다시  약수물로 발을 씻어내고 다시 한 번 발등을 입으로 빨아서 독을 빼냈다.( 나중에 사진을 찍을 걸 하고 겨우 생각을 했다)

 세 분이 홍성 의료원으로 차를 타고 급히 갔다.

뱀 껍질도 있어서 뱀에 물렸을 수도 있고 땡벌에 물렸을 수도 있다면 걱정이 많았다.

한 시간 후  시누이 형님에게 전화가 왔다.

응급조치와 파상풍 예방 주사도 맞고 돌아오고 있다고 했다. 

 

모두 긴장이 풀려서 다시 일할 의욕도 없었다. 안산 아주버님이 긴 장화를 신고 가서 마져 일을 하다 보니 땅벌 집이 있는데 지난 밤 비로 한 두 마리만 날아 올라 와서 형님의 발등을 물었던 것이다.

정말 큰일 날 뻔했다.

 

3. 아 ! 내 남편 !

 

나는 새벽 2시 대전집에서 이글을 쓰며 잠시 눈가에 물기를 느낀다. 40대의 힘들고 고달프고 외로웠던 우리 가족들의 생활이 떠올라서이다. 그리고 내 인생의 위기와 고난과 육체적인 고통까지 함께 쓰나미 처럼 몰려왔던  짙은 잿빛 색깔이었던 40대가 떠오른다.

 

공부만 했던 남편이 세상 물정 몰라서 겪어야했던  실패의 연속이 12년이었다.

 

빵 두어개와 형님이 찐 개떡과 송편을 가지고  가파른 산등성이가서  벌초를 하고 와서 다시 마당에 수북한 잡초를 제거하는 남편의 모습이다. 언제나 그렇듯 내가 사진을 찍는 줄도 모르고 열심히 일을 한다. 도대체 저 남자는 뭘 생각하고 저러고  있을까? 늘 코백이도 보이지 않는 사람들도 있는데 ... 오늘 나는 내 남편이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존경심이 우러나는 것을 느꼈다.

 

남편의 정성으로 우리 아들들은 잘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남편의 효심이 자랑스럽다.

 

이 여인네들이 두 형님들이다 (시누이형님63세, 큰형님66세) 점심먹은 지가 얼마 안되서 두분이 비빔국수를 하고 있다. 나는 그 사이에 벗어 논 옷들을 세탁기에 넣고 돌리고  안 채 부엌의 큰 냉장고에  있던 오래된 음식들을 버리고 난 빈 통들을 설걷이 했다.

 

 

 

제초기에 기름이 남았다고 사당 뒤까지 모두 풀을 깍아 내고 있는 남편의 우직한  모습, 고집 세고 잘난 척하고 융통성도 없지만 그 모두를 상쇠할 진실이 있다. 그게 제일 좋은 점 아닌가?

남편 자랑은 팔불출이지만  7년을  거의 매주 변함없이 이러고 있는  남편을 자랑 할만 하지 않는가? 더 큰 장점은  본인이 즐겁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돈이 없으니 몸으로 때운다.  그것이 또한 내 아들들을 위한 일이다. ..."

 

남편이 내게 돌아오는 차에서  한 말이었다. 나는 친정에서 맏딸이고 부모님이 두 분 다 일찍 돌아 가셔서 친정은 명절에 가지않았다.  올케들이 다 친정에 가기 때문이다. 친정 조카들에게 외가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태풍으로 날라간 천정을  오늘 밤 다가 올 태풍을 막기 위해서 손을 보고 있는 이웃집 할아버지의 모습이다. 너무 인상적이라서 한장 찍었다. 

늦게 일을 마친 남편 덕에 불은 국수를 둘이 먹고 마른 빨래를  개어서 정리해 놓았다 

 

4. 아들들에게 온 전화

 

국수를 먹으려고 하는데 큰아들에게 두 번째 전화가 왔다.  큰애는 오늘 자격증 시험을 한꺼번에 8개를 봤다. 매주 말마다  모교의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했었다. 아까는 끝났다고 전화를 했었다.

" 엄마! 나 오늘 시험도 못보러 갈 뻔했어."

"왜?"

" 핸드폰 밧데리가 다 된지도 모르고 잤는데 회사 여직원이 시험 잘 보라고 문자를 해주어서 그 문자오는 소리에 잠을 깼어요"

" 오! 고맙구나. 밥 한끼 사야겠다"

'그래서 합격하면 밥 사준다고 했어요"

"얘는 합격이든지 불합격이든지 밥을 사야지. 얼마나 고맙니? 너 아빠가 오늘 정성껏 벌초해서 너희들 잘 될거야"

" ........^^"  큰아들의 조용하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잠이 올까봐 예산, 공주 휴게소에서 다 쉬면서 대전집에 도착하니 밤  10시였다. 그때 막내에게 전화가 왔다. 막내도 아까 서울에는 비가 무척 많이 오는데 시골은 어떠냐고 전화가  왔었다.

" 엄마! 어디야?"

'지금 방금 집에 도착했어"

"전에 있던 지점의 과장님에게 전화 왔는데 나를 서울로 보낸 것 후회한데"

그래 엄마는 그럴 줄 알았어. 네가 일은 확실하게 하잖니? 네가 국립대학에서 배운게 대단하다고 생각해."

' 그래 . 엄마 ! 나 나중에 대전으로 도로 가려면 잘 될 것 같아" 

" 그래도 형하고 함께 서울에서 많이 배우고 와. 이모집에도 자주 들리고 .. 고생이 많지 ?"
"예 엄마! 쉬세요."

"그런데 막내야! 아빠가 오늘 산소 많이 벌초해서 너희들 복 받을 거야. 아빠 오늘 무척 고생하셨어"
" 엄마! 아빠가 벌초했는데 왜 우리가 복을 받어?"

" 조상에게 잘했으니까  자식들이 복을 받지"

"아아~"

 

** 가진게 없고 마음만 진실하게  살려고 하는 우리 부부는 인과응보 , 사필귀정,고진감래를 믿고 삽니다.  경제적으로 자식들에게 물려줄 게 없으니 둘 다 몸으로 때우고 있습니다.어쩌면 그것이 돈보다 더 귀중한 유산이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돈이라는 것은 그리 믿을 것은 못 됩니다.

성실하고 진실된 분들이 가족임을 늘 고맙게 생각합니다.

가족 모임에 전혀 참석을 안하는 분들은 왜 그러는지 저는 이해가 안됩니다. 남편말로는 모자란 사람들끼리 그냥 열심히 하면 된다고 합니다. 저도  많이 모자라는 사람이므로 남편 말에 동의 합니다.남편이 부모에게 잘못하면 저는 더 힘이 들 것 같습니다.

두 주 연속 벌초를 하러가면서  큰 것을 깨달았습니다.

 

 *  블로그 메인 ,일상다반사 코너 베스트로 선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더 열심히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