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덕산 시골집

이 사람이 어따 대고 내 남편한테 ...

모과 2010. 8. 13. 06:30

시골집에서 있었던 일이다. 

큰동서 형님과 점심식사 준비를 하고 있는데  밖에서 씨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시집온지 33년이 됐어도 형제간에 큰소리 한 번 들어 본 적이 없는데 뭔 일인가 싶었다.

 

어! 그런데 목소리를 들어 보니 남편의 흥분한 목소리였다.

자세한 내용은 안들리는데 남편이 몹시  화가 나서 목소리까지 더듬거렸다.

 

*시골집 주방 뒤에 보일러가 설치 돼있다. 

 

얼른 밖으로 나가 보니  출장나온 보일러 기사하고 남편이 언성을 높이고 싸우고 있었다.

 시골집은 주말마다 들어오는 별장처럼 사용하는 집이다. 

여러 사람들이 사용하다 보니 보일러를 사용하는 방법을 모르거나 잘못 눌러서 고장이 가끔 났다. 

 

자세히 내용을 들어 보니 수리비 70,000원정도를 남편이 카드로 계산하자고  한 것이 싸움의 원인이었다.

 

"이분이 화를  잘 내지 않는 분인데  왜 그러십니까?'

 

" 아니! 말이 그렇잖아!  카드로 계산을  못하겠으니  보일러 부품을  뜯어 갈테니 다른 데서  설치 하라는게 말이 되냐구"

 

 확실한 자기 편이 오자 남편이 내가 묻는 말에 언성을 높이며 대답을 했다.

 

" 아니 무슨  말씀입니까?  하다 못해 통닭을 시켜도 다 카드기 가지고 옵니다. OO 보일러면 국내 제일의 보일러 회사 아닙니까? 카드 결제가 왜 안됩니까?"

 

" 우리 대리점에서는 카드기 가지고 다니지 않아요."

 

막내 아들 또래의 청년이 입이 툭 튀어나와서 퉁명하게 대답을 했다.

"우리도 장사를 하지만 꼭 카드기 가지고 다닙니다. 여기 모두 연세 많으신 분들이신데 젊은이 태도가 그게 뭡니까?"

나는 정색을 하고 따졌다.  말해보고 상식적인 사람이면 내가 가지고 있는 현금을 주려고 했었다. 모두 할아버지,할머니들이니까 완전 무시하는 태도였다.

 

 막내 아들과 대화를 하며 들었다.

우리가 자랄 때는 어른은  무조건  공경해야 하는줄 알았는데 ,요즘은 나이가 많이 들었으면 우선 무시하고 대한다고 했다. 이해도 잘 못하고 엉뚱한 소리들을 하니 짜증이 날때가 많다고 했다.. 실제 억지스럽고  대화도 되지 않는 진상 고객들은 다 나이든 사람들이라고도 했다.

 

 

 

** 작업을하고 있는 큰아주버님과 시아버님의 모습

 

" 우리는 카드기 사용하지 않으니 마음대로 하세요"

 

"좋아요 띁어 가세요. 사진 찍어서 블로그에 올려도 되지요? 나 파워 블로거입니다""

 

와!   "나 이대 나온 여자야' 이후 최고의 대사가  될 듯 했다. 쿄쿄쿄.^^

 

출장 기사의 표정이 급하게 당황 모드로 바뀌었다. 그리고 혼자 중얼거렸다.

 

" 무섭게 나오시네요"

 

 그는 갑자기 겸손한 표정으로 설명을 시작했다. 예산에서 멀리 출장을 왔고  어쩌고 하면서....

 

" 이분에게 정중하게 사과를  하세요.  제 남편이예요.우리 막내 아들 또래 밖에 안 됐구먼. 대충하지 말고 정식으로 사과를 해요. 보일러를 띁어서 가지고 간다니 말이 됩니까"

 

내 태도를  남편과 아주버님(68세) 막내 고모부님(71세) , 홍성고모부님(78세) ,아버님(88세) 모두  아무 말없이 지켜 보고 있었다.

결국 청년은 사과를 했고  시골 마을을 출장다니며 생기는 애로 사항을 말했다. 아주 겸손해졌다.

 

 그때 남편이 갑자기 그 청년에게 다가 가서 어깨에 손을 얻고  내일 나가면서 예산 지점에 들려서 카드로 결제 하겠다고 했다. 둘이 대문으로 나가더니 소곤소곤  다정하게 말하고 청년은 공손히 인사를 하고 떠나는게 보였다.

 

아 ! 참을 게 따로 있지 어따 대고  내 남편한테 함부로 대하냐구! 그걸 보고 내가 가만있으면 바보지. 그게 마누라냐? ..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을 했다.

자기를 위해서 시원하게 해결해주었구만  ..에구 인자한 척은 ...내 남편이 저런 남자다.

 

어제 시골집에 내려 오면서 비료도 남편이  샀다. 수중에 현금이 좀 부족했었나 보다. 모두의 집이라고 아버님이 선포를 하고 나서 "주인의식"을 가진 사람이 없어서 모든게 좀 헤픈 편이었다.

모두 작업복을 입고  일하던 중이어서  더 무시했던 것 같다.

 

 

다음 주에 큰아주버님이 현금으로 카드로 결제한 값을 주었다.

그날은  내가 블로그를 한 후 제일 폼 있게  자랑을 한 날이었다. 정말 고마운 블로그이다.

 

 

 ** 블로그에 글을 원없이 쓰고 있고 , 가끔 영화 이벤트에 당첨되서 큰동서 형님하고  영화관에 갈 수도 있습니다. 블로그 기자단이 되서 대접도 받고 , 원고료도 받아서 용돈은 됩니다.

 

이제 재택 근무같은 수입도 준다고 합니다.

앞으로  더욱 진실되고 성실한 글을 쓰겠습니다.

 

다음 블로그는 이제껏 제게 자랑이었습니다. 앞으로는 제가 다음 블로그의 소중한 보석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때 까지는  철저히 제 몫의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그 과정을 생각만 해도 저는 너무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