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터뷰

경제력보다 절실한 노후 대책을 아시나요?

모과 2010. 7. 10. 06:30

동네마다 노인 요양 병원과 노인 요양센타가 생기고 있다. 낮에 버스를 타고 시내에 나가면 온 거리가 노인들로 넘쳐난다.  주로 할머니들이다. 시장으로,,복지관으로 ,자식들집으로 ,유성온천으로 할머니들은 구경다닐 데가 많다.  할아버지들은  주로 공원에 모여서 서로 말들도 안하고 그냥 우두커니 앉아 있다.

 

흔히들 나이가 들면 시설좋은 실버 양로원에 가서 살겠다고 말한다.

시설좋은 양로원은 뒤로는 산이 있고 앞에는강이 흐르는 경치가 좋은 곳에 있다. 모든 운동기구와 의료진도 대기하고 있다. 그러나  미처 생각들을 못하고 있는게 있다. 연세가 많아서 함께 하던 노인들이 세상을 떠나는 슬픔을 어찌 할 것인가?  영양가 있는 좋은 음식을 먹고 살지만 그날이 그날인 단조로움을 어떻게 할 것인가?

 

  경제력과 건강 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음을 보여 주고 싶다. 주말마다  남편이 형제들과 아버님이 들어가는시골집의  모습니다.  7년째 매주 가서 고친 아름다운 합작품의 모습이다.

 

 * 시골집 바로 앞의 논에는 벼들이 사이좋게 자라고 있다.

 콩밭 매는 여인들과  멀리  보이는 콩을 따는  아버님의 모습이다. 큰동서 형님(66세). 큰시누이 형님(63세).그리고 나 (59세) ,이 모습이 보톡스 맞고 화장 예쁘게 하고 명품으로 휘감고 싸돌아 다니는 여편네들보다 아름답지 않은가?

 

 태국수상 같은 옷차림으로 밀집모자를 쓰고 콩을 따고 계시는 시아버님(88세) 의 모습에서 처음으로 남편의 모습을 발견했다. 며느리들과  딸은  들깨를 심으려고 콩밭을 매고 캐논 콩을 아버님은 소쿠리 수북히 따고 계신다.  우리 친정 아버지도 살아 계시면 88세인데..... 

 

 유난히 옥수수를 좋아하는  큰동서 형님은  일찍감치  돌담 밑에 옥수수를 심어 놓았다. 지난주에도 돌담밑과 텃밭의 풀을 뽑았다. 집에 돌아 가서 방광염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고  큰 아주버님이 웃으셨다.

 

시집에서 큰아주버님과 나만 성당에 다닌다. 주일마다 시골집에 가서 주중미사를 못드렸다.

" 저는 나이롱 신자예요. 신부님 뵙기 죄송해서 다른 성당에 가서 고해 성사를 해야겠어요"

아주버님도 주일에 미사에 참석을 못해서  다음 주에 고해 성사를 해야 한다고 웃으셨다.  그러더니 갑자기 내게 질문을 했다.

" 닭이 먼저예요?계란이 먼저예요?'

" 잘 모르겠어요"

" 무식한 신자네. 닭이 먼저지. 태초에 하느님이 만물을 만드셨다고 했잖아요? 교리 시간에 뭘 배웠어요?"

" 아 ! 저는 교리 시간에 그런 것은 배우지 안았는데  정말 그러네요. 성경을 많이 읽었는데 그걸몰랐네요. 호호 하느님이 계란을 만들지 않고 닭 암수 한 쌍을 만드셨겠네요" 우리는 모두 함께 웃었다.

 

 

 

 남편과 큰 시누이  아주버님이 수레로 날라서  마당에 깐  작은 돌들을 뚫고 잡초는 뚫고  올라 와서 씩씩하게 자라고 있다. 밑에 두꺼운 비닐을 먼저 깔고 돌을 깔았는데도 ...놀라운 잡초의 생명력을 보면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된다. 

 

 

 

돌담밑에 연산홍 2,000그루도 다같이 심었다.   장독대 밑의 마당에도 수레로 돌을 날라서 깔았다. 매주 조금씩 한 일인데 다 정리가 됐다.

 

 

 

추석날 차례와  시제를 지내는 15평 사당옆의 돌담밑의 작은 텃밭을 만드느라고 무거운 돌은 수레로 옮겨서 땅에 심고 있는 남편과 아주버님들.온몸이 땀으로 바지까지 다 젖었다. 나는 저 텃밭에는 해바라기나 코스모스를 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남편은 무지 할만큼 열심히 일을 한다. 저 끝도 없이 나오는 효심은 어디인가?  하긴  부모에게 효도를 안하는  남편과는 나도 살기 싫다.

돌담 밑의 보리밭은 어느새 추수를 해서 집집마다 공평하게  나눠주었다.  이제 들깨를 심어서 또 추수를 하면 들기름을 두 병씩 주겠지.

 

 

 동네 이장님 밭에는 비둘기와 참새 등살에 벌써 허수아비를  세 명이나  보초를 세웠다. 책임감이 강한 이장 허수아비는 노란 비옷을 입고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서 있었다. 사진을 찍으러  무심코 다가가니 후드득 한무리의 참새 떼가 날아서 멀리 도망갔다.

 

 

 파란 보리물결이 넘실대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추수를 끝내고 들깨를 심을 거고 그다음에는 김장배추를 심을 것이다. 자연은 그래도 인간보다 변덕스러지는 않다. 비교적 순리 대로 살아 가고 있다.

 

 

오랜 병환중에 계시던 작은 아버님의 80세 생신을 일요일 오후 12시에 시집 동네 가까운 음식점에서 했다. 시골에서 아침을 먹고 단체로  대전의 식당으로 갔다. 장수 집안의 모습이다.  좌측 안은 순서대로  서울 시고모님 (86세), 작은 어머니 (81세) 작은 아버님 (80세) , 아버님 (88세), 홍성고모부님(78세)...오른 쪽 첫번째  큰 아주버님, 작은집 큰조카가 아들을 할아버지에게 보여주고 있다. 종손을 보셨다. 

 

 이 좌석은  아들, 딸, , 며느리 사위 세대들이다. 큰아주버님보다 한살 위인 막내 고모님(70세)는 늘 우리 쪽에 앉으신다.

 

 

 노후에 자식들만 보고 있기엔 너무 실망의 요소가 많다. 며느리가 죽을 끓여 먹든지, 밥을 해 먹든지 지들이 알아서 살 일이다. 남편과 함께 시골집에 갈 수 있어서 다행이다. 가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어서 고맙다

.

 나의 친정부모가 너무 일찌 돌아 가셔서  내 아이들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를 불러 볼 수도 없이 자랐다.시집식구들이 많아서 우리 아이들에게 정을 줄 수 있는 어르신들이 많아서 정말 다행이다.

 

주말마다 모여서 쑥개떡도 쪄먹고, 모시조개도 자루 째 사다  국도 끓여 먹는 생활이 좋다.사랑방에 장작을 때고 황토방에서 푹 자고 나면  모든 피로가 풀어진다.

 

경제력도 ,여행도 좋겠지만 노후를 함꼐 보낼  형제가 많은 게  내가 받은 가장 큰 축복이다.내가  가는 곳에 갈등보다는 작은 미소라도  피어나길 소망하면서 살고 있다.

 

** 정 많고 조용하고 배려심많은 분들을 위해서 나는 뭘 해드려야 할까요?  늘 신세만 지고 살아온 세월입니다. 이제는 내가 조금씩  갚아 가면서 살고 싶습니다. 앞으로 살아 갈  세월이 20년은 될까요? 시집으로 보면 더 남았고 친정으로 보면  10년정도 남았네요.  집착과 욕심을 덜어 내면 좀더 많은 행복을 가질 수가 있더군요. 늘 생기는  갈등도  삶에  활력을 주고 있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나 그날까지 지금 이대로  화목하게  살고 싶습니다. 전혀 참여 하지 않는 형제들도 함께 하도록 노력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