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독서리뷰

노희경 소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모과 2010. 5. 12. 09:47

어제 신문에  10년후 2020년을 빛낼 100인중,"자유로운 창조인 부분" 에 노희경(44세 작가)이 선정 됐다.

우연의 일치일까?마침 나는 노희경 소설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다 읽은 시점이었다.

노희경이 선정 된 것은 당연하다.

6/11 VIP 특별시사회

그는 굴곡되고 파란만장하고 변화무쌍한 삶을 살아 왔다. 드라마 작가로서  정신적인 경험의 축적이 많은 부자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그의 드라마는 진정성이있고  대사는 가슴을 후벼파고 들어 온다.나는 노희경이 아주 좋다. 그의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넓은 이해가 좋다.

그는  인생에 대한 시선이 총명하고 정확한 편이나 교만하지 않다. 그의 작품의 인물들이 모두 정이 많고 착한 것도 좋다.

 

노희경의 드라마는 독특한데가 있다.

아주 오래전에 "화려한 시절"이라는 드라마는 내게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드라마 내용도  아주 친근하게 다가왔고 못생겼으나 상당히 매력적인  류승범도, 공효진도 신선하게 다가 왔다. 저  아이들이 어디에 있다가 갑자기  T V에 나오게 됐나 신기할 정도로 연기를 잘했다.

나는 류승범과 공효진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를 다 보는 팬이 됐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그후 노희경은 수많은  주옥같은 드라마로  나의 감성과 이성을 자극시켰다.

특히  사람의 마음을 찌르는 대사가 늘 압권이었다.

 

 

화제의 단막 드라마였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내가 직장에서 늦게 퇴근을 해서 미처 못봤다.그래서 선입견없이 소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읽을 수 있었다.

 

소설 말미에서도 밝혔듯이 주인공 인희는 노희경 작가의 어머니가 모델이다.

물론 소설 속의 인희같이  의사부인이 아니었다. 경남 함양의 시골에서 7남매를 기르며 죽을 고생을 하고 살다 암에 걸려서 59세에 건조한 죽음을 맞이한  시골 여인이다.

 

내 나이도 59세이다. 내 어머니는 45세에 교통사고로 그 자리에서 갑자기 돌아 가셨다.

순식간에 맞이한 이별을 치루며 나는 사람의 일생이 참 덧없고 죽음과 삶이 연장선 상에 있음을 깨달았다.25세의 처녀가 깨달은 진리는 너무 크고 거창한 것일 수 있다.그런데 갑자기  없어진 어머니를 보며 절절히 깨닫게 된 사실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는 진리 앞에서 ,내 어머니의 갑작스런 죽음 앞에서 내가 통곡을 한 것은 너무갑작스런 일이라서 차마 ....엄마에게 효도를 못한 한이 너무 커서 한없이 울었다. 어머니의 죽음보다 그게 더 크고 한스러웠다.

 

 ** 드라마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의 주인공 인희역을 한 나문희 씨**

 

집집마다 암환자와 치매 환자가 거의 다 있는 현실이다.

4,50대 주부들이 모이면 종종하는 말이 있다.

" 치매는 끝이 없어요. 오히려 당신은 정신줄 놓아서 스트레스가 없어요. 가족들이 힘들어서 일상생활을 못할 지경이지요."

 

주인공 인희는 갑자기 말기암 판정을 받고 한 두 달 정도 살다 죽는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와  무능한 의사 남편과 유부남과 연애질하는 철없는 27세의 딸년과 3수를 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막내 아들. 친정 피붙이라고 하나있는 남동생은 놀음쟁이이다.

모두 엄마의 보살핌이 필요한 가족들이다.

신혼초부터 구박을 심하게 하던 시어머니는 치매까지 걸려서 평생을 힘들게 하고 있다.

참고 견디고 착하게 알뜰하게 살아온 그녀가 암에 걸린 것은 스트레스 때문 같았다.

일생을 스트레스 속에서 살았으니 어쩌면 암에 걸린 것은 당연한 듯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미운정 고운정 다 들은 시어머니가 걱정되서 같이 가자고 울부짖으며 이불을 씌워서 죽이려하는 장면은 깊은 공감과 함께 눈물이 쏱아졌다.

 

소설속에서  인희는 일산 호수가에 그림 같은 집을  지어놓고 단 하루 살고 죽는다.

가족은 내가 내 엄마에게 그랬듯이 엄마에게 해준 것이 없는데 갑자기 죽는다는 사실이 더 당황하고 한스러워한다.

아내와 엄마의 죽음을 알고 철이 나는 식구들의 모습은 나와 내 가족들의 모습으로 오버랩되면서 글을 읽었다.

 

내게 갑자기 인희 같이 죽음이 다가온다면 나도 주인공 엄마처럼 평범한 일상을 살겠다.

그리고 어느날 자다가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희처럼....

단 한 사람 남편 !

남편이 마음에 걸릴 것 같다. 착하고 세상 물정 모르고 성실하게만 한 남편이 한이 될 것 같다.아들들은 이미 제 부모를 돌 볼 자세가 돼 있을 정도로 성장했고 배우자는 알아서 잘 찾을 것이다.

 

 

나도 작가가 한 말을 그대로 해주고 싶다.

 

" 세상이 무섭다고 지레 겁먹지 마라.

너희 부모도 즐거이 살아온 세상이다. 세상은 너희의 생각보다 ,훨씬 아름답다.

겁내지마라. 사랑한다."

 

노희경의 공감 가정소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에서 인희는 추운 겨울에 죽는다. 나는 만약 죽을 시기를 선택할 수 있다면  화사한 5월을 선택하겠다.

연두색 나무 잎새가  솟아 오르고 있고 일찍 핀 봄꽃들이 축하하듯이 꽃가루를 뿌려주는 아지랭이가 피어오르는 봄날에  가고 싶다. 늘 생각했던 것이다.

 

5월 가정의 달에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읽기를 권유하고 싶다.

이 시대의 화두인  암과 치매에 대해서 가족들과 함께 심도 깊은 대화를 하기를 권유한다.

그리고 제발 부탁한다.

아무리 시어머니 때문에 큰 상처를 받았어도 치매 걸린 시어머니를 정기적으로 찾아 뵙기를 진심으로 권유한다. 치매 걸려서 한없이 약해진 시어머니를 방치하는 당신의 노년이 정말 걱정이 되서 그렇다.주변에 치매 걸린 시어머니에게 냉담한 며느리들이 정말 많이 있다. 나는 그게 더 안타깝다.

 

***우리들도 어찌될지 누가 장담하겠습니까?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읽고 나의 죽음과 건강을 곰곰히 생각했습니다.남편과 아들들을 위해서 내 건강을 더 신경쓰기로 결심했습니다.

 

 

 * 책 코너 베스트로 선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