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교육

50대가 2,30 대에게 길을 묻다.

모과 2009. 10. 16. 07:33

요즘에 나는 전라도 광주의 국립 대학에서 책을 팔고 있다.

중앙도서관 앞에는 작은 연못과 분수대가 있다.

오늘 출근해서 텐트를 걷어 올리려는데 연못의 물이 다 빠져 있었다.

 50대 아주머니들이 긴 장화를 신고 분수대의 쇠 파이프를 닦아 내고 있었다.

연못바닥에 낀 이끼를 깨끗이 닦아내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같은 50대인 나는 좀 배운 편이라고 텐트 속에서 책을 팔고 있다.

 

 긴 호수로 바닥을 씻어 내고 있는 50대 아저씨

 

 * 가족들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50대 어른들: 집에 돌아 가서 또 가족을 위해서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아주머니들을 안타깝게 바라 보았다.

 * 일일이 손으로 닦아 내고 난 후 호수로 물을 뿌려서 깨끗이 씻어 내는데 하루 종일 걸렸다.

다시 맑은 물로 연못을 채우고 있다.

 

봄 학기에 행사 스케줄과 대학의 행사 시간이 조율이 안되서 못 왔다.

1학년들이 신기해서 우루루 몰려 들었다.

다음 주가 중간고사 시작이라서 도서관은 학생들로 붐볐다.

 

나는 옆에 있는 여학생들에게 말했다.

" 학교에서 학생들의 정서에 무척 신경을 쓰네요. 일정한 시간마다 분수를 뿜어 주고...저 아주머니들 참 수고 하지요?"

"........^^" 여학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노동과 안락이 공존하는 곳에 내가 서 있는 느낌이었다.

5,60대는 부모의 말에 순종하며 여자들은 남자 형제들을 위해서 기꺼이 희생했던 세대이다.

장남은 동생을 위해서 많은 것을 감당하기도 했다.

자식들에게는 자신들의 인생의 고달픔을 물려주지 않으려고 오직 공부만을 하라고 했다.

 

그러나 고등학교 10명 중에 9명이 대학이 가는 시대가 왔다.

희생을 하며 키운 아들,딸들이 취업을 못해서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어떻게 키운 자식인데...

자식들 마음 아플까봐 눈치까지 보고 살아야 한다.

2,30대에게 묻고 싶다.

그대들은 최선으로 인생을 살고 있는가?

독하게 미래를 위해서 공부를 하고 있는가?

그대들의 부모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전남대학교 생활협동 조합  초청으로 책을 팔고 있다.

친구들과 책도 구경하고 .다음에 나도 사야지.

언제까지 해요?

카드받아요?

도서 상품권도 받아요?

이동 서점입니다.^^

20,000명의 젊은이들 속에서 나는 1,000원을 깍아주고 "대인배"라는 소리도 들었다.

 

나는 저 텐트를 혼자서 모두 걷어 올렸다. 키가 큰 것이 처음으로 다행이었다.

 

복학한 오빠에게 책을 사달라는 여자 후배에게 내가 말했다.

 

"  여학생들이 오빠들에게 좀 사주지.가는 학교 마다 여학생들이 남학생들에게 책을 사달라고 해요. 군대 갔다 복학한 오빠들에게 수고하고 왔다고 같은 과 여자 후배들이 돌아 가면서 밥을 사주세요. 왜 오빠들에게 밥 사달라고 해요? 나라를 지키고 왔는데...^^"

천막 안의 남학생들 입가에 빙그레 미소가 떠오른다.

" ㅎㅎ 아주머니 참 말씀을 재미 있게 하시네요"

예쁘고 고운 여교수님이 두꺼운 책을 한아름 안고 와서 내밀며 웃으며 말을 해준다.

 

카드를 내밀며 [박OO]라고 사인하는 학생에게 조용히 말해준다.

"개인적으로 박씨를 제일 좋아해요. 우리 아들들이 박씨거든요. ㅎㅎ"

카드를 받아든 학생이 함박웃음을 웃는다.

나는 맑고 순수한 그들과 있는 순간이 즐겁고 감사하다.

 

 

 광주의 힘의 원동력은 전남 대학교라고 생각이 들었다.

  전국에 개괄식 도서관이 있는 대학교가  3곳에    있다고 들었다.

전남대학교 중앙도서관에 올라 가보니 중앙에  큰 책상이 길게 놓여져 있었다.

학생들이 마음대로 책을 골라서 읽고 나갈 때는 군데 군데 있는 소쿠리에 두고 간다.

도서관 사서가 그 책들을 모아서 제 자리에 꽂아 둔다.

학교의 도서관 방침이 학생들이 책을 많이 읽게 한다.

나는 이 학교에서 책을 많이 읽고 있는 학생들을 목격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대여한 책들을 한아름 안고 있는 학생들이 또 책을 사러 왔다.

독서를 많이 하는 학생이 많은 이 학교가 참 강하게 느꼈다.

 

 

 * 대학 건물에 그려진 벽화.

 *[ 6.15  , 10.4 선언이행] 이라고 쓴 깃발과 대한 민국 지도로 된 깃발이 나부낀다.

 

 * 도서관에 자리가 없어서 밖의 벤치에서 조별 학습을 하고 있다.

 * 불을 환하게 밝힌 제 2도서관의 모습

 * 중앙 도서관 안은 빈 자리가 없다.

 밤은 깊어 가고 있으나 학구열은 더 높아 가고 있다.

 * 대학의 건물마다 불을 밝히고 공부하는 학생들.

 * 대학교은 북구 구민을 위해서 체육센타도 운영하고 있다. 주민과 더불어 함께 캠퍼스를 사용하는 전남대학교.

 * 전남대학교 후문 모습.

 

50대가 진정으로 묻고 싶다.

 

시험 기간 뿐만 아니라 늘 저렇게 독하게 열정적으로 공부를 하고 있는가?

그대들의 인생에서 죽도록 공부를 한 추억이 있다고 말 할 수 있는가?

당신들의 부모들은 하고 싶어도 가난한 부모 때문에, 다른 형제 때문에 포기한 공부를 그대들은 늘 그렇게 공부를 하고도 목적을 이루지 못하였는가?

 

50대가 묻고 싶다.

그대의 부모들이 당신들의 부모를 의무적으로 모셨듯이 그대들 또한 부모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가 ?

부모 스스로 자식들에게 의지하지 않겠다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살았지만 실패를 해서 능력이 없는 부모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50대가 2,30대에게 묻고 싶다.

그대들의 청년 실업이 과연 사회와 정부의 책임 뿐이라고 생각하는가?

술 마시는 시간이 공부하는 시간보다 많은 학생은 없는가?

 

 

 

* 글의 내용은 전남대학교 학생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2,30대에게 묻고 싶은 것입니다.

시험공부를 열심히 해서 감동을 주고 , 다양하게 책을 구매해 준 전남대학교 학생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