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영화

박찬욱 감독의 몽환적 상상의 결정판 [박쥐]

모과 2009. 5. 11. 10:35

공포물을 좋아 하지 않는 내가 본의 아니게 [박쥐]를 관람하게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아들의 권유로 [인사동 스캔들]을 보러 갔다가 관람 시간 관계로 [박쥐]를 보게 됐다.

뱀파이어가 된 송강호 ,신하균과 김해숙,그리고 김옥빈이 출연한다는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영화를 봤다.

영화는 흡혈귀영화 답게 처음 부터 끝까지 피칠갑을 하는 칙칙하고 섬뜩한 화면이 많았다.

영화 [박쥐] 관람을 망설인 이유도 된다.

 

영화를 보면서 나는 가끔 생각했다.

박찬욱 감독이 이영화를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개종을 하려고 일주일에 한 번씩 교리공부를 하는 나는 신부복의 송강호를 보며 많은 생각을 하면서 영화를 봤다.

**영화 줄거리가  있습니다***

 

 송강호가 [박쥐]에 출연을 하려고 많이 감량을 해서 신부복이 잘 어울리는  마른 몸매였지만 신부님같은 경건함은 없어 보였다.

송강호는 이영화에서 선과 악의 갈등,본능에 집착하는 한 인간과 신부로서의 갈등,불치병에 걸린 환자들을 구원하고 싶은 열망과 사랑을 잘  연기했다.

불치병 환자들을 구하려고 생화학 실험의 대상자로서 지원해서 감염이 되고 원인 모를 피를 수혈받고 치유됐으나

 뱀파이어가 된다.

뱀파이어는 박쥐나 안개나,늑대로 변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인간의 피로 연명하며 햇빛을 보면 재로 변하는 뱀파이어의 특징 때문인 것 같다.

 

영화 [박쥐]의 모티브는 프랑스 작가 [에밀졸라]의 [테레스 라캥]이었다면 박찬욱 감독이 천주교 대학교인 서강대학교 철학과 출신이었던 게 생각이 났다.

대학 시절 영화 동아리에서 히치콕의 영화를 보고 감독이 되기로 결심을 했다고 한다.

 

 

 

내가  박찬욱 감독의 영화 [공동 경비구역 J S A]를 보고 앞으로 이 감독의 영화는 모두 본다고 결심을 했었다.

실화에 근거를 둔 [공동 경비 J S A]는 송강호,이병헌,신하균의 연기의 놀라움과 구성에 감탄을 한 영화였다.

그후 [올드보이]친절한 금자씨],[사이보그지만 괜찮아],그리고 ..[박쥐]였다.

 

10년의 프로젝트의 완성이 [박쥐]라면 그것은 박찬욱 감독의 감독으로서의 천재적인 상상력과 종교관의 표현이라고  이해하고 싶다.

서강대학교 철학과 출신으로 수많은 책을 섭렵한 그가 졸업 후 백수 생활 때  [비디오 가게]를 한 적이 있다.

역시 수많은 영화를 보면서 저장되있던 배경 지식에 몽환적인 상상력을 더해서 대작을 만든 것이다.

영화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내용을 늘 만들어 왔다.

그것은 서울 출신으로 대학 교수 부모를 가진 박감독의 배경을 알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만화가 원작인 [올드보이]에서는  말 한번 잘못 옮겼다고 15년간 가둬두고 만두만 먹이는 사이코적인 내용이

주제였다. 혀로서 복과 화가 만들어 지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친절한 금자씨]는 역설적으로 친절 뒤의 사악함 과 복수를 보여주면서 사악함과는 거리가 먼 천사같은 표정의 이영애를 주인공으로 발탁한 기발한 작품이었다.

남편이 불륜을 저질렀다고 살해해서 로스구이 해서 먹다가  체포되는 뚱뚱한 여성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친절한 금자씨도 사이코였다.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정신병동 속에서 서로 사랑하는 싸이코 연인의 행동이 주제였다.

 

 상현(송강호) 은 어릴적  친구인 강우(신하균) 의 아내에게 욕정을 느끼는 것을 참을 수가 없으나 한편으로는

신부로서의 갈등이 심하다. 인간의 내면에 선과 악의 갈등은 늘 존재하고 ,남의 피 때문에 식욕의 8배라는 성욕을 참지 못하고 태주와 불륜의 관계가 된다.

 

나는  폐경 후의  홀몬 변화로 몸이 많이 힘들었다.

의사에게 들은 말은 인간의 미약함을 깨닫게 해주었다.

" 사람이 홀몬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게 이해 하기 어렵지요? 그런데 사실이 그래요."

6개월의 대체 홀몬 치료로 우울증과  갱년기 변화를 극복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뱀파이어가 된 상현을 이해하는데 좀 도움이 됐다.

 

태주는 바보에 가까운 남편의 자위행위는 도와 줄 수 있으나 본능을 참지 못하고 자신의 허벅지를  찌르는 자학을 자주 한다. 그러면서 강우가 폭행했다고  상현에게 말해서 상현으로 하여금 강우를 살해하게 한다.

여자의 간교함은 에덴 동산에서 쫒겨난 후에도  계속되는 일인 듯하다.

 

 

 김옥빈은 [박쥐]로 인해서 여우 주연상을 탈 듯하다. 이영화의 보너스는 김옥빈의 재발견이었다.

섹시,발랄, 초조, 공허, 허기,탐욕등을 표정으로 잘 표현했다.

23세라는 나이에 맞는 청순함과  몸매의 싱싱함이 그대로 들어 난다.

 

김혜수는 이역을 맡기에는 너무 나이가 들었다.

강혜정은 잇몸의 변화로  여배우의 톡특함을 상실했다고 생각한다.

배두나는 이 역을 맡기에는 너무 도회적이고 섹시하지 않다.

아들에게 들은 이 배역을 거절했다던 배우들의  적절하지 않음을 나는 말하고 싶다.

노출은 이미 화제 거리가 못 된다.

 

 신하균은 [공동경비구역  J S A]와 [우리 형]에서 인상적으로 본 배우였다.

밝으면서 모자란듯한 강우역의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낚시가 금지 된 저수지에서 죽을 것도 모르고 해맑게 웃고 있다.

 

박찬욱의 연출이 돗보이는 장면 이다. 상현과 태주의 불륜속에 죄의식으로 함께하는 강우의 모습니다.

섹스 후의 허무한 표정의 상현에게는 무수한 독백이 들리는 듯하다.

"이 쾌락을 위해서 절친한 친구를 살해 했는가?"

죄의식과  자기타협과의 갈등이 보인다.

 

 라여사 역의 김해숙은 이미 연기력으로 정평이 나 있는 배우이다.

전신이 마비됐으나 눈만 살아 있는 연기는 영화를 더욱 빛나게 한다.

윤석호 피디의 계절 4부작에 모두 출연한 유일한 배우이고 한류 스타라고 생각한다.

동남아에 한국의 전형적인 어머니 상을 잘 보여 주었다.

[박쥐]에서도  강우에 대한 모성애를 연기했으며  상현과 태주가 재로 변하는 순간까지 외로움을 함께 한 또 다른 주인공이었다.

 

박찬욱 감독은 [박쥐]에서 이런 메세지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인간의 양면성인  인성과 신성을 표현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수혈로 인해서 뱀파이어가 돼서 신부의 의지는 욕망의 의지와 늘 싸우고 자주 지고 있다.

살기위해서  중환자실의 중태인 환자의 피를 거둬 모으며 끝없이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다.

 

"본래 착한 사람이라서 살아 있어도 헌혈하듯이 도와 줄것이다"

신부인 상현에게 고해 성사한 신자의 자살을 도와 주고는 피를 식량으로 얻는다.

" 오히려 신부가 도와줘서  편하게 갔을 것이다"

 

[박쥐]는 섹스의 유혹, 살인, 인간의 광기와 공포를,그리고 인간의 위선을 파헤친 작품 [테네즈 라캥]에다 박찬욱감독의 상상력을 보탠 작품이다.

온 집안에다 흰칠을 한 것은 위선을 나타내는 것 같았다.

 

48세의  한국 감독이 세계적인 영화사 [유니버셜 픽쳐스]와 합작한 기록적인 작품이면서 이미 동남아 12개국에 선 판매된  쾌거를 이뤘다.

박찬욱 감독은 인간의 인성과 신성과의 싸움에서 신성의 승리로 결말을 냈다.

 

신부인 자기를 믿고 목메고 있는  환자인 신자들에게 포기하게 한다.

 타락한 모습 즉 죽음을 나타내기 위해서 가장 충격적인 성폭행을 하는 것 같이 보이기 위해서 성기 노출은 필요했다.

이미 태주와 동반 자살을 하기 위해서 해가 뜨는 곳을 찾아서 간다.

외롭고 무서운 죽음의 현장에 라여사를 두고  까만 재로 사라져 버렸다.

강우를 살해한 죄를 엄마인 라여사에게  자신들의 자살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속죄하는 듯했다.

 

나는  박찬욱 감독의 [박쥐]를 보면서 현실이 아닌 꿈이나 환상 같이 영화를 보았다.

영화가 끝 날 때쯤 고층 건물 옥상을 이리 저리 넘나드는 상현과 태주의 모습에서 영화의 결말을 예측 할 수가 잇었다.

 

인간의 끝없는 갈등 인성과  신성과의 싸움에서 인간 상현(송강호)는 신성을 선택했다.

이것은 박찬욱 감독의 긍정적인 인생관을 보여 주는 것이다.

  

사람의 생각은 다 다르고 그래서 인생은 살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영화를 좋아 한다면, 세계적인 영화사가 합작을 한 이유를 알고 싶다면  꼭 보기를 권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