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독서리뷰

마흔에 걸음마를 시작한 신달자, 인생과 치열하게 싸운 이야기.

모과 2008. 5. 9. 10:49

신달자 시인의 "백치 애인"과  서울대학교  교수 유안진  시인의 "지란지교를 꿈꾸며"는 1990년대 최고의 베스트 셀러로서  두 사람을 "스타 시인"으로 만들었다.

 

각종 여성 잡지에 자주 등장하거나 ,글을 써서 대중적인 인기도 많았던 시인들이었다.

신달자씨의 소설"물위를 걷는 여자"는 영화화 되어 흥행에도 크게 성공했다.

나는 소설로 읽었고 ,영화로도 봤었다.

 

신달자씨의 사생활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그녀가 아침 방송에 출현해서, 혹은 여성지 인터뷰에서 밝힌내용이 전부인데....같은 대학의 나이차이가 많은 유뷰남 교수와 사랑을 했고 ,그쪽 가정이  깨졌고, 친정어머니의 반대를 부릅쓰고 결혼을 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결혼과 동시에 그토록 사랑했던 남자는 여행가방이 분홍색이라고 신혼여행 내내 신달자 시인에게 들게 하였다. 신혼여행도 경비를 아끼느라고 부산에서 인천으로 아내와 의논도 없이 바꾸고, 호텔이 아닌 여관에서 보낸다.

 

신혼초 부터 불행의 싹이 보였다.

 

정원에 나무를 가꾸는 것이 취미인 남편은 시인인 아내의 여린 감성을 모르는 듯했고 , 시를 쓰며 클래식음악을 듣기를 좋아하는 아내는 남편을 몰랐던 것이 그들의 불행이었던 것 같다.

 

글을 읽으면서 나의 감정은 계속 같은 마음이었다.

"남의 가정을 깨트린 댓가를 톡톡히 받고 있구나"

 

35살 젊은 나이에 딸 셋중에 막내가 세 살이었을 때 남편이 뇌졸중으로 쓸어졌다. 그리고 24년을 병마와 싸우다 세상을 떠났다. 그 와중에 믿었던 친정 어머니도 상실감이 커져서 결국 돌아가시고. 시어머니는 9년을 누워 있다가 돌아가셨다.

 

남편을 간호하다 지치면서도 지인을 만나면 "네 인생이 그렇게 되었구나, 인생을 망쳤구나!"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 늘 전전 긍긍 하는 모습이 수필 여기 저기에 보인다.

 

그러나 인생의 가장 처참한 상황에서 대학원 진학을 하는 것으로 자신의 인생의 방향을 바꾼 것은 지혜로운 것 같았다.

 

그토록 사랑을 해서 결혼한 남자가 미워서 소리 나지 않는 총이 있기를 바랬던 고통 스런 결혼 생활을 지속했던 것은 남의 눈총에 대한 두려움일 수도  있겠지만  자기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이 더 컸던 것이 아닐 런지.

 

 

작가의 글속의 묘사 된 남편은 시인이 사랑에 빠지기에는 너무 삭막한 성품의 교수 였다.

수필의 성격이 그렇듯이 철저히 주관적인 서술이기 때문에 남편의 외로움이나,

육체적인 고통으로 인한 자존심등을 고려한 흔적이 없이 오직 미움만을 토해 내고 있었다.

 

모교에서 국문학 박사까지 받은 작가는 모교의 교수 임용에 탈락 한 것을 아쉬워 하지만 명문 여대의 조교가 그 대학의 유부남이었던  교수와 결혼을 했는데  그녀의 글과 학문이 아무리 출중하다 할 지라도 교수로 임용하는 것은 아직 우리 나라의 정서에 옳지 않음을 작가는 모르는 것 같았다.

 

마흔에 다시 공부를 시작해서  학위를 받고 , 지방의 작은 대학에 교수로 있다가 지금은 서울의 전문대학 교수로 재직중이다.

 

인생의 고통은 작가 자신이 [유방암] 수술을 하는 것으로 지긋 지긋하게 계속 되었다.

자신의 몸이 아프자  남편의 고독과, 고통을 깨닫게 된 작가 는 미움과 고통으로 점철 된 결혼 생활이지만 그남편이 없으므로 깨닫게 되는  남편의  존재의 의미를 알게 됐다.

 

 

수필 말미에 작가는 이렇게 고백한다.

 

" 인간은 인내의 터를 넓히는 사람이 결국 이기는 법이다. 참지 못하면 궁궐도 무너지게 하는 법이지, 하나님이 보시기에 지나치게 철이 없고 막막한 한 여자를 숯불 구이 하듯 달달 볶고 인생을 쥐어 짜고 그리고 그걸 다 견디니까 내게 복을 주시는 게 아닌가,나는 생각한다"

 

그녀는 시인이지만 세상과 인생을 모르는 막막한 철이 없는 여자였지만  자기가 택한 인생에 책임을 지는 성실함과 진실함으로 인생을 견뎌냈다.

 

고통으로 계속 되는 인생길에서 하나님을 만나서 동행을 하며 위로 받았고 , 딸들을 통해서 무엇이 가족 사랑인가도 알게 됐고 어머니가 강해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무엇보다도 인간에게 영원히 싸우고 사랑 할 것은 삶이고, 아름다운 일상 생활이 중요하다는 것과,삶을 꼼꼼하게 살아가야 함과,남들과 더불어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고백하고 있다.

 

그녀가 받은 복은 무엇일까?

 

이 책을 읽고 인생사에는 보이지 않는 법이 있고 , 그 법을 깨는 사람은 그 댓가를 평생을 통해서 치루는 것을 다시 알게  됐다.

 

내가   살아 오면서 알게 된 인생은 하루 하루를 성실히 ,즐겁게 살면 일생이 행복하다는 것이다. 인생은 그리 심각하게도 가볍게도 생각할 것이 아니고 그저 세상의 이치대로 살면된다. 각자 맡겨진 숙제를 열심히 풀면서. 그숙제는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신달자씨와 쌍벽을 이루었던 유안진 시인은 자신의 몸이 무척 아프다는 소리를 오래전에 들었었는데 그 시인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 졌다.

 

4,50대 주부들에게 읽으면 좋은 책이 나왔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