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교육

산소같은 도시 청주에서 추억을 만들다

모과 2007. 5. 19. 22:35

산소같은 도시!

 

청주를 그렇게 칭하고 싶다.

시 입구부터 오래 된 푸라타 나스가 넓은 잎으로 산소 분수를 내뿜어 주는 청량한 도시,

 

그 도시의 자랑인 충북대학교는 마치 산림욕을 하러 간 것같이 건물보다 크고 많은 나무들의 숲이 캠퍼스 곳 곳에 있다.

 

여기 저기 나 있는 출입문은 양쪽으로 많은 나무들의 숲으로...대부분 프라타나스와 오래간만에 보는 아카시아나무가 겸손한 흰 꽃잎을 영글고 있다.

 

까치가 캠퍼스 잔디밭에 양 날개를 넓게 펴고 쉬고 있고, 어두워지면 개구리들의 합창이 "개골 개골" 중문 입구의 숲속에서 합창을 하고 있다.

 

산소의 향기를 처음 맛본 것같다.

 

 나의 마음에도 시원하고 맑은 공기가 스며 드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한다.

 

40년도 더 지난 먼 옛날 초등학교 5학년때 소풍을 간 경기도 광주의 수목원에서 맡았던 냄새의 기억이 떠 올랐다.

 

충북대학교 학생회관 앞에 텐트 3동에 매대 18개를 펼치고 신간 230여종과 균일가 책과 퍼즐과 사전등의 책을 팔고 있다.

아르바이트 남학생 한명과함께.

 

지금 대학은 동아리 연합회의 축제가 시작되고 있고, 대기업의 캠퍼스 리쿠리팅이 계속되고 있다.

 

며칠전엔 "토목공학과"학생들이 전통적으로 행사하는 "스파케티'를 이용한 "조형물'전시회를 하였다.

전교생에게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선물로 주고 제일 잘한 작품에 스티커를 붙이게 하였다.

 

"스파케티"라는 말을 듣기 전에는 전혀 눈치 챌수 없이 마치 철사나 나무로 만든 것 같은 작품들....

 

 

지방국립대학생들에게 느끼는 순수, 담백, 청순, ..그런 느낌은 때론 감동으로 다가 온다.

 

여대생들의 표정은 겸손하고 걸음 걸이도 다소곳 하다.

 

금요일의 캠퍼스는 오전 중에  대부분의 강의가 끝나고 오후에는 마치 휴일 같은 데 이 학교는 달랐다.

 

캠퍼스에 많은 학생들이 오고 갔고  비가 오며 광풍이 있겠다는 날씨는 가랑비로 왓다 갔다 하며 4시가 되었다.

 

먹구름이 몰려와서 마감을 하려고 할때 한 남학생이 왔다.

21일 성년의 날을 맞이 하는 학과 후배들 에게 선배들이 책을 선물하고 싶은데 추천을 해 달라고 했다.

 

"책을 골고루 섞어서 선물을 하고 후배들이 서로 바꿔서 보게 하면 좋겠지요?'

"네. 그게 좋겠네요. 어떤 책이 좋은 지 추천을 해 주셔요"

 

남학생의 얼굴은 아름다울 정도로 순진하였고 눈은 맑았다.

 

"파페 포토 안단테 2권, 반기문 총장 전기 3권, 마시멜로 이야기 2권, 여성생활 백서 2권,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3, 달콤한 나의 도시2, 단테의 빛의 살인 2권, 인생수업2권, 세계는 이런 인재를 원한다 2권, 중력 삐에로 2권..

 

학생이 기특하여 어느 학과냐고 물었다.

 

"물리학과 인데요"

 

"어머! 멋있어요. 공대나 자연 과학부 학생들은 책을 잘 사지 않던데...나도 물리학과 나왔어요. 학문이 어려우니까  부드러운 문학을 많이 읽어야지요. 지금까지 내가 본 남학생중에 제일 멋있네요."

 

남학생의 얼굴에 미소가 싱긋이 떠 오른다.

네개의 책 봉투를 들고 고개를 깊숙히 숙이고 인사를 하고 가는 학생.

3학년 학회장인가보다.

 

성인의 날엔 "장미와 향수와 키스'를 연인에게 선물을 준다고 했던다.

 

캠퍼스 곳곳에 자전거가 서있고 자전거를 타고 오가는 학생들의 여유로운 풍경.

 

날씨가 좋은 날 일을 마치고 어둑어둑한 캠퍼스를 걸어 나오려면 잔디밭에서 손벽을 치며 게임과 노래를 하는 학생들.

 

그들과 책을 이야기하고 , 책을 팔고, 작가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나는 나 자신도 잊고 하루를 보낸다.

 

취미로 시작한 독서가 40년이 되었고 책을 읽으면서도 다음에 읽을 책이 준비 되어있지 않으면 불안한 나는 "문자 중독"이다.

 

신문에 난 책 광고를 보면 빨리 구입하여 읽어야 하는 성격이다.

남편이 대형 서점 , 출판, 유통, 하는 회사에 취업이 되어서 읽고 싶은 책은 직원 가족이기에 원가에 읽을 수 있는 혜택도 있다.

 

내가 그 수많은 책을 읽었기에 누구와 대화를 해도 책에 대해서는 대화가 막히지 않고 할 수 있게 되었다.

 

좋은 취미를 유지하였기에 이렇게 맑은 젊음들과 만날 수 있는 행운도 얻었다.

 

지방 대학을 순회하며 나의 가장 큰 소득은 지방대학을 다니는 막내 아들을 이해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막내에게 무엇으로 도움을 줄까도 깨닫게 되었다.

 

엄마를 만나러 와서 한 방에서 자고 미래를 이야기 하고 ..충북대학교 교정도 걷고 ...앞으로 일년후의 취업에 대해서도 의논하고...함께 대학생들만이 가득한 음식점에서 삽겹살도 먹고 ...

 

내가 행사를 하는 대학들은  막내아들과 추억을 만들게도 해준다.

 

세월이 한참 흐른 후에 막내는 "조치원"을 지나거나 "청주"를 왔을때 엄마와 함께 한 밤과 연산홍꽃이 만발한 고려대의 아름다운 교정을 송화 가루를 맞으며 걷던 일을 추억하고 프라타나스 나무잎이 울창한 충북대의 청량한 공기와 까치가 사람을 무서워 하지 않고 놀던 잔디밭을 추억할 것이다"

 

큰아들은 작년에 "영남 대학교"에서 행사를 하고 있을 때 고민을 해서 새카맣게 죽은 얼굴색을 하고 나에게 왔었다.

남편과 저녁을 먹으며 회사의 업무에 대해서 말하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앞날에 대한 대책도 없이 남편과 나는 그렇게 원해서 들어간 대기업을 그만 두라고 했었다.

"영남대학교"의 넓은 교정을 한바퀴 돌며 아들 아이를 위로하며, 마음은 걱정으로 두근 거리기 시작했었다.

그 회사에 입사를 하고 천하를 얻은 것 같았었는데....

작년 10월 말에 사표를 내고 다시 입사원서를 내고 130대 1이라는 경쟁율을 냈던 대기업인 은행에 12월 19일 큰 아들의 생일에 합격 통지를 받았다.

먼 길을 돌아서 자기에게 잘 맡는 직업을 찾아 간 것이다.

 

큰애는 "영남대학교"의 소나무 숲에서 엄마와 나눈 인생 이야기와 "순천향 대학"근처 공사장 에 있던     '귀곡 산장"같은 모텔을 밤에 무서워하는  엄마를 위해 내려 왔던 것을 추억할 것이다.

 

나는 의도적으로도 대학 행사를 할 때마다 아이들을 주말에 오라고 한다.

주말에는  일을  하지 않으나 행사장을 한번 둘러 봐야 하고 , 그 도시의 시내를 한 번 가 보고 아이들과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 이다.

 

 

 

대전으로 떠나는 정유장에서   막내 아들은 내게 말했다.

 

"엄마를 만나러 오는 것은 좋은데 엄마가 맛있고 비싼 음식(돼지고기 막창3인분) 을 사줘서 미안해."하였다.

 

"미안하긴, 엄마도 먹고 좋지, 엄마 혼자 이런 것을 먹으러 올 수가 없잖아"

 

"엄마는 가끔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 같애. 친구들 엄마하고 다르거든.  친구들이 엄마하고 소주 한 잔 했다면 다 놀라거든"

 

"뭐 어때? 우리 막둥이 군에도 갔다 오고 27살 다 큰 어른인데...내년에 취업이 되도록  온 가족이 너를 위해서 일년을 보내기로 했어, 어제 아빠도 그러셨고..."

 

외모도 경쟁력이니 살 좀 5kg빼라는 엄마 말에 방학동안 7kg을 감량한 막내가 유난히 흰 얼굴에 어울리는 빨간색의 티를 입고 화이팅을 외치며 나와 손을 부딪치고 청주를 떠났다.

 

엄마에게도 추억 할 수 있는 아름다운 대화를 남기고.....

 

 

청주!

 

 

와보고 싶었고, 왔고, 그리고 추억을 만들고 가게 해 준  고마운 도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