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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결혼이야기, 200만원으로 장가 보내기.

모과 2013. 11. 20. 06:30

 

결혼식의 모든 과정은 아들과  동글이가  해결했다.  아니 아들은 퇴근이  늦어서 동글이가 거의 다 준비했다. 청첩장은 비수기인 7월에 인쇄하면 70% 싸다고 3개월 먼저 찍어두었다.  신혼집도 3개월 전에  준비해야한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

 

막내아들은   경조회사에 다니는  대학 후배의 권유로 가입을 해서 약200만원을 모아놨다. 그회사가 소개한 웨딩 플래너의 소개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웨딩 촬영, 신랑 신부 화장, 웨딩드레스와 턱시도, 한복집등을 모두 소개 받았다. 부족한 금액은 축의금으로 받는다고 했다.  

 

 

1.  주례를 시아버님이 하신 이유

 

처음에는 주례 없는  결혼식을 하고 양가 부모가 인사를 하자고 했다. 그러나 동글이 아빠가  그집안의 첫번째 결혼식인데  주례는 꼭 있어야한다며   뜻밖의 제안을 했다. 사회적으로 가정적으로 무난하게 살아오신 시아버님이 해주시길 권유했다.

 

* 동글이가 선택한 청첩장.

 

시아버님(91세)은  대전 여고 교장을 마지막으로  정년퇴직을 하고 중소기업을 88세 까지 운영했다. 5남2녀의 자녀중   누구도 이혼을 하지 않고 화목하게 살고 있다.  6남매가 대전에 살며 자주 만나고 있다.

 

34년 전에 미국으로 이민간  시동생은 샐활이 안정되자  2년에 한번 씩 부모님을 초청해서 2달 씩 모시며 국립공원을 관광시켜드렸다.  미국의 손자 손녀의  대학 졸업식에 모두 참석하시기도 했다. 그시동생은 매주 토요일 아침에 안부 전화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하고 있다.

 

아버님은 건강관리를 잘해서 70대 초반으로 보인다. 매일 1시간 30분씩 걸어서 건강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 집안의 역사를 자세히 알고 계시니 손주며느리에게   혼인에 대한 적절한 조언과 권유를 하실 분이다.

 

 아버님과 나는 전문가에 문의했다. 주례 없는 결혼식을 많이 하는 시대에 가족이 합의하면  괜찮다는 조언을 듣고 할아버지가 손자의 주례를 서게 됐다.

 

 

2. 축가는 신랑신부가 불렀다.

 

 

동글이는 대학에서 경영학과 연기를 전공했다. 연극의 주인공도 했고 예술의 전당 무대에도 섰던 경험이 있어서 씩씩한 편이다. 결혼식은 축제같이 즐거워야한다며 아들에게 함께 축가를 부르자고 했다.

 

블로그 친구 로라님이  찍어준 신랑과 신부가  축가를 부르는 모습

 

 

처음에는 서인국과 정은지의 "All for you'를 부르려고 했는데 음이 너무 높아서 노래를 바꿨다.

M4(김원준,배기성,최재훈,이세준)이 부른 '널 위한 멜로디' 를 1절만 불렀다.

 

 

3. 신혼집은  친정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얻었다.

 

나는 교편 생활을 하는 동안  육아 문제로 제일 어려움을 겪었다. 막내를 임신하고 사표를 제출한 이유는 육아문제 때문이다. 마침 남편도 부산으로 발령이 나서 전업주부가 됐다.  아들들이 결혼하면 손주는 내가 돌봐주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들이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니  며느리 친정 근처에 얻는게 옳다. 송파구라서 집 값이 비싼게 문제였다.

 

아들과 동글이가 모은 돈에 동글이 친정에서  도움을 주었고, 전세 자금 대출을 받아서 신축한  대우프르지오 오피스텔 원룸(실평수 9.05평)을 전세로  얻었다. 목돈을  주지 못한 나는 동글이 친정에서 도와준 액수가 될 때까지 매달 일정의 돈을 동글이 통장으로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아들에게 대학 등록금도 한 번 해주지 않았는데 전세금 대출만은 같이 갚아야겠다는 생각이들었다. 그래야 아들이 동글이나 처가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손주를 낳으면 다 돌봐주겠다는   동글이 어머니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1인분에 39,000원 하는 한정식

 

풀옵션 오피스텔로 이사를 하기 때문에  혼수는 꼭 필요한 것만 하기로 했다. 송파구 가든화이브에 있는 예식장의 식사는 39,000원 하는 한정식이다.   일요일 오전 11시에 식을 올리기 때문에 축하객에게 그예식장에서 그날 처음 하는 요리를  대접할 수 있었다.

 

하객은 양가 합해서 300명으로 했다.  우리는 150명 예상 했는데  120명 정도 왔고 식사는 108명이 했다. 어린이들의 식대는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글이네가 180명 정도 식사를 하고 갔기 때문에 식대는 양가에 오신 손님수 대로 냈다.

 

대전에서는 관광버스를 대절해서 오전 7시 20분에 출발했다.  너무 이른 시간에 출발해서  꼭 초대해야 할  분들에게만 청첩장을  보름전에 보냈다. 나의 친구는 5명이 왔다. 대학교 동기 동창 4명과 블로그 친구 노라(위 아 카이 대표 노미경)이다. 제주도에서 전날 올라온  친구 김선영이 제일 고맙다.

 

 

 4. 이바지와 예단은 하지 않기로 했다.

 

 신부에게  아무 것도 못해주는데   예단을 받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이바지도 하지 않고  한복도 자기가 입을 것은 각자 내기로 했다.  우리 한복값은  아들이 냈다.  내가  동대문에서 한복을 하자고 했더니

동글이 여동생도 내년에 결혼을 해서 활용해야 하니  한복은   좋은 것으로 하고 싶다고 했다. 

 

청담동의 한복집에 가니 실장이 내놓는 한복감의 색깔이 내가 좋아하는 보라색이었다.  뚱뚱한 사람이 한복을 입으면 오히려 어울린다고 하더니  정말 그랬다.

 

 

*청담동 한복집에서

 

동글이 집에서 그래도 시아버지 양복과 이불은 해야하지 않느냐고  했다. 나는 동글이에게 주례를 한 시할아버지의 양복을 한 벌 해드리라고 했다. 동글이에게 통장으로 100만원을 보내라고  했다.

 

 

* 센스있는  동글이의 송금 방법

 

동글이가 보낸  100만원 가지고 롯데백화점 대전점에 가서  아버님의 양복, 넥타이 Y셔츠를 사드렸다. 세일 중이어서 돈이 좀 남았다 남편의 셔츠와 넥타이도 샀다.

 

 

5. 예물은 커플링, 신혼 여행은 태국 푸켓으로 갔다.

 

 마음이 착하고 배려심이 많은  동글이는  고소 공포증이라서 비행기를 못탄다고 했다.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두 번의 국내여행을 다녀오겠다고 했다.  그런데 동글이 아빠가  개혼인데 외국으로 가라고 해서 태국 푸켓으로 가게 됐다.  나도 다른 것은 다 절약을 하더라도 신혼 여행만은  일생에 한 번이니  좋은 곳으로 가라고 권했다.

 

* 아들이 신혼여행지에서  카톡으로 보낸  사진

 

 

시집의 사정을 배려한 동글이는 금속 아르레기라서 패물은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금만 괜찮다며  둘이 종로 금은방 거리에 가서 18금으로 커플링을 해서 꼈다.

 

 

6. 200만원으로 장가 보내기

 

나는   동글이에게 미안해서 생각 끝에  막내아들을 대전으로 내려오라고 했다. 대전의 구도심 대흥동 커플링 전문점에  같이 가서  14금으로 된 목걸이 귀거리 팔찌를  커플링과 비슷한 디자인으로 고르라고 했다. 30%세일 중이었다. 18금으로 해주려고하니 일주일 있다 찾아 가라고 해서 그냥 14금으로 80만원에 카드로 사주었다.  내가 결혼 할때 받은 3부 다이아 반지로 목걸이를 해주고 싶었는데 어디에 두었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나는 한복집에서 받아 온   한지를 가지고 가서 아버님께 부탁했다.  아버님은 남편 이름과 아들 이름을 정성껏 써주셨다. 사주도 써주셔서 청실홍실을 엮어서 동글이에게 주었다. 함은 하지 않아도  그렇게 해주고 싶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꼭 해주어야 할 것을 잊은 것 같아서  얼마 전에 조카가 결혼한 친구 명희와 의논했다.

화장품세트,  정장 한 벌, 백을 사주는 거라고 했다.  나는 동글이가 쓰고 있는 화장품 한 세트와  코트 한벌, 그코트에 어울리는  명품이 아닌 그옷 가게에서 파는 백을 사주었다. 그리고 먼지 아르레기가 있는 동글이에게 면으로 된 카페트도 사주었다.  패물(?) 까지 모두 합해서 200만원이 안됐다.

 

 나는 송파구 가든파이브에 있는 중저가 백화점에서 가격표를 보고 망설이는 동글이의 착한 마음에    감동했다. 유명 백화점에서는 브라우스 한장  값도 안되는 코트를 입고 좋아하는 모습에 미안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내 아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사랑하는 모습이 좋다. 동글이의 배려와  지혜로 인해서   갈등없이 결혼식을 무사히 치룰 수가 있었다.

 

 

7. 축의금 남은 것은 며느리 통장으로 입금했다.

 

나는 축의금으로는 결혼비용으로 부족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산하고 나니 약 500만원 남았다. 늦게 온 사람들이 아들에게 직접 준 돈이 200만원 정도 됐다. 물론 결혼식에 필요한 경비와  친척들과 가까운 절친들에게 대접 할 식대까지 모두 축의금으로 해결했다.

 

나는  동글이에게 농협에 새통장을 만들라고 했다. 500만원을 입금했다.  앞으로 남편의 수입이 정상화되면  매달  동글이 통장으로 약속한 돈을 송금할 계획이다.

 

나는 이제 새가족이 된 동글이와  마음과 마음으로 가까워지길 소망한다. 막내아들이 선택한 동글이를 우리 부부도 사랑할 것이다. 내가 막내아들에게 늘 말한게 있다.

 

" 동글이에게 잘 해. 너를 만난 것을 감사할 수 있도록 잘 해"

 

내가 35년의 결혼 생활을 하면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늘 위로가 돼 주고 따뜻하게 사랑해준 시집 식구들 같이 나도 동글이를 대할 것이다. 나이가 많다고  다 아는 척도 안할 것이고 나의 지식이 잊어지는 것을 깨닫고 있으니 새지식은 동글이에게 배울 것이다.세월이 흘러서 동글이도 나같이 좋은 시부모를 만났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 제가 솔직 담백하게 수기형식으로  글을 쓰는 이유는 자녀의 결혼 문제로 기죽은 5,60대를 위해서 입니다. 자녀들에게 그냥 솔직 담백하게 대화하면 행복하게 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입니다. 5,60대는 열심히  살아온 죄밖에 없는데 자녀의 결혼 때문에 빚을 지는 어리석은 일은 하면 안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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