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일상

아들만 둘인 엄마, 아들 결혼시키고 넋을 잃다.

모과 2013. 12. 3. 07:00

 

이시대는 유난히 아들만 있는 엄마를 서글프게 만드는  말들을 많이 만들어 내고 있다. 

 

'아들만 있는 엄마들은 길바닥에서 죽는다'

'아들은 결혼하면 사돈  자식이 된다'

 

수 십년 만에   만난 딸만 둘인 동창 친구들이  만나자 말자  한 말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 너희들 아들 뺏긴다"

 

' 내 딸이 그러는데 시집 간 친구들이 시자 들어간  것은 시금치도 안먹는다. 시어머니가 해온 음식은 그대로 쓰레기통에 넣는다'

 

"누가 그러는데 좀 모자라는 사위를 얻어야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간다고 하더라 "

 

이 시대를 사는 아들만 낳은 여자들은  자식교육을 어떻게 했길래 결혼하면 아들들이 그렇게 변하는지 나는 속에서 부아가 끓어오를 때가 종종 있었다. 

 

한 편으로는 딸을 낳은 여자들은   얼마나 이기적이길래 남의 아들을 뺏긴다고 당당하게 떠들고 있나? 

자기한테만 잘하는 딸들에게 '네  시어머니에게도 잘 해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고 자랑질을 하고 앉았나? 생각이 든게 한 두번이 아니었다. 어디를 가도 딸만 있는 엄마들의 기세가 등등하다.   

 

이런 저런 소리 들을  많이 듣다 보니 아들을 결혼시키기 전부터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맞벌이기 때문에  동글이 친정 근처에  신혼집을 얻었다.  나는  마음 한 편은 안도감이 생기면서 생각지 못할 갈등으로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막내아들은 전화를 자주 하지 않는 성격이어서 나뿐만 아니고 동글이에게도 잘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막내는 다른 친구들에 비하면 자기가 전화를 자주 하는 편이라고 했다. 사람을 좋아해서 술자리를 자주 하는데 술이 적당히 취하면  내가 묻지 않아도 스스로 지나온 일을 구체적으로 다 말해주는 술버릇이 있다. 그버릇은 나의 친정아버지에게 유전으로  받은 것 같다. 나는 그래서 막내아들의 생활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살았다.  집에 오면 아빠와 함께 막걸리를 마시며 오랜 대화를 나누는 자상한 아들이기도 하다.

 

 결혼을 하고  처가 근처에 살기 때문에 도움도 많이 받고 처가 식구들을 자주  만나고 있다.   사부인이 나보다  10살이나  젊어서 아이를 낳으면 둘 다 돌봐 준다니 고맙다. 딸과 엄마의 특성상 아기자기하게  하루에 생긴 일을 다 말하게 돼 있다. 자연히 사위의 근황에 대해서 자세히 알게 될 것이다.

 

 나의 고민은 33년을 소중하게 대화로 키운 아들에 대해서 결혼과 동시에  소통이 단절될 것 같은 느낌 때문에 깊은 상실감이 미리 생기게 된 것이다. 나 나름대로 지극정성으로 키운 아들에 대해서 어미는 모르고 있는데 만난지  얼마 되지 않은 장모는 미주알 고주알 다 알게 되는 것이 이해가 안됐다.

 

이감정은 나도 전혀 예상 못했던 것이었다.  생각으로는  장인 장모가 곁에 살아서 아이들을  돌봐주니 참 고맙다고 생각했었다. 대전에 사는 우리는 가끔 보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큰상실감은 무엇인가?

 

나는 아들이 결혼식을 하기 전에  몸과 마음이 심하게 아팠다. 다정다감한 남편이 늘 곁에서 잘해주는데 이무슨 현상인지  나스스로도 이해가 안됐다. 홀어머니에 외아들이면 정말 대단한 상실감이 생길 것  같았다.나는 막내에게 나의 감정을 그대로 말했다. 막내는 깜짝 놀라면서  어미를 이상하게 봤다.

 

" 엄마!  내가 결혼한다니까 이상해졌어. 전화를 자주 하라고 하지를 않나? 왜 ? 아들 뺏기는 것 같아?"

 

" 딸만 있는 엄마들에게 그런 말을 자주 들었더니 섭섭한 생각이 들지. 왜 꼭 편을 가르고 그러는지 모르겠어. 서로 잘해서 양가가 다 행복하면 좋찮아. 동글이 아빠도 상견례 때 아드님 뺏길텐데요. 했고"

 

" 엄마! 그건 농담이지. 동글이를 딸이 하나 더 생겼다고 생각해.우리가 잘할게"

 

" 마음 속으로는 딸같이 생각하려고 노력을 하겠지. 그러나 엄마도 살아보니까 며느리는 딸이 될 수가 없어. 서로 잘해도 나중에 친구같아지면 성공한거야. 엄마도 친구같이 변하는 관계가 되고 싶어. 그건 사위가 아들이 될수 없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엄마는 특히 딸을 키워 본 적이 없어서 더 그렇지. 서로 노력을 많이 하면서 살아야 해 "

 

사실 나는 동글이가 참 좋다.  막내 아들과 사이좋은 것도 보기 좋고, 알뜰한 것도 좋고, 동글동글 외모가 예쁜 것도 좋다.  단지 소망이 있다면 내가 소외감을 느끼지 않게 아들 부부가 사는 모습을 대강은 알고 지내고 싶다.  좋은 일이 생기면  서로 같이 기뻐해주고 그렇지 않은 일은   함께 고민하면서 살고 싶다.  이런 저런 쓸데 없는 고민으로 아들 결혼식이 끝나고 대전으로 관광버스를 타러가는데 다리에서 힘이 풀렸다.

 

 나의 이런 마음을 이해 했는지 아이들은 신혼여행을 가기 전에 전화를 하고 가서는 카카오톡으로 풍경사진을 양가에 보냈고,  똑같이 자연스럽게 대하기 시작했다. 동글이는  예쁘고 고운 목소리로 다정하게 전화를 받고   날씨가 추워지면 남편에게도 감기 조심하시라고 톡을 보낸다.

 

우리 집은 우리 집식으로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관계를 만들어가면 될 것을 나는 미리 지나치게 고민을 많이 한 것을 반성한다.나는 앞으로 막내아들에게  자주 하던 전화도 자제를 하고 점점 뜸하게 할 것 같다.

 

내가 아들 결혼 전에 느낀 갈등은 모든 아들을 가진 엄마들이 느꼈을 갈등으로 여겨져서 글로 썼다. 사위를 보는 장모님들이 보고  아들 엄마들을 이해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 때문이다. 사돈은 서로 적대 관계가 아니고  자식을 나눠 갖은  소중한 관계라고 생각한다. 서로 입장을 바꿔서 생각을 해보면 이해가 되고 배려하게  될 것이다.

 

동글이는 내가 염려할 부분이 거의 없는 준비된 신부이다. 나는 막내아들에게 가던 관심을  남편에게 돌리고 노년을 남편과 함께 평화롭고  여유롭게 살고 싶다. 내가 책임지고 보살필 사람은  남편이기 때문이다. 남편이 내곁에 있어서 참 고맙다.

 

* 이글은  충청남도 인터넷신문  충남넷의 소통 부분에 선정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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