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일상

상견례, 아드님 뺏기시겠어요.

모과 2013. 11. 18. 07:00

 

동글이가 내게 어머니는 집 걱정 마시라며  둘이 알아서 한다고  했다.  두 아이는 부족한 전세금은 전세 자금대출을 받기로 하고 했다며  상견례 자리에서 돈이야기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상견례는  4월 중순에 서울에서 하기로 했다. 아들들이 서울에 있어서 이불과 반찬을 가지고 갈겸해서 정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결혼식을 서울에서 하면 상견례는 대전에서 하는게 일반적이었다.

 

 

나는 지난해 겨울부터  하던 기침이 멈추지 않고 온몸에 식은 땀이 나는 현상이 계속 됐다. 혹시 몸에 이상이 있는지 궁금해서 폐CT까지 찍고 일산 암센터를 오가며 4개월을 검사 받았다.  암은 아니라는  판정을 받았으나 기가 다  빠져서 탈진 상태가 됐다. 결국 한약을 4제 먹고 독한 기침은 떨어졌다.

 

 나는 막내가 초등학교 1학년때 큰수술을 해서  공부 습관을 제대로 잡아 주지 못한 것도 미안하고 수능 점수가 좋게 나와서 서울로 대학을 간다고 할까봐 걱정하던 것도 미안했다. 막내는 대전의 국립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나는  몸이 아파서 얼굴이 퉁퉁부었다. 그러나 상견례를 연기 하는 것은 결례여서 영양주사를 맞고 서울로 갔다. 동글이와 부모님, 우리집의 막내아들과 우리 부부가 상견례 자리에 함께 했다.

 

 

 

 

 동글이 아빠는  중소기업의 임원이다. 동글이 아빠가  상견례 자리로 고급 한정식집  강남의 '필경제'를  정했다. 음식도 대단히 정갈하고 맛이 있고 음식점 내부의 건물과  정원이 운치가 있었다. 

 

일인분에 108,000원하는 한정식은 거의 못먹고  나왔다. 서로 어려운 자리였기 때문이다. 어려운 상견례 자리에서  간장게장을 들고 먹을 수가 없었다.

 

 동글이네가 먼저 와 있었다. 우리는 서로 수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동글이 아빠가 뜻밖에 말을 했다. 

 

"아드님 뺏기실텐데요"

 

" 우리 OO에게  들었습니다. 동글이가 결혼하면 우리  엄마 아빠에게 잘해야  한다고 말해서  그렇게 한다고 약속했다던데요. OO가 말에 대한 책임은 질겁니다.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친정 근처에 살게될텐데 당연히 처가에 잘해야지요. 우리 입장에서는  객지밥 먹던 아들이 장인 장모 사랑을 받고 살면 감사하지요"

 

 내가 그러자  그러자 동글이 아빠는 웃으며 말했다.

 

"제가 집사람에게 말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박씨가 안씨가 되지는 않는다고 했어요"

 

"요즈음에 아들, 딸이 구별이 있나요? "  남편이 말했다.

 

" 그래도 6형제 중에 장남인 저만 아들이 없어서 저는 섭섭합니다"

 

동글이 엄마는  젊고 고왔다.  나는 10년 전의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보고 장모가  젊어서 좋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이런 저런 집안 이야기를  했다. 동글이 아빠가 집문제를  말했다.

 

" 집 문제는 어떻게 하실런지요?"

 

" 아들 가진  엄마들은 집문제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하던데요" 

 

 동글이 어머니도  거들었다. 나는 할말이 없었다. 사실 동글이 부모로서는 당연히 의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이 들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나는 속으로  남편에게 말하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 제가 우리 OO에게는 많이 미안하지요. 열심히 살았어도 40대에 사업에 실패를 하니까 겨우 아이들 교육만 시켰어요.  OO이  초등 학교 1학년때 제가 큰수술을  해서 잘 돌봐주지도 못하고, 늘 OO인에게 미안합니다."

 

"아이들이  둘이 알아서 하고 부족하면 좀 도와주면 되겠네요"

 

동글이 아버지는 얼굴이 붉으레해지면서 말을 했다. 그후 우리는 결혼식 날짜를 10월 27일 (일)로 결정하고 결혼식에 관한 모든 일은 아이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동글이 어머니는 손주를 낳으면   두 명다 봐주겠다고 했다.  내년에  동글이 여동생도 결혼을 한다.   동글이 어머니가 아프거나 일이 생겼을 때는 내가 돌봐주겠다고 말했다.

 

나는 이바지와 혼수는 다 생략하자고 했다. 한복도 각자 자기 옷값을 내기로 했다.  결혼식은 동글이네 집이 있는 송파구의 가든파이브에 있는 예식장으로 하기로 했다.  신혼집은 육아문제 때문에 친정집이 있는 송파구에 얻기로 했다.  

 

동글이 집 근처에 짓고 있는 오피스텔  원룸(실평수 9.05평) 을 전세 1억2천에 얻었다. 부족한 돈은 전세자금 대출을 받았다. 1억2천이면 대전 우리 동네에서는 34평 전세금이다. 만약 대전에서 결혼을 했으면  대출을  받지 않고  둘이 모은 돈으로 작은 평수의 아파트를 구해서  결혼을  할 수있었을 것이다.

 

 오피스텔이 풀옵션이니까  혼수준비에 필요한 돈도 다 전세금으로 합했다. 동글이네 삼촌들이 대형TV와 컴퓨터를 사주었다고 했다.  이번 가을에 남편의 친구 중에 아들만 있는 분들이 3명이 아들을 결혼시켰다. 세 집 모두  원룸 오피스텔을 전세로 얻어서 결혼을 시켰다.    

 

 

식사를 마치고 멋진 정원에서 차를 마시면서 나는 참 마음이 허망했다. 참 열심히 검소하게 인생을 살았는데 아들 결혼식을 앞두고 한없이 미안한 생각만 드니  마음이 슬퍼졌다.

 

동글이는  전세자금 대출을 받은 돈을  우리가 해준 것으로  자기 부모에게 말하자고 막내 아들에게 말했다지만 난 그럴 생각이 없었다. 동글이 부모가 나중에 대출을 받은 것을 알면 우리 집이 얼마나  우습게 보이겠는가? 그러나 지금까지 수입의 반 이상을  지출을 해서 겨우 빚을 다 갚았는데 또 빚을 내서 자식을 결혼 시킬 생각도 없었다. 아들들도 그것은 원하지 않았다. 

 

나는  속직 담백한 성격이다. 막내 아들도 나를 닮아서 거짓말을 안했다. 무엇보다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혼식을  거짓말을 하고 시작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요즈음 추세는  남녀 평등시대라서  결혼할 때 남녀가 공동 부담으로 하는 경향도 많다. 나는 지금 시작은  소박하게 하지만  살면서 점점 좋아질 것을 믿고 있다. 

 

막내아들은  상견례를 마치고 서울집으로 돌아오면서  내게 한마디 했다.

 

"엄마는 가만히 있지 왜 자꾸 미안하다고 해. 이제 미안하다는 말은 그만하세요. 내가  엄마에게 더 미안하지 "

 

" 미안한 것은 사실이잖아.  부부는 살면서 서로 사랑의 빚도 지고 갚기도 하는거야. 동글이가 너를 많이 좋아해줘서 엄마는 그게 고맙고  한편으로는 미안하기도 하지  "

 

 

 동글이와 막내 아들는  부지런히 양쪽 부모가  상대방 부모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렸다. 양가 모두 좋은 분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 결혼 날짜가  6개월 후로 정해졌으니  시간만 가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나만 많이 미안해 하며 상견례는 잘 끝났다. 

 

남편은 언제나 당당했다. 자기가 빈몸으로 결혼했으니 아이들도 그렇게 하면 된다고 했다. 환갑이 넘어서  자식에게 의지하지 않고 생활 능력이 있으니 당당할만 하기는 하다.  서점일로  무거운 책을 늘 옮기며 힘든 일을 하면서도 늘 다정다감한 남편이  곁에 있어서 고맙다.

 

 

* 이글은 충청남도 인터넷신문 충남 넷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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