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강철대오'는 배우 김인권을 보고 선택한 영화이다.
나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김인권의 연기가 인상에 남았다. 그후 그는 '신부수업', '해운대', 드라마 '미남이시네요' 등에서 자기 만의 연기세계를 보여주었다. '광해'에서는 호위무사로서 충신을 감동적으로 연기했다.
나는 '강철대오'를 가볍게 즐기면 되는 코미디 영화로 생각하고 갔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서 폭소를 터트리는 젊은 관객들 속에서 웃을 수가 없었다. 감독이 전하려는 메세지가 강하게 전달됐기 때문이다.
1. 중국집 배달원이 짝사랑한 운동권 여대생.
시대는 1985년대 독재정권에 대한 학생들의 반대 시위가 한창일 때 , 대학교 앞 중국집에서 배달을 하는 대오(김인권역)는 전경과 시위 학생들 사이를 누비며 배달을 다닌다.
기숙사 301호 여학생 예린( 유다인역) 의 작은 배려로를 받은 대오는 그녀를 짝사랑하게 된다.
감독은 90년대 S여대 앞에서 풀빵 장수를 하던 청년과 여대생의 로멘스에서 모티브를 얻고 대학생(삼민 투쟁위원회)들의 미문화원 도서관 농성사건을 엮어 로멘스를 부각시킨 코믹영화를 만든 것 같았다.
대오역의 김인권의 연기는 사실적이고 감동적이었다. 중국집 배달원의 까만 얼굴과 손톱 사이의 까만 때까지 섬세한 묘사가 마음에 다가왔다. 그는 영화 속에서 중국집 배달원 김대오가 돼 있었다.
85학번 중앙대 학생이었고 총학생회장을 했다는 박철민은 배달원 넘버 1(황비혹역 )으로 영화에서 대오의 적극적이고 믿음직한 형이었다. 그는 광주 항쟁 시절에 중학생이었고 현장을 다 봤다고 예능 프로에서 말했다.
대오는 영문과 교수(하일역) 에게 짜장면 배달을 자주 가면서 짧은 영어 명문이나, 체게바라의 혁명이라는 책도 알게 된다. 대한민국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읽는 사고 읽는 책이 '체게바라 혁명'이다.
나는 전국 15개 유명 대학에 출장을 가서 책을 판 경험이 있다. 가장 많이 판 책이 '체게바라혁명','체게바라 자서전', '체게바라의 마지막 일기'였다. 내가 우리나라 대학생들을 다시 본 계기도 된다.
2. 혁명이란 불가능을 뛰어넘는 것
대오는 예인을 사랑하는 일은 마치 혁명이라고 생각한다. 스펙과 외모가 모두 미달인 대오와 예린의 사랑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대오는 기숙사 301호에 배달을 갔다가 예린이 생일 파티에 참석한다는 것을 알고 용기를 내서 간다. 그러나 그것은 생일 파티가 아니고 대학생 연합인 [삼민 투쟁위원회]의 미문화원 농성 계획이었다.
대오는 대학생들이 무엇을 위해 시위를 하는지도 모르고 휩쓸려 들어가서 그들과 함께 한다.
영화의 중심에는 '광주 항쟁'이라는 큰 줄기가 있다. 감독은 미문화원농성 사건을 배경으로 대오의 짝사랑을 코믹하게 그렸다.
나는 2006년에 5.18묘역을 다녀왔다. 그곳의 추모관에서 영화를 보고 묘지를 참배한 후 광주는 내게 다른의미로 기억 돼 있다. 평소에 다른 도시의 시민들이나 대학생들은 '광주항쟁'을 그냥 역사의 한 사건으로 알고 있는 느낌이다. 나도 광주의 5.18묘역을 가보기 전에 그랬다.
3. 대오는 방관하는 것 같으나 마음으로 동참한 민중의 대표.
영화는 재미가 있다. 김인권의 코믹 연기에 관객을 시종일관 폭소를 터트린다.
대오는 예린을 보호하기 위해서 데모대에 동참했을 뿐이다. 그러다 그만 미문화원에 갇혀버렸다. 자기도 모르게 운동권 학생들과 함께 행동하게 된다.
학생들은 미국에게 광주사태를 묵인한 책임을 지고 공개사과를 하라고 외친다.
'독제 정권 타도' '미국은 공개사과하라' '우리는 재판을 거부한다'
학생들은 불안한 마음과 맹세의 의미로 운동권 주제가 '타는 목마름으로'와 그 시대의 유행곡' 오늘밤'을 부른다. 운동권 학생들의 주제가와 당시 최고 히트곡 김완선의 '오늘밤 ' 사이에 광주항쟁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느낌이다.
농성 중에도 대오의 예린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지속된다. 시위에 참여한 것에 대한 후회가 없는 청년이었다.
'건축학개론'에서 납득이역으로 연기를 인정 받은 조정석 (황영민역)이 영화 속에서 뜻밖의 인물로 나온다. 영민과 예린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다. 그사실을 우연히 안 대오는 그래도 예린을 지켜주고 싶어 한다.
나는 대오를 바라보면서 대학생들의 데모를 이해하나 자신들의 평화로운 삶이 파괴되는 것이 두려워 방관했던 민중들이 생각이 났다. 나 또한 그런 사람이었다. 광주에 살지 않았고 언론에서는 전혀 보도를 못했기 때문에 광주의 진실을 알게 된 것도 한참 후였다.
4. 웃기는 영화지만 메세지가 있는 좋은 영화.
감독은 대오라는 운동권하고는 전혀 이질적인 존재 대오를 체게바라와 비교한 것은 아닐까?
물론 체게바라는 아르헨티나의 전혀 부족함이 없는 가정에서 자랐다. 어머니의 교육의 영향으로 남의 나라에 쿠바에 가서 혁명을 성공한 전설적인 혁명가이다.
대오가 사는 세계와 운동권 학생들이 사는 세계는 전혀 다르다. 대오는 대학생들의 투쟁에 사랑이란 이름으로 동참하게 된다. 이유를 모르고 동참했지만 옳은 일이고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 주저하지 않았다.
대학교 근처 중국집 배달원 연합 회원들이 시위를 하는 학생들을 먹이기 위해서 배달을 가는 것은 시민군들이 먹거리를 나누어 주는 것을 상징 하는 것 같았다.
마지막 장면에 시위 학생들을 위해서 중국집 배달원으로 변장을 하게 하는 모습은 상당히 낯설고 비현실적이었다. 그러나 감독이 말하고 싶은 메세지는 80년대 사랑의 순수성과 광주항쟁이 우리 역사에 주는 의미를 되새겨보는게 아닐까 생각된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 집에 돌아 와서 '광주항쟁'과 '대학생 미문화원 점거 농성', '체게바라'를 검색해 보면 좋겠다. 몇년 전에 본 영화 '화려한 휴가'와 앞으로 개봉할 영화 '26년 ' 사이에 놓인 코믹 멜러 영화가 '강철 대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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