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최진실의 4주기라는 기사를 읽고 집에 있던 '편지' 비디오를 찾아서 봤다.
나는 전에 살던 도시를 떠나기 전에 폐점하는 비디오 가게에서 2개의 비디오를 샀다. '취화선'과 '편지'였다. 사고 싶을 정도로 감명깊게 본 영화이기 때문이다.
1. 두 남녀의 절절하나 맑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영화의 배경이 '아침 고요 수목원'이어서 더 화면이 아름다웠다.
조환유( 박신양역)와 이정인 (최진실역)은 순수하고 착한 사람들이다. 수목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환유와 대학원생이며 조교인 정인의 짧은 사랑이야기가 '편지'이다.
환유의 부모님은 모두 죽었고 정인의 아빠는 일찍 죽고 엄마는 재혼을 해서 이민을 갔다.
환유는 매주 월요일에 작은 기차역에 꽃 화분을 놓아둔다. 정인이 꽃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몰래 선물로 준비해두는 것이다. 어느날 정인이 기차표와 지갑을 떨어 트린 것을 환유가 택시를 타고 가서 갖다주며 둘의 사랑은 시작이 됐다.
외로움은 그들의 사랑을 더 절실하고 소중하게 해주었다. 환유는 국비 장학생으로 유학을 갈 예정이었으나 정인을 사모하면서 유학을 포기 한다.
2.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건너야 할 사막을 가지고 있다.
정인과 데이트를 하며 환유가 말해주었다.
"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건너야 할 사막을 가지고 있다고 해."
정인은 환유에게 평생 잊지 못할 사랑을 받았으나 , 환유가 자기가 건너야 할 사막이며 동시에 그 안의 오아시스이기도 한 것을 알게 되는 과정이 애절했다.
두 남녀는 고아와 다름 없지만 밝고 맑으며 명랑했다. 정인과 결혼을 하고 유학을 포기한 환유는 수목원에서 신혼생활을 하게 된다. 꿈결같은 나날들이 지나가고 있었는데......
3. 아내를 소중하게 섬기는 환유의 사랑이 감동적이다.
정인은 국문과 대학원 졸업 논문 준비를 하고 환유는 수목원 일과 번역 일을 하며 살아 간다.
* 자료사진이 부족해서 비디오 화면을 디카로 찍었습니다.
수목원 사택에서 있는 것 보다는 없는 것이 더 많은 젊은 부부는 그래도 마냥 행복하다. 외롭게 자란 환유는 문제가 있을 때 상의 할 사람이 없었는데 정인과 의논 할 수 있어서 감사한 것 같았다.
환유는 늦게 귀가한 정인의 발을 씻어주며 , 정인과 살면서 우리라는 말을 하게 된 것이 기쁘다고 했다.
정인의 꿈인 교수가 되도록 꼭 도와주고 싶다고 했다.
어느날 환유는 수목원의 어느 잣나무로 정인을 데리고 갔다. 아버지가 환유가 태어나던 해 심은 나무라고 알려주었다. 환유의 아버지도 수목원에서 일을 했었다.
4. 당신에게 미쳐 못한 말 "사랑해"
환유는 자주 물건을 놓치고 두통을 호소했다. 그러다 어느날 기절을 했다.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하니 '악성 뇌종양' 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정인의 호소로 환유는 수술을 받으나 가망이 없는 환자가 됐다.
1997년에 개봉했던 이 영화를 당시에 나는 비디오로 봤다. 상점을 해서 먼 곳에 있는 극장에 갈 시간이 없어서였다. 그 때는 암이 그리 흔한 편이 아니어서 '편지'는 그 해 최고 흥행작이 됐다. 박신양과 최진실을 확실한 흥행 배우로 만들어준 작품이기도 했다.
환유의 간곡한 부탁으로 정인은 대학에서 강의를 하게 된다. 기차로 통근하는 정인이 공중전화가 보이는 역에서 내려서 환유에게 전화를 한다. 미쳐 못한 말 '사랑해'
환유 곁에는 수목원에서 일하는 병일 (최용민역)이 늘 따뜻하게 도와준다. 사람이 아름답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배역이라고 생각한다.
5, 잣나무 밑에 수목장으로 해 달라는 환유의 유언
환유는 죽으면 화장을 해서 자기의 나무인 잣나무 밑에 뿌려 달라고 한다. 무덤이 있으면 정인이 평생 절절 맬 것을 걱정해서 결정한 배려였다.
환유가 정인에게 남긴 편지에, 사랑의 깊이가 느껴지는 내용이 나를 울게 했다.
" 사랑이란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기 전에는 그 깊이를 알 수가 없다. 너무 깊고, 크고 감당하기 벅차다"
6. 죽은 남편에게 오는 편지.
정인에게는 죽은 환유의 편지가 배달 된다. 환유가 죽기 전에 누군가에게 부탁을 한 것이다. 정인은 그사람이 누군지를 전혀 알 수가 없었다. 환유를 따라 죽으려고 했던 정인은 환유의 편지를 읽으면서 삶의 의욕기 생기기 시작한다.
입덧을 하면서 자기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과 환유의 자식을 가진 것에 기쁨을 느낀다. 그녀는 다시 열심히 살기로 결심하게 된다.
어느날 우연히 역을 지나가다 역장님이 환유에게 부탁을 받은 것을 알게 된다. 그에게 마지막 편지를 받아 온다. 그것은 편지가 아니고 비디오였다.
비디오에는 절절한 환유의 사랑과 부탁의 말이 들어 있었다. 정인은 환유의 말에 오열한다.
"우리의 사랑을 최고로 만들고 싶었어"
"당신을 최고로 사랑하고 싶었어"
" 우리가 서로 기억하는 동안만 사랑하자."
7. 즐거운 편지
정인이 생일 날 편지를 받고 싶다고 하자 환유가 고민을 하다 찾아낸 시가 '즐거운 편지'이다. 이 영화 개봉 당시에는 황동규의 시집이 동이 날 정도였다.
즐거운 편지
- 황동규 -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오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 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 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이제는 어제가 돼 버린 10월2일이 최진실씨의 4주기였습니다. 저는 남자의 자격 '하모니 시즌3'에서 환희와 준희 남매를 봤어요. 밝고 착하게 잘 커가고 있어서 보기 좋았습니다.
최진실씨의 자녀들은 외할머니께서 잘 키워주어서 엄마에 대한 감사함을 안고 살고 있습니다.
저는 최진실씨의 소극적인 팬으로서 그녀가 출연한 대부분의 작품을 본 사람입니다. 저같이 소극적인 수 많은 팬들이 최진실씨의 자녀가 잘 크도록 기원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하늘에서도 꼭 환희와 준희를 지켜주고 어머니께서 건강하시도록 기도해주세요.
최진실씨 ! 당신은 훌륭한 배우였습니다.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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