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영화광들은 혼자서 영화를 보기를 제일 좋아한다.
나는 아무도 의식하지 않고 오직 영화에 몰입하는 순간이 주는 행복이 참 좋다.
나의 영화 사랑은 주변 사람들까지 영화를 좋아하게 만들고 있다.
두 아들들은 유치원 때부터 함께 영화를 보러 다녀서 이젠 둘 다 영화광이 돼 버렸다. 내가 아들들에게 영화를 적극적인 취미로 만들어준 것은 영화는 가장 싼 가격으로 큰 즐거움과 깨달음을 주기 때문이다.
나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아주 싫어한다. 환갑인 지금에 느끼는 것은 나이를 먹는 것은 아주 허망하고 외로운 일이며 점점 조금씩 바보가 돼 가는 일이기도 한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가장 익숙해야 하는 것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그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품위 있는 노년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분명한 것은 자식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혼자 잘 노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 방법으로 영화보기와 걷기 그리고 이제는 생활화가 된 블로그를 하는 것이다.
1. 친정아버지보다 더 정이 든 시아버님.
나는 친정부모님이 일찍 세상을 떠나서 명절이라도 가야할 친정이 없다. 내가 맏딸이고 남동생들은 처가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결혼 후 10년정도 지났을 때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시아버님은 문상객이 거의 없는 초라한 빈소를 보시고 며느리인 나를 당신의 딸로 생각하신 것 같다.
내가 아버님에게 받은 사랑에 대한 마음은 한마디로 존경심이라는 말로 밖에 표현을 못하겠다. 지나치게 솔직하고 바른말을 잘하는 나의 단점을 그대로 바라보시고 보다 큰사랑으로 늘 감싸 안아주셨다.
* 대전 CGV에서 시아버님(90세)과 큰동서형님(68세)과 나.
2. 88세까지 현직에 계셨던 아버님의 남는 시간들.
아버님은 현재 90세이다. 대전에서 여고 교장선생님으로 정년 퇴직하신 후 88세까지 중소기업을 직접 운영하셨었다. 당신의 건강을 유지 하기 위해서 하루에 6km를 걸으시며 대중교통을 이용하셨다.
지금도 퇴직 교장 선생님 모임이 있을 때는 석교동 본가에서 서대전 네거리 까지는 가끔 걸어가신다.
어머니께서 오랜 투병생활을 하시다가 올해 7월에 돌아가셨다. 담담하게 장례식을 마치신 아버님은 한달 정도 지나자 심한 몸살을 앓으셨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아버님은 작년과 올해 남동생(81세) 과 여동생(86세),그리고 아내 (78세) 세분을 저 세상으로 보내셨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큰시누이 형님이 친정에 머무르며 아버님을 돌보고 있다. 참 고마운 일이다. 아무래도 며느리 보다는 딸이 아버지에게 잘하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아버님은 한달에 5~6번의 점심 약속이 있다. 주말에 가끔 덕산에 있는 시골집에 가신다. 그외의 시간에는 집에서 컴퓨터로 바둑을 두시거나 스토쿠를 하신다. 스토쿠는 고급단계까지 다 하셔서 이제 더이상 할 게 없을 정도이다.
3. 아버님께 극장에 함께 가자고 권유했더니......
나는 대전으로 이사를 오고부터 큰동서형님과 함께 극장을 다녔다. 영화가 상영되기 10분 전에 만나서 영화를 보고 끝나면 각자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형님은 보온병에 커피를 넣어오고 초코렛이나 과자를 가지고 오셔서 나에게 준다.
언젠가 시누이형님과 큰동서형님과 함께 방자전을 봤다.
우리들이 극장에 함께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시아버님은 뜻밖의 말씀을 하셨다.
"너희들 끼리만 다니냐?"
"아버님 ! 다음번에는 우리들과 함께 극장에 가시겠어요?"
"그래."
4. 아버님과 함께 본 영화 .
*완득이.
*퍼펙트게임
*연가시
* 나는 왕이로소이다.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알투비.리턴 투 베이스
* 광해.
* 점쟁이들.
5. 영화 관람 후에 음식을 사주시는 아버님.
어제 개봉한 영화'점쟁이들'을 미리 예매를 했다. 공휴일이라서 표가 없을 까봐서였다. 역시 극장은 만석이었다. 나는 영화를 재미있게 보고 나왔다.
" 오늘 영화는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
아버님과 큰동서 형님이 같은 소감을 말했다. 나는 비교적 재미있게 봤다.
아버님은 병무청 근처에 있는 당신의 단골 식당으로 우리를 데리고 가셨다. 큰동서 형님은 운전경력 20년으로 우리를 어디든지 편하게 데리고 다녔다. 우리 시집은 모두 자기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
'사랑채' 식당에서 낙지전골(27,000원)을 3인분 먹었다. 극장에 갈 때마다 아버님이 식사를 사주셨다.
아버님은 식사를 하시며 집안의 소소한 일들과 당신이 겪었던 과거의 일을 말씀하셨다.
식당을 나서며 아버님이 말씀하셨다.
"다음에는 재미있는 것으로 정해라."
" 아버님 ! 영화를 보다 보면 재미있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어요. 오늘 영화는 젊은이들 취향에 맞춘 영화같아요. 안산언니(큰시누이형님) 하고 광해를 보시면 되겠네요. "
지난 번에 아버님이 약속이 있어서 큰동서형님과 나만 '광해'를 봤다.
나이가 들수록 다양한 세대와 함께 있을 기회가 필요하다. 영화는 시대의 조류와 시대의 희망과 판타지를 표현 해준다. 나는 영화 블로거라서 다양한 영화를 본다. 영화는 나의 사회적인 경험을 확장해주고 즐거움도 준다.
나는 아버님과 영화를 보면서 추억을 만들고 있다. 집에서 주로 혼자 계시는 아버님에게 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알려드리고 싶었다. 90세인 우리 아버님도 영화를 좋아하시는데 다른 어르신들도 좋아하실 것을 짐작 할 수가 있다.
** 여러분의 부모님들은 낮시간을 어떻게 보내시나요?
부모님에게 극장표를 예매 해드리고 , 같이 가서 영화를 보시면 무척 즐거워하실 겁니다.
저는 아들들이 저와 함께 영화를 보고 제가 먹어보지 못한 음식을 사줄 때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아버님께 극장을 가자고 했습니다. 여러분들도 한번 해보시면 부모님과 좋은 추억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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