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일상

아들만 있는 엄마들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하는 이유

모과 2011. 8. 31. 06:00

 

 대학 동창이 네 명이 모였는데  두 명은 아들만 둘이고 두 명은 딸만 둘이었다.  한 친구만 딸 둘을 모두 결혼시키고 모두 자녀가 미혼이었다. (가명으로  진숙, 경희, 정숙,  성희)

 

1.  음메 ! 기죽은 아들 엄마들

 

 아들만 둘 인 나 ,성희(본명)는 두 아들에게 결혼 문제를  모두 맡겨놓고 있다.   아들들이 군대에 다녀온 후 부터는  의젓해져서  가끔씩 어미인  나도  어려울 때도 있다. 둘 다 30을 넘었으니  아빠가 결혼을 한 나이를 넘겼다.  막내는 결혼을 전제로   사귀는 여자 친구가  있다. 

 

 시중에 떠도는 말들이 모두 이상한 시어미 이야기만 있어서 나도 살짝 긴장하고 있다.   딸을 키워보지 못하고 솔직한 내 성격이  누가 며느리가 오든지 잘 맞을까  가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나는 며느리들이 맞벌이를 할 경우에,  출산을 했을 때  손주를 돌봐달라고 하면 적극적으로 봐 줄 것이다. 그러나 며느리를 편하게 해주는 것은 가능하면 자주 안 만나는 것이 좋다는 소리나  글을  하도 많이 봐서 세뇌가 된 것 같다.  며느리도 보기 전에 많이 걱정이 될 때가 있다.

 

"아들만 있는 엄마는 불쌍하다"

" 아들은 가능하면 멀리 사는게 좋다" 라는 우스게 말을 듣고 가끔 서글퍼질 때가 있다.

 

내가 사랑으로 정성껏 키운 아들이 사랑하는 여성이 끔찍하게 사랑하는 남편의 어미를 그렇게 싫어 한다면 뭔가 크게 잘못된 것이 아닌가? 서로 대화하고 배려하고 협력해서 아들과 남편을 더 행복하게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정숙이는 아들들을 늦게 낳아서  막내가  군 제대를 앞두고 있다. 큰아들은  우리 막내와 같은 31살이다.

 숙이는 오래 투병 중인 시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돌보고 있다. 벌써 8년 째 치매를 앓고 있는 시어머니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나중에라도  누구 앞에서도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다.  정숙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따로 포스팅 할  예정이다.   

 

우리 친구들은  가족에 대한 책임과 의리는 똑같이 강하다 . 그래서 친구가 된 듯하다. 약속시간을  칼같이 지키는 것까지 모두 똑같다. 대학 때 우리 셋은 절친이었다.

 

 

2.  잘 키운 딸 둘이 있어서 아들 부럽지 않게 한다고 기가 살은 엄마들

 

먼저 두 딸을 키운  진숙은 동창인  경희의 조카를 소개받아서   막내 사위를 얻었다.  맏딸은 진숙이  여신도회장을 한 교회의 목사님의 소개로 같은 교회의 청년과 결혼을 했다. 진숙의 넉넉하고 좋은 품성이 사위까지 다 좋게 만나게 한 것 같다.  일요일이면 두 딸과 사위가 교회에 와서 함께 예배를 보고  교회에서 엄마와 식사를  하고 간다.

진숙이의 남편은  국제 금융전문가로  아주 유능한 사람이었다. 해외지사 생활을 하며  두 딸들을 국제적인 인재로 키울 수 있었다.  진숙의 남편은 십 여년 전에  돌아가셨다. 친구지만  혼자서 딸 둘을 잘 키운 진숙이가 존경스럽다.

 

 

경희의   큰 딸은  좀 유명한 음악가이다.   가족들끼리 대화가 많고 여행을 통해서 생각을 키워준 독특한 교육법으로 두 딸을 키웠다. 막내딸은 외국인 제약회사 한국지사에  근무하고 있다.  부부가 친구같이  오손도손 살아온  경희는 참 여성적이고 외모도 예쁘다. 두 딸이 모두 미혼이다. 경희는 진숙과 사돈이  됐고  내가  동창회에 나가면서 경희의 딸을 키운 교육기를 인터뷰하면서 친해졌다.  

 

3. 암 수술한 친구가  외손주를 쾌히 봐준다고 하는 이유

 

진숙이 큰 딸이 임신을 했다고 기뻐했다. 그러더니 뜻밖의 말을 했다.

"  우리 큰 딸이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면 사랑을 못받는다고 해서 내가 바로 말했어. 그 사랑 내가 줄게라구. "

 

" 너 건강이 좋지 않아서 되겠어? 항암 치료도 계속 받아야하는데"

 

 내가 물었다.  다른 친구들도 다 같은 생각이었다. 진숙이는 갑상선암 수술을 1월에 받았다. 항암치료를 계속 받아야 한다, 아무리 갑상선 암은 암측에도 안든다고 해도  아플 때가 왜 없겠는가?   

 

"  집안 일을 하는 사람을 두고 나는 아기만 돌보면 돼. 우리 딸이 직장을 그만두면 국가적인 손해야. 직장에 계속 다녀야 해 ."

 

진숙이의  진실된 말을 듣고 나는 마음 속에서 징 소리가 울리는 소리를 들었다. 

 

" 그럼 봐주어야지. 아기들 3살까지는  인성이 형성되는데 나도 봐 줄거야. 어떻게 안 봐 주냐? "  

 

이번에는  딸만 둘인 경희까지 그렇게 말했다. 경희의 남편은 강남에서  건설회사를 하고 있다.

 

 

아들만 둘인  나와 정숙이는  순간  멍해서  서로 쳐다 봤다.  사실 주변에 아들만 둘이 있는 엄마들은  대부분  사돈이 손주를 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분위기였다.

 

나 역시 대전에 살고 있고 아들 둘이 모두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해서  그렇게 될 확율이 많다.

 

큰형님 집에도 아들만 둘인데 객지에서  사는 아들들이 처가와 가깝게 지내고 장인,장모의 사랑을 받는 것은 고마운 일이라고 했다.  객지에서  따뜻한 밥 한 끼라도 해주는 사돈들이 고맙다고 큰형님은 자주 말하고 있다. 물론 김치와 밑반찬은 항상 만들어서 보내고 있다.  

 

아들만 둘인 우리집은 부모와  아들들이 친구같이 지내고 있다. 좋은 음식을 먹으면 서로 생각을 하고 기쁜 일이 생기면 빨리 알려준다. 아빠는 같은 남성으로서 이해해주고 아끼며 엄마는  혼자 여자니까  남자 셋이 보호해주고 있다.

 

이렇게 행복한 우리 가족들이 며느리를 보면  나는 불쌍한 여자가 되고 ,우리부부는 아들을 뺏기는 부모가 된다고들 하니 기분이 우울해집니다. 참 말들도 잘 만들어 내는 세상입니다. 아들만 있는 엄마는 정신차리고  살 길을 찾아야 합니다.^^  저는 좋은 며느리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