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교육

노량진에서 공부하는 자녀를 가끔 만나러 가야하는 이유

모과 2011. 3. 2. 06:30

막내 아들이 노량진에 투룸을 얻은 것은 대학동기가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막내의 대학동기는 노량진에서 공인회계사 공부를 3년 째 하고 있다.  그친구의 누나도 노량진에서 같이 살았는데 5년만에 9급 공무원에 합격을 했다고 했다.

 

 아들의 친구는 며칠 전에 본 회계사 시험지를  채점해 보니 떨어졌다고 한다. 그동안 노량진에 머문 것을 후회한다고 했다.  졸업을 할 때 그냥 취업을 할 걸 그랬다고 ...부모님은 9급 공무원 시험준비를 하는 줄 알고 있는데 본인이 하고 싶은 공부를 했었다.

* 노량진 거리 풍경은 모두 제가 찍은 사진입니다.

 

1.  노량진의 고시촌으로 모여드는 전국의 대학 휴학생과 졸업생들

 

우리 아들들은 노량진에서 지하철을 타면 둘 다 20분 정도 거리에 직장이 있다.  전에 있던 충무로의 원 룸 값이면 노량진에 투 룸을 얻을 수가 있고 회사와 거리가 가까워서 집을 얻었다.

 

노량진 본토 주민들 이외에 직장인은 드물다. 모두 고시니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서 모여 있는 젊은이들이다.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두 세 번 가보니 거리의 학생들이 얼굴에 웃음도 생기들도 없었다. 시험에 합격을 하면 다 집으로 돌아 가기 때문에 늘 시험을 준비 하는 학생들이 머무는 동네이기 때문이다.

 

막내의 대학동기 중에 한 명은 신림동에 있고 한 명은  노량진에 살고 있었다. 30,31세인 그들이 이제 와서 후회를 하면서  하는 말은 집안 걱정이라고 했다.

 

 부모님과 집안의 경제 사정을 걱정하면서 그 동안의 시간을 후회를 하고 있다.  막내에게 이제 포기하고 취업을 해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나는 막내 아들에게 그말을 듣고 그들의 깊은 절망과 회한이 전해졌다. 내 아들의 친구의 이야기이지만 내 아들의 이야기같이 들렸다. 나는 막내의 친구가 시험을 준비하던 3년의 기간이 허송 세월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일을 위해서 준비해봤으니 살면서  미련을 가지지 않을 것이다.  인생에서 3년은 아무 것도 아니다. 공부하면서 보낸 기간이고 비록 시험에는 떨어졌지만 살면서  언젠가는 쓰여질 지식이라고 생각한다.

 

 

며칠 전 노량진에서 고시를 준비하던 29살의 남학생이 애인과 헤어지고 자살을 한 기사를 봤다.

이시대의 사람들은 절망을 하면 죽고, 화 나면 죽고, 병 나면 죽고 , 앞으로의 생이 너절하고 가난할 것 같아서 죽고 , 사업에 실패해서 죽고 , 실연해서 죽고 , 학점이 나쁘게 나오면 죽고 ....모두 쉽게 죽음을 선택한다.

 

 그학생이 부모에게 속이 라도 털어놓고 함께 울었어야 했다. 그리고 다른 길을 가면 되는 것인데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정말 아깝고 기가막힌 사건이다. 부모님이 기대하고 있는게 무엇인지 알고 있어서  말 한마디 의논 못하고  쓸쓸하고 고독한 선택을 한 그 죽음이 너무 아깝다.

 

 

2. 노량진에서 공부하고 있는 자녀를 가끔 찾아가서 만나야  한다.

 

우리 막내도 대학재학 중 방학 때 토익공부를 하러  서울에 가서 학원을 다니며 노량진에 두 달을 머문 적이 있었다. 나는 군대까지 다녀온 남학생이 어련히 알아서 했을까 생각을 하고  한번도 가보지 않았었다.

 

막내아들은 자기가 알아서  고시원에  월 35만원 짜리 방을 얻어서 있다 왔다.

나중에 들으니 대학친구들 서너 명이 노량진에 있어서 술을 자주 먹고 공부는 열심히 하지 않았다고 했다.물론 토익점수도 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 두달의 경험은 막내아들에게  졸업 전에 취직을 하게 만들었다.

 

노량진에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들도 많지만  공부는 안하고 학원에만 다녀온 후  친구들과 술을 먹거나  피시방에 가거나 연애를 하는 학생들도  생각보다 많이 있다고 했다.

 

자녀가 노량진이나 신림동에서 고시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면 가끔 찾아가기를  권유한다. 가서  맛있는 음식도 먹이고 자녀가 하는 속 이야기를 들어 주고 오면 좋겠다.

 

 자녀에게 공부가 생각보다 안 되면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다시 시작하자고 말해 주어야 한다. 언제나 돌아 갈 곳이 부모형제 곁이라는 것을  믿게 해주어야 한다.

 

 

나는 아들들의 집이 있는 노량진 거리를 걸으며 스쳐가는 젊은이들이  예사로 안 보였다. 집에가면 다 소중한 아들,딸들인데 객지에서 언제 될지도 모르는 시험 공부를 하느라고 고생하는 것이 표정에 다보이기 때문에 안타까웠다.

 

 누구나 가려던 길이 막히면 다시 돌아 나와서 제 길을 찾아 가면 된다. 그것은 실패가 아니다. 그냥 가벼운 실수일 뿐이다. 누구나 인생을 살아 가면서 그정도 실수는 몇 번 씩은 다 하고 산다.

 

나도 한 때 생활이 어려워지자 끝없이 죽고 싶었다. 그런데  잘 나갈 때만 살고 절망과 실패가 오면 죽는 일은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고통의 끝은 언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극복하지 못할 운명은 없다고 굳게 믿고 독하게 마음을 먹고 살았다. 그리고 극복해 냈다.

 

**노량진 거리를 걸으며 사진을 찍고  수험생 여러분들이 고생한 만큼 좋은 결과를 얻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혹시 실패하면 부모님에게  그길을 그만 간다고 말하세요. 다른 길도 가보면 참 괜찮은 길이 많습니다. 제 경험에 의하면 인생은 충분히 살아 갈 가치가 있습니다.

 

*교육코너 베스트로 선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우리 교육에 대해서 더 고민하며 글을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