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일상

종합병원 6인 병실은 사회의 축소판이다.

모과 2011. 1. 26. 06:30

지난 해 7월  ,큰아들이 편도선염으로 죽다가 살아 났다. 여름휴가를  모두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았다.  아들은 21살에 집을 떠난 후   엄마 곁에서  가장 오래 있는 기간이기도 했다. 편도선이 부어서 말을 못하고 고통으로  심하게 몸살을 앓았다.

 

나는 하루에 두 번 병원을 오가며  아들 아이를  마음껏  보는 것이 한 편으로 좋기도 했다.   아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단했던 대학생활과  군생활, 직장생활을 하면서 쌓인 피로가 폭발한 것 같기도 했다.

 * 큰아들이 입원했던  종합병원은 집에서 버스로 10분 거리에 있다.

병원에서 가까운  논산, 공주, 부안, 부여등에서 온 환자들과  대전 서구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병원은  환자와 문병객으로 북적이었다.

 

1.  스트레스로  새벽에 심장발작으로 응급실에 실려온 67세 아저씨

 

6인실에 입원한  아들은  창가 제일 끝 자리가 침상이었다.  급성맹장으로 입원한  환자가 두 명이고  당뇨병이 악화되서 입원한  82세의 노인환자 , 무좀이 악화되서 입원한 환자, 그리고 부인의 당뇨병과 치매를 치료하다  스트레스가 겹쳐서 새벽에 심장발작으로 응급실에 실려온 67세 아저씨 모두 6명이었다.

 

당뇨병으로 눈이 나빠진 환자를 잘 치료해서 안과가 유명한 병원이라서 그런지 유난히 당뇨병 환자가  많았다.

 

 오후  3시쯤, 67세 아저씨는   갑자기  외출복으로 갈아 입었다.

 

" 퇴원하세요?"  내가 물어봤다.

 

" 아니에요. 집에 잠깐 가서 집사람 주사를 놔주고 오려구요. 내가 집사람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여서 참다참다 폭팔해서 어제 밤  응급실에 왔어요. 우리집 사람이 당뇨병인데 치매까지 와서 제가  노인 요양사 자격증까지 땄어요. 공무원으로 퇴직하고  오직 집사람만을 위해서 살려고 합니다. 당뇨가 심하니 눈까지 안 보였는데   병원치료 받아서 눈은 고쳤어요. 제가 집사람을 태우고 안가본데가 없어요.  걷기 좋은데로 가서 한 시간씩 걷고 오곤 했어요. 지금 집에 가서 인슐린 주사를 놔주고 오려구요."

 

" 자제분은 없으세요?"

 

" 1남 1녀인데  아이들이 있어도 다 직장에 다니고 학교다니는 손자 손녀가 있어서 와 있을 수가 없어요. 어제 밤에 아들이 와서 응급실에 데리고 왔어요 딸은 연가를 내고 왔는데  오래 있을 수가 없어요.  제가 아들에게 그랬어요. 가끔 집에 전화를해라.  엄마 아버지가 나이가 많은니 둘다 잘못될   수가   있으니 확인해 보라구요"

 

아저씨 부인은 66세라고 했다.  아저씨는 외로운 사람 특유의 말하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묻지 않아도 줄줄 사연을 말해 주었다. 다음날 부인과 딸이 왔는데  부인은 얼이 빠진 사람같이 멍한 표정이었다.   병원 바로 앞의 아파트에 살고 있는 그 아저씨는 바로 퇴원을 했다.

 

 

2. 병실안의 사람을 전도하려고 하는 목사님의 어머니  

 

82세  노인 환자는 전직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라고했다. 부인도 초등학교 교사를 했다고 했다. 두 분은 조용조용  존댓말로 대화를 했다.  인척이 의사로 근무해서 경기도 OO시에서 왔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당뇨병 후유증으로  눈이 안보였다. 나는 당뇨병이 무서운 것을 눈으로 보았다.

 

" 이분이 예수를 안 믿고 섬에 가서 교사를 하면서  물고기 먹고 술 먹고 해서 당뇨병에 걸렸어요.나도 마산에서 교사를 했으니까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요. 회개하고 기도해서 다 고쳤었는데 다시 또 물고기 먹고 해서 하나님이 치신거지요."

 

나는 이 할머니와 대화를 하면서 계속 예수님 이야기를 해서 좀 갑갑해졌다.

 

" 그게 하느님이 치신게 아니고 건강관리를 잘못하신 거네요. 사람이 잘못해서 일어난 일을 왜 하느님이 벌을 줬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 교회에 다니세요?"

 

"성당에 다니고 있는데요."

 

개신교에서는 하나님이라고 하고 성당에서는 하느님이라고 부른다.

 

"  나는  교회다니는 사람들 제사를 안지내서 잘못됐다고 봅니다. 명절에도 집에도 안오고 문제가 많아요. 우상숭배라니 조상이 우상입니까? 우리집도 보면 ..."

 

67세 아저씨가 갑자기 흥분하면서 말했다. 퇴원하기 전에 있었던 일이다. 나는 앞으로 일어날 일이 훤히 보였다. 결론이 나지 않는 토론을 할 것이다.

 

" 아! 두 분 말씀은 알겠는데요. 여기는 모두 아파서 치료를 받으러 온 사람들이니  종교문제는 그만 말씀하셨으면 좋겠어요. 종교와 정치문제에 서로 양보하는 분들을 못 봤거든요"

 

두분은 내가 그렇게 말하니 하고 싶은 말을 참는게 역력했다.

 

맹장염으로 입원한 총각은  식탁에 노트북을 놓고 무엇인가를 하고  있었다. 이쪽에 관심이 전혀 없었다.

 

무좀이 심해서  입원한 아저씨는 독거노인인지  퇴원할 때까지 아무도 찾아오는 이가 없었다.  

 

            **계속 잠만 자던 큰아들,  32년의 피곤을 다 풀기를   나는 속으로 기도했다.

 

다음날 할머니의 아들인 목사님 부부가 딸기 한 상자를 사가지고 와서 10분 정도 있다 갔다. 할머니는 딸기를 씼어서  병상마다 돌아 다니시며 두 세 개 나누어주었다.

 

 할머니는  목사인 아들이 책도 여러 권 냈다고 하셨다.내가 블로그 이웃이  보내준 시집을 아드님 드리라고  한 권 드렸더니 바빠서 읽을 시간이 없다고 했다. 참 기가 막혔다.  자기 신앙이 앞선다는 신앙적인 자부심은  누구도 막을 수가 없다. 대화가 전혀 되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3.  입원기간 동안 책만 읽었던 큰아들  

 

아들이 먹고싶다는 음식을 하거나 사서 들고가면  조용히 책을 읽고 있거나 자고 있었다. 집에서 서점을 하고 있는데 병원구내 매점에서 책을 사서 읽고 있는 아이였다. 목이 아프니까 그냥 그랬나보다. IQ84 -3이였다.  다른 젊은이들 마냥   큰아들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좋아 했다

.

아주 어렸을 때부터  책을 들면 몇 시간 씩 들여다보고 혼자 놀던 아이였다. 책을 많이 읽어서 말을 조리있게  잘 하는 편이다. 그래서  고객에게 하루종인 말을 하는 직업을 가졌다.

 

 

 

하루에 두 번씩 꼭 간 이유는  아들이 그냥 집에 있으라고 말을 안해서이다.편도선염은 갈수록 회복이  빠른 병이다.  

 

" 엄마 이따가 올께"

 

 내가 그러면  아들이 가만히 있어서  못하는 솜씨지만  아들이 좋아 하는 생선을 굽고 반찬 몇 가지를 해서 가지고 갔다.  나는 아들의 병원밥을 먹고 아들에게는 냉면이나  낚지복음도 사갔고  평소에 아들이 좋아 하던 음식을 가지고 갔다.

 

부모가 있는 집에 오면 숙면을 한다는 큰아들의 그 동안의 노고가 안스럽다.  착하고 예쁜 아가씨를 만나서  오손도손 편하게 살아 가기를  나는 늘 기도하고 있다. 둘이 있으면 무조건 좋고 편한 여성이 꼭 있을 것이다.

 

아들이 병원에 입원한 6일 간 하루에 두 번씩 병원을 다니며 6인용 병동은 인간사회의 축소판임을 느꼈다. 나는 건강을 지켜서 남편 속을 썩이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도 했다. 시집은 대표적인 장수집안이기 때문이다.

 

 * 일상다반사 코너 베스트로 선장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더 좋은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