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일상

대중목욕탕에서 대판 싸울 수 밖에 없었던 이유

모과 2010. 12. 13. 18:03

그런 상황에서 싸우지 않으면 정말 바보라고 생각했다. 

 

 시어머니께서 병원에 입원을 하셔서 며칠 만에  동네 목욕탕에 갔다. 발목이 심하게 아파서 이틀에 한 번씩 목욕탕에 다녀서 매일 목욕을 오는  아주머니들과 알게 되었다.

 

 

고정 멤버들은 달 목욕권(매일 목욕오는사람들이 할인해서 사는목욕표) 을 끓어서 아침 10시 경에 와서 오후 4시까지 있다가 가곤 했다. 나는 20년 전에 페절제 수술을 했고  기관지도 약하고 고혈압약을 먹고 있어서 목욕을 1시간 30분 이상 못한다. 그 이상하면 꼭 감기가 오기 때문이다.

 

 

 

1. 아픈 시어머니를 빨리 죽으라고 기도하라는 여자들

 

" 왜 그동안 목욕을 안 온 겨?'

 " 감기도 걸리고,시어머니께서  병원에 입원하셔서 못 왔지"

 

'시어머니는 어디가 아픈데?"

 "골다공증으로  키도 많이 줄고 ,병원에 정기 검진 받으러 가서 계단에서 넘어지셔서 팔이 부러지셨어. 치매까지 와서 같은 말을 반복적으로 하시고 있어"

 

" 자기! 시어머니 때문에 골 아프겠다. 시어머니 빨리 돌아 가시라고 기도해"

 " 내가 수고하는게 있나? 아버님이 힘드시지. 얼마나 지극정성으로 어머니를 대하시는데 . 가까이서 살고 있는 큰동서가 힘이 드시지 "

 

"우리 시어머니가 중환자실에서 혼수상태일때 내가 남편에게 말했어.  산소호흡기 떼라구. 요즘도 남편이 술먹고 들어와서 나를 원망해 .그때 그말을 했다고.  나는 미리 아들들에게 말해두었어. 내가 그지경이 되면 기계 붙이지 말라고...우리 친정엄마도 당뇨가 심해서 몸을 잘못 움직이고 있어. 올케가 시어머니 모시라면 이혼하겠다고 해서 내가 나서서  엄마에게 노인 요양병원으로 가시라고 해결했어. "

 

그녀는 수영이 끝나면  거의 매번 자가용을 운전하여 친구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간다.  그러면서 한 달에 한 번도 친정 엄마를 보러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60이 다되서 나에게는 역시 타향인 남편의 고향인 대전으로 이사를 왔다. 나는 마치 낯선 섬에 혼자내린 듯한 느낌으로 살게 되었다.

 

발목아킬레스건 염증으로 15개월 병원 치료를 받으며 하루는 병원에가서 물리치료를 받고 하루는  혈액순환을 위해서 목욕탕에  갔다. 나와 나이가 비슷한 아줌마들과 알게 되고 나는 복지관을 소개했고 그녀는 수영장의 아쿠아 로빅을 소개해서 가까워졌다. 

 

                    **날씨가 추우니까  서울파고다  공원  노인들이 모두 종로3가 지하철에서 쉬고 있었다.

 

2. 할 말과 안 할 말을  가려서 할 줄 모르는 아줌마들

 

친구라고 한 명 사귀어 볼려고 한 사람이 그렇게 말했다.  나는 속으로 기가  막혔지만  그냥 참았다.  그런데 이틀 후 다시 다른 아줌마가  똑같은 말을 해서 나는  화가 폭발했다. 그 목욕탕에 안가려고 했으나 10장씩 사둔 목욕표가 남아서 갔다.

 

63세라는 그 아줌마는 며느리를 본지 얼마 되지가 않았다.  고생을 하고 살아서 나이가 70세도 넘게 보였다.

고정 멤버들과 친해서 서로  애경사도 함께 하는 것 같았다.

 

" 그동안 왜 목욕탕에 안온 겨?"

"네 시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해서요. 저도 감기에 걸렸구요."

 

"시어머니가 어디가 아픈데"

나는  똑같은 대답을 했다. 그랬더니  그 아줌마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대답을 했다.

 

" 시어머니가 빨리 돌아 가시라고 기도 혀"

"뭐라구요? 그걸 말이라고 하는거예요?  지난 번에도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그때 지난번에 내게 똑같은  말을 했던  그아줌마가  휴게실로 나왔다. 목욕탕에 오래 있으니까  힘이들면 휴게실에 나와서 평상에 앉아있다 들어 가곤한다. 음료수를 죽 돌리거나 휴게실 한 켠에 있는 황토방에 들어가서 땀을 빼기도 한다.

 

" 저기 나오네요.지난 번에 내게 시어머니 빨리 죽으라고 기도하라던 사람이요'

" 그려 자기 위해서 그랬지. "

하며 그녀가 평상에 앉았다. 나는 옷을 다 입은 상태였다.나이 많은 언니는  그냥 가만히 있었다.

 

" 지금 둘이 똑같은 말을 하는데 그걸 말이라고 하는거야? 자기들도 며느리 보고, 앞으로 볼 사람들이 "

" 어 ! 대단하네.  집이는 그려? 보통 며느리들이 시어머니가 빨리 돌아 가시기를 바라지 않나?"

 

" 이 아줌마들이 미쳤나? 왜 남의 시어머니를보고 그런 말을 하고 그래. 에이 이런 목욕탕은 이제 안올거야"

" 대단하네. 목욕탕에 안오면 자기만 손해지 멀리 가야하고 "

" 에잇.  내가 평생을 다녀도 이런 목욕탕은 처음본다. 다시는 이 목욕탕에 안 올거야. "

 

 

장수사회의 큰 문제는 노인성 치매이다.  치매는  답도 없고 멀고 먼 길에 들어선 것과 같다. 당사자는 정신줄을 놓아서 큰 스트레스가 없고 가족들은 힘든 그런 병이 치매이다.

 

그러나 어쩌랴!  그런 병에 걸리고 싶어서 걸리는 것은 아니다. 편생을 함께 한 가족이 그런 병에 걸렸으니 돌보아 드리는 일에 열중해야 한다. 그러나 힘이 든 것도 사실이다.

 

나는 시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우리가 더 나이가 들면 치매 상태에 따라서  차별화된 노인 병원이 생길 것 같다. 두아들들이 모두 서울에 있는데 결혼을 해도 맞벌이와 양육문제 때문에 병든 부모를 자주 찾지 못할 것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미리 말해두었다.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만약 엄마가  치매에 걸리면 노인 병원에 입원을 시키고 매주 한 사람씩 만 보러 오라고 말했다. 아들,며느리 네 명이서  한 명씩만 일 주일이나  2주일에 한번 씩 보러 오기 바란다고 말했다. 부모님을 자주 찾아 뵙는것도 우리 세대가 마지막이 될 것 같아서 우울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그 아줌마들이 한 말은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경우라고 생각한다. 할 말과 안할 말을 가려서 했으면 좋겠다.

 

**일상다반사 베스트로 선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더 좋은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