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교육

아들만 있는 엄마가 살아 가는 방법

모과 2010. 9. 4. 10:47

나는 첫애를 아들을 낳고  막내는 딸이기를  간절히 바랬었다. 그런데 또  아들이었다.

큰 애를 임신하고  나나름대로 자녀교육에 대한 꿈과 계획을 세웠다. 그중 가장 큰 목적은 행복한 사람으로 키우고 싶은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는 상식적이고 성실한 사람이 되도록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양성평등의 시대가 꼭 올테니 그시대에 맞게 아들들을 키우고 싶었다. 집에서부터 엄마와 대화를 하며 자란 아이들은 사회에 나가서도 여성과 자연스레 어울릴 것이다.

 

1.자녀와  몇 살부터 대화가 가능 할까? 나는 임신이 되는 순간부터라고 생각한다.

 

임신하고 입덧이 심해서 몇 달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러나 마음으로는 착한 생각을 가지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내 아이는 착하고 마음이 따뜻하고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아이일 것이라고 믿었다.  늘 마음으로 기도하며 , 아가에게 마음 속으로  말을 하기도 했다.

두 아이 다 순하고 조용했다. 자라면서 한번도 속을 썩인 적이 없이 잘 자라주었다. 집안이 사업에 실패해서 곤두박질쳤어도 아이들과 매일 대화를 하며 살았기에  잘 참고 건강하게 자라주었다.

 

2. 어릴 때부터 영화관에 자주 보냈다.

 

내가 영화를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두 아들을 다 영화광으로 만들었다. 유치원 때부터 "영구와 땡칠이" 같은 영화를 시민회관에 같이 가서 봤다. 왠만한 12세 미만 영화는 다 보내주었다.  동네에 비디오 가게가  많이 있었지만 대부분 영화관에 가서 보게 했다. 대형스크린에서 보는  몰입하고 보는 영화의 재미를 알게 했다. 영화관에 보낼 때는 햄버거와 콜라 값도 넉넉히 주었다.

한 달에 한번, 혹은 시험이 끝났을 때마다  형제를 같이 보냈다. 시험을 잘보고 못 보고는 관계가 없었다.그래도 노력을 열심히 한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격려해주었다. 영화를 보고  온 아이들에게 영화의 내용을들었다.  가족여행을  거의 못 간 우리  아이들에게 내가 보상한  유일한  방법이었다.

가족은 자주 함께 해야 하고 대화를 해야 하는데 우리집은 영화가 매체가 돼 주었다.

 

대화가 전혀 없이 엄격한 예절속에 자란 남편도 퇴근 후에는 막걸리로  반주를하며 나와 아이들과늘 한 시간 이상씩 대화를 하게 됐다. 영화를 갈 시간이 없는 남편은 아이들과 삼겹살과 소주로 대화를  한다. 주로 아빠의 실패담을 말해주고 아이들이 잘하고 있다고 칭찬을 해주고 상황에 따라서 대처 하는 지혜로운 방법을 말해주곤한다.

 

우리 부부는 둘다 아이들 앞에서 권위적이지 않고 친구같은 부모이다. 그리고  우리 가족들은 서로 깊이 사랑하고 있다.

 

3. 대학에 진학 후에는 엄마와 같이 영화를 보러 다녔다.

 

 대학은 큰 애는 서울로, 막내는 대전으로 유학을 갔다. 친구들과 영화를 보면 꼭 나에게 전화를 한다.

'엄마가 보면 좋은 영화야. 아주 재미있어."" 엄마 ! 그 영화는 재미는 있는데 너무 잔인해. 엄마는 보지 마세요"

 

집에 내려오면 당연히 엄마와 영화 한 편을 보고 올라 갔다. 영화를 보러 한 시간 거리를 걸으며 대화를 하고 영화가 끝나고 돌아 오면서 다시 영화 이야기, 학교이야기,친구이야기를 하며 돌아 온다.

 집에 와서는 통닭과 생맥주를 마시며 계속 대화를 했다. 졸업 후 미래, 교수님, 학점에 대해서 우리는 늘 수다를 떨며 행복해 했다.

 

4. 군에 다녀온 후 아들들도 모두 가장의 자세로 변했다.

 

지금 우리집은 가장이 3명이다. 나만 빼고 모두 그렇게 생각을 하고 살고 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고 아들들 모두 가정환경을 보고 그러게 변했다.

 

엄마는 돌봐주어야 하는 몸이 약한 사람, 엄마는 고생했으니 이제 좀 쉬어야 하는 사람,....

 

한 때는 내가 혼자 가장이었던 때도 있었다. 남편이 사업에 계속  실패를 하던 40대가 그렇다. 가족은  희노애락을 함께하는  유일한 관계이다. 그러므로 늘 머리 속에는 가족이 중심에 있어서 도움도 받고 내가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가르치고 싶었다. 그것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도리이기 때문이다.

 

5.  요즘 아들들과 함께 본 영화들

 

큰아들이 서대전 역에 도착하면  만나서 서대전 네 거리에 있는 백화점 7층의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집으로 온다. 영화 정보는  나보다 아들이 잘 아니까 "베스트셀러'를 먼저 봤다. 재미있으나 살인이 많아서 기분이 좀 우울해졌다. 둘이 의견이 같아서 따뜻한 영화 '친정엄마"를 다시 한 편 더 봤다.

 

 

* 큰아들은 엄정화의 노래와 연기 모두 좋아 한다. 그녀의 성실함과 작품 선택의 탁월함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좋아하고 있다. 인사동 스캔들'은 서울서 한 번보고 대전에 와서 나와 한 번 더 봤다.

 

* 친정엄마를 보면서 나는 나의 친정 엄마를 생각하고 울었고 , 큰 아들은 나의 고생을 생각하고 눈가의 물기를 닦었다.큰애는  마음이 여린 것은 아빠를 닮았고  지고는 못 사는 근성은 나를 닮았다.가끔 예민하고 신경질 적인 나를 꼭 닮아서 서로 기가막힌 적이 몇 번 있다. 그러나  잘못했으면 바로 사과를 하는 것도 나를 닮았다. 보고 배운대로 하는 것을 가끔 느끼고  놀랄 때가 많다.

 
 
 
 

조인성이 나오는 영화라서 막내 아들과 함께 영화관에 갔다.에고!  누드신이 그렇게 적나라 한 줄 모르고 갔다. 우짜겠는가? 그냥 작품으로 영화를 감상했다.둘이 아무 일 없던 듯이 영화 이야기를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막내가 친구들에게 엄마와 '쌍화점'을 봤다고 하니 모두 "미친놈'이라고 했단다. 미친놈일 것 까지야 있겠는가?

 

 

 

막내는 사람을 좋아하고 놀기 좋아 하고 마음도 상당히 넓다. 마음은 약하고 소심해서 남에게 바른말을 잘 못한다.그러니 주변에 사람들이 많다. 공부를 열심히 안했으나 인간 관계라도 좋으니 다행이다. 방송도 개그 프로를 주로 보고 컴퓨터 오락을 하나 책을 잘 안 읽어서 걱정이다. 막내와 "과속스켄들","복면달호'를 봤다.

 

6. 서로 권유해 준 영화

 

아들들이 모두 서울로 발령이 난 후 나는 혼자 영화관에 간다. 너무 오래 된 습관이라서 아무렇지도 않다.사실 영화는 혼자 봐야 온전히 몰두가 되고 좋다.

내가 본 영화를 아들과 전화 통화 중에 권유한다. "여배우들"이 그렇다.   나는 이재용 감독의 정사, 스캔들을 좋게 봐서 혼자 봤다.  너무 사실적인 내용이 좋았다. 큰 아들에게 권해서 서울에서 보게 했다. 전화로  영화 이야기를 하며 이런 저런 수다도 한참 떠든다.

 

 

 

큰아들과  막내가 심야 영화를 보고 전화를 했다 .

" 엄마! 이끼 재미있어. 꼭 보세요. 배우들의 연기가 기가 막혀 ...꼭 봐요"

큰 아들은 인터넷 만화로 다 봤는데 영화를 보니 또 재미있다고 했다.

 

 우리집  아이들은 회사에서 좋은 일이 있으면 집에 전화를 해서 알려준다.궂은 일은 다 해결된 후 나중에 말해 준다.우리는 떨어져 있어도 서로의 마음 속에 늘 들어 있다. 요즘은  한 달에 한 번도 못 만난다. 막내는 유통쪽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주말에 쉬기가 어렵다.아이들에게  영화 하나 보게 했는데  그로 인해서 우리는 늘 수 많은 대화를 하게 된다.

 

 

** 저는 두 아들을 30년 넘게 키우며 여러 가지 시행착오도 있었습니다.두 아이를 영화광으로 만든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감상은 가장 적은 돈으로 큰 재미를 얻을 수 있고 스트레스도 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내 자식이지만 인격적으로, 대화로 키우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가장 큰 성공은 양성평등이 습관적으로 몸에 배게 한 것입니다. 요즘 아들의 멘토가 대부분 여자입니다. 시대의 변화를 절실히 느끼게 합니다.

엄마와 대화로 자란 아이들이 나중에 결혼을 하면 아내와도 그렇게 살 겁니다. 우리 아이들은 마마보이는 아닙니다. ^^ 결혼하면 자기 아내에게 잘 하겠지요. 저는 남편과 잘 살면 되구요.

아들만 있는 엄마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