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좋지 않아서 우리 반이 교장실 옆에 있게 된 것 부터가 문제였다.
ㄷ 자 모양으로 교실들이 있었다.
교무실은 1층 중간에 있기 때문에 담임이 학급에 자주 갈 수가 없었다.
중학교 1학년 남자 아이들은 아이도 아니고 소년도 아닌 괴상한 족속들이다.쉬는 시간에 가 보면 교단 앞에서 막대기로 교단을 정신놓고 두두리는 아이가 없나 , 둘이서 레스링을 하면 친구들은 박수를 치며 응원을 하고있다.
복도까지 나와서 뛰지를 않나. 괴성을 지르는 아이가 없나 제 각각들이다.
* 사진 출처: 영화 몽정기
나이가 많으신 교장선생님은 교무회의 때마다 1학년 5반을 말했다.
1학년 5반은 내가 담임인 반이다.
전교에서 제일 시끄러운 반,성적도 꼴찌이고 등록금 납부도 꼴찌였다.
개인적으로 쉬는 시간에는 떠들어도 괜찮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우리 반 애들이 수업시간에 산만한 것은 아닌데 교장이 이해 부족이라고생각했다.
등록금도 그렇다.
집에 돈이 없는 데 어떻게 가져온단 말인가?
그러지 않아도 미안하고 주눅이 들었을 아이를 불러서 언제까지 가져오라고 한들 그 때 갑자기 돈이 생기겠느냐 말이다.
나는 종례시간에 지나가는 말처럼 등록금 가지고 오라고 했다.
그 당시 사립중학교는 주당 34시간의 중노동을 하게 했다.
조회 종례는 물론 별도였다.
수업이 끝나고 화장실 갔다 오면 또 수업에 들어 가야만 했다.
멀리 떨어져 있던 우리 반까지 갈 수가 없었다.
반장에게 잘 통솔하라고 말했다.
반장인 학생은 초등학교에서 6년간 반장을 했던 총명한 학생이었다.
나는 학생을 때리지 않는 선생이었다.그래서인지 아이들이 무척 떠드는 반으로 소문이났다. 반장이 찾아 와서 반장을 그만 두겠다고 했다.
"왜 그만 두려고 하는데?'
" 그냥 공부만 하고 싶어요. 초등학교 때많이 해서 이제는 그만하고 싶어요"
" 며칠 더 생각하고 결정을 하자 . 한번 남이 반장을 하는 것도 보는 것도 공부일 수가 있다"
반장을 위해서도 그것이 좋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어느날 학부형이 찾아왔다.
그곳은 공단지역으로 안양천이 범람해서 수재민도 많고 어려운 형편의 학생들이 많았다. 중학교에 학부형이 오는 일은 이상한 일이었다.
바로 전 날에 우리 반 학생 둘이 교실에서 싸워서 학교 자매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은 일이있었다. 상처는 크지 않아서 때린 학생이 치료비를 물어주라고 하고 마무리 한 일이 있었다.
진국(가명)이 어머니가 치료비를 가지고 찾아 온것이다.
" 우리 진국이가 아침도 제대로 먹지 않고 학교에 갔어요. 밤새 얼마나 걱정을 했겠어요. 이불 밑에다 편지를 두고 학교에 갔어요. 엄마 고생하시는데 미안하다고 ..그래서 알게 됐습니다."
진국이는 키가 커서 맨 뒤에 앉는 학생인데 보통 때는 조용해서 눈에 잘 띄지 않는 학생이었다.
"진국이는 평소에 수업 태도도 좋고 반듯한 아이입니다. 친구끼리 장난 하다 싸움이 되서 좀 다쳤어요. 크게 걱정하지 마세요"
' 우리 진국이가 선생님이 좋다고 늘 말해요. 등록금도 형부터 주라고 했어요. 우리 담임 선생님은 좋은 분이니까 늦게 내도 된다고 말했어요"
나는 속으로 그건 아닌데 ..생각했다.
학생들들을 매일 불러서 등록금 가지고 오라고 하는것은 너무 잔인하게 보였다.
돈이 생기면 가져오겠지 생각해서 재촉을 안했을 뿐이다.,
진국이 어머니는 자리에서 일어 서면서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주머니에서 뭘 꺼냈다. 1,000원짜리 두 장이었다.
"선생님 아침에 오느라고 OOO(피로회복제)를 못 사왔어요. 이돈으로 사 잡수세요." 하며 내게 2,000원을 주는 것이다.
그 돈을 안받으면 돈이 적어서 안받는다고 무안해 할 것같았다.
나는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했다.그리고 받았다.
그 후부터 진국이 자주 눈에 들어 왔다. 성실하고 착했다.
반장을 시키면 잘 할 것같았다.
마침 반장이 다시 찾아 와서 반장을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
집에서 부모님도 허락을 했다고 했다.
교무 과장님께 문의 했더니 1학년 반장은 성적순으로 임명한 것이니 담임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나는 학생들에게 반장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손을 들라고 했다. 아무도 없었다. 그러면 내가 임명해도 좋으냐고 했다.
그래서 진국이는 반장이 됐다.그리고 무난히 반장의 일을 잘하고 있었다.
그런데 처음에 반장이었던 근원(가명)이 어머니가 학교에 와서 바로 교무과장과상담을 하는 일이 생겼다.
수업을 마치고 가자 교무과장이 근원이 어머니를 내게 소개를 해서 인사를했다.
근원이 어머니는 좀 당황을 하는 표정이더니 황급히 돌아 갔다.
교무과장이 나를 불렀다.
"김 선생! 촌지를 받고 반장을 시켰다면서 ?"
"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
" 근원이 엄마가 방금 와서 반장 바꾸기 며칠 전에 진국이 엄마가 다녀갔다고 하던데"
" 아이구,참. 과장님 그것은 친구와 싸우다 다쳐서 치료비 주려고 오신겁니다. "
" 그래도 근원이 엄마가 다녀 간 후에 반장이 바뀌니까 오해를 하게도 됐네."
" 아 ! 피로 회복제 사먹으라고 2,000원을 주셔서 받았습니다. 도저히 안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머니 얼굴에 진실이 있었어요"
교무 과장은 아무 말도 안했다.
" 과장님 ! 그럼 근원이가 초등학교때 6년이나 반장을 했다는데 그 때마다 촌지를주고 했나요? 저는 근원이가 늘 반장을 했기 때문에 남이 하는 것을 보는 것이 공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일을 겪고 무난히 학년을 마쳤다.
학기말에 나는 학급 학생들에게 담임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무기명으로 써서 내라고 했다.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64명의 학생 중에 40명이 " 체벌을 해주기를 바랬다"
" 선생님 때려 주세요" " 저희 들은 잘못하면 맞고 자라서 안 때리니까 우리 반이 시끄럽고 꼴찌를 하는것 같아요" "선생님이 좋아요"
그런 내용들이 많았다. 나는 그 후 적당한 체벌을 하게 됐다.
2학년이 되고 다시 근원이는 반장이 됐다. 자모회의에 왔던 길에 나와 우연히 마주친 근원이 어머니는 당황을 하면서 인사를 했다
" 우리 근원이가 선생님이 좋은 분이라고 말했어요"
나는 그말이 진심이라고 믿지 않았다.
자기 자식 말만 믿고 교사를 평가 하는 것도 옳지 않지만 꼭 이기기만 하는게 좋지가 않다. 사람이 평생을 살면서 어떻게 성공만 할 수가 있겠는가!
실패도 좋은 교육임을 부모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입장 바꿔서 생각 할 줄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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