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일상

재취업, 인생의 또 다른 길로 걸어갔다.

모과 2006. 12. 22. 20:20

  나이가 많아서 안된다는 것을 협력업체(내가 취직 될 회사) 사장님이 대형마트의 주임에게 사정하여 겨우 취업이되었다.

 

지금까지의 생활은 머리와 입으로 돈을 벌었는데 앞으로는 몸과 손 발로 돈을 벌게 되었다.

아들 아이들이 방학때마다  아르바이트를했고  막내는 학교를 포기하고 취업을 하려 했던 곳이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일했고 쉬던 장소가 궁금했고, 막내는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목표가 백화점이나 대형할인마트이므로 나에게  기회가 왔을 때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서 취업을 하였다.

 

내가 일하는 곳은 대형마트의 식품부의 "조리 제안'이라고 부르는 부서로서 즉석에서 음식을 만들어 파는 분식점 같은 곳이다.메뉴는 팥죽, 호박죽, 전복죽,...모듬튀김류..새우,고구마,야채,,버섯,오징어,고추전등이고,...쌀국수와 우동, 떡복기, 핫도그.누드 소세지,잡채....

 

그러나중요한 것은 음식에 관심은 있으나 신속하게 잘하지 못한다.

나이는 제일 많고.....

 

그래서 나보다 약 10살정도 적은 팀장님께

 

"군대에서 나이 따집니까? 제가 제일 졸병이니 무엇이든지 시키십시요."하고

"충성"ㅎㅎㅎ 경례하였지요.

 

모두 웃음보가 터졌다.

 

내 스스로 즐겁게 일하려면 그 들과 같은 분위기와 흐름에 동참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새벽 6시에 집을 나서서 1시간 30분만에 일터에 도착 조리사 복을 입고 직원 출입구를 통해서 들어 갈때 기분이 매우 좋다.

 

내가 하루 종일 하는 일은 보조라고 할까?

 

일을 배워야하므로 전 부치고, 양파 까고, 팀장님이 만들어 놓은 죽을 일회용컵에 넣고 기계로 포장을 하고, 국수 다시 국물에 물이 부족하면 퍼 넣고, .........설걷이도하고 아무튼 점심때까지 화장실 갈 때 빼고는 쉬지를 못하게 바쁘다.

 

책을 팔 때는 역시 하루 종일 서 있었지만 입으로 계속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 하였는데 말없이 육체적인 노동을 하는 즐거움도 매우 좋다.

 

새로운 경험이며 ,일을 배우면서 급여도 받으니 일거 양득이다.

 

한 소쿠리의 고추의 배를 가르고 그 속에 양념된 속을 넣으며 한참을 하다보니 지루하여 생각한 것이 바로 이 것이다.

 

"이 고추를 사 먹는 사람에게 복을 주십시요"하고 속으로 한 번 씩 말하는 것이었다.ㅎㅎ

 

시키는 일도 하고 시키지 않는 일도 찾아서 하고..그러다보니 어느새 오후4시. 퇴근시간이다.

 

3개월을 배우면 같은 메뉴이니 잘 하겠지.

 

구정때는 내가 만든 튀김을 시댁에 가지고 가야겠다.

 

점심식사 시간에는 줄을 서서 배식을 받는 것도 즐겁고, 사람들이 외모와 마음이 비슷한 것이 신기하고...

얼굴이 이그러져있는 사람은 말씨도 뒤퉁거리고 삐뚜로 말하는 것을 보았다.

 

이 일을 시작한 세가지 이유는

 

1. 급여때문이다.

  돈을 벌어야하므로...아직 막내가 졸업을 안했으니 힘을 보테야지.

 

 2. 일하는 사람들이 천여명이 넘는 마트의 활기가 나는 좋다.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보기 좋다. 특히 젊은 새댁들의 아름다움이 좋다.

 

 3. 막내가 졸업후에 취업하고 싶은 기업에 대해서 잘 알고 싶었다.마트 후방은 생각보다 썰렁했고 직원들의 휴식 공간도 좁았다. 고객을 위하여 모든 편의 시설이 잘 되어 있다고 보여진다.

 

세상의 모든 물건이나 생각이나 노동이나 모두 팔기 위해서 존재한다. 나를 어렵게 선택해 주고 믿어 준 사장님과 회사에 충성 된 마음으로 일 할 것을 다짐하였다. 나는 마트의 직원이 아니고 협력업체인 식품업체의 직원이 되었다.

 

이 나이에 새로운 일을 경험 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에 감사하고 내가 벌어서 큰애가 동생에게 보내 던 돈을 저축하게 할 수 있음이 행복하다.

 

  오늘   우리 막내가 나의 "미니 홈피"에 남긴 말이 뭉클하다.

 

"엄마! 일하시느라고 고생 되지요. 미안해요."

 

무엇이 미안하다는 것일까?

 

지용아!

네가 학교를 졸업 할 때  원하던 마트나 백화점에 취업이 되어서 함께 웃자꾸나.

 

엄마는 새로운 세계가 재미있고 행복하다.

 

육체적으로 힘이 들지만 잠을 달게 자서 좋다.

 

인생은 긍정적인 눈으로 보면 도처에 행복이 보물찾기처럼 숨어 있단다.

 

네가 일년간을 일하던 일터에서 엄마는 하루에도 몇 번 씩 너를 떠 올린다.

 

"이 곳에서 지용이도 점심을 먹었겠구나"

 

"이곳에서 지용이가 쉬고 커피를 마셨겠구나"

 

우리 지용이도 다리가 무척 아팠겠구나.

 

 

그래서 엄마는 네가 일년간 엄마에게 준 급여의 귀함을 알고 있다.

 

엄마는 하루에 8시간을 일하고 받는 급여에 만족하고 마음이 편하다.

 

우리 대형 할인마트 회사 점장님의 슬로건은

 

Smiles can change the world.

(미소는 세계를 바꿀 수 있다)

 

웃으면서 살자.

 

화이팅!

 

몸은 55세 마음은 25세인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