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일상

건드리면 안되는 남편만의 시간

모과 2018. 9. 12. 19:10


우리는 41년차 부부이다. 남편은 때론 오라버니 같고, 친구같기도 한 사이이다.

오래동안 철 없는 아들 같았던 시기도 있었다. 둘이 대동단결하는 것은 자식문제이고 기쁜 일도 자식과 손주들 덕분이다.


오랜 결혼 생활에 터득한 것이 있다.

부부라도 각자 고유영역이 있고 서로 지켜줘야 하는 것들을 안 것이다....


우선 남편을 그대로 둬야 하는 시간이다.


*1시간 30분의 저녁식사 시간


젊어서는 1시간이었는데 부분틀니 하고 부터 더 길어졌다.

 작은 커피잔으로 막걸리 딱 두잔 마시며 '세월아 네월아' 하며 천천히 먹는다.
뉴스를 보며. 난 일부러 하라고 해도 못한다.


유일하게 마음 편한 시간이라나?
(난 옆에서 같이 뉴스를 보거나 페이스북을 본다)


* 주말이면 하루종일 컴퓨터 장기두는 시간


아침에 눈 뜨자마자 시작해 식사 시간만 쉬고 잘 때까지 계속한다.

시아버지와 아주버니들도 다 그렇다. 보고 자라서 그렇고 아마도 유전 같다.
(난 그시간에 드라마를 몰아서 본다. 공부하는 것과 연관이 있다. 구성과 캐릭터 연구 차원)


* 가끔 주말에 시골집에 가는 시간


 올해는 더워서 거의 안갔지만 작년까지 주말마다 들어갔다.

자기가 태어난 방에서 자고 채소를 돌보다온다 .

위 3가지만 지켜주면 살림 못하고 책이나 보고 있는 마누라에게 불만이 없다.

뭐든지 '당신 마음대로 해~' 그런다.


아 ! 또 하나 남편이 절대로 양보 안하는 것이 있다.
음식이다.
순대국, 추어탕, 해물탕, 감자탕, 삽겹살, 생선 ,모든 면 종류를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파스타, 돈까스, 함박스테이크, 각종 새로 나온 음식들은 단 한번도 먹고 싶지 않다고 한다.
어쩌랴?
편식 안하는 내가 봐주고 산다.


어제 늦게 퇴근 한다기에 고봉민 김밥집에서 오무라이스 하나 사먹었다.

늦게 퇴근한 남편이 물었다.


 "당신은?"
 "고봉민 김밥에서 오무라이스 하나 사먹었어. 맛도 없더라"
 "그래 잘했어. 김밥천국에서 사먹지"


하하. 농촌과 도시가 공존하는 우리 동네에는 오무라이스 하는 집이 두 곳 뿐이다.

매일 반복 되는 일상이다.


*자기 집에서 밥도 편하게 먹지 못하면 되겠는가?


남편이 나를 봐 주는 것과 비슷하니 그냥 산다.
평화롭게 ~

 

어쩌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