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60년을 살아오면서 크게 부자로 살아 본 적이 없다.
늘 돈이 조금씩 부족한 생활을 한 편이다. 아니 40대는 돈 때문에 머리가 쥐가 날 정도로 고통을 받은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돈을 절대가치로 생각 한 적이 없다.
두 아들을 키우면서도 성실과 겸손 , 남을 인정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싶었다. 우리 집은 늘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아들들은 가난하다고 느끼지 않고 살게 해 준 엄마에게 고맙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자기가 가진 것에 대한 감사함을 늘 기억하도록 대화를 하며 살아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영화 '돈의 맛'은 제사를 하루 앞 둔 어제 시집의 큰 동서 형님(68세)과 시누이 형님(65세)과 함께 봤다.
영화를 통해서 돈에 대한 다른 세계를 보고 영화관을 나오면서 기분이 아주 더러웠다. 인간 쓰레기들을 몰아서 보고 나온 느낌이었다.
1. 모멸감을 느끼며 평생을 살아온 재벌집의 사위
백윤식은 재벌가의 사위로 평생을 살아온 윤회장역을 열연했다.
영화가 개봉한 지 얼마되지 않아서 내용은 다른 예로 비교해서 쓰고 싶다.
나는 어느 기사에서 읽었던 바에 의하면 일반인이 재벌가의 사위가 되면 정신병에 걸리거나 자살을 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다른 사위들에게는 돈을 보고 온 놈이라고 왕따를 당하고 , 자기 본가와의 문화의 차이로 생활이 행복하지가 않다고 했다.
윤회장의 대사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마치 자살한 여배우 OOO 사건을 암시하는 듯한 내용이었고 자기도 몇 번 그 모임에 갔던 것을 반성한다고 했다.
" 그 아이는 그 짓이 죽기보다 싫다는 것이잖아 "
집안의 하녀를 마치 일회용 물 티슈 같이 생각하고 이용하는 모습이 내겐 참 낯설었다. 돈을 물쓰듯이 쓰지만 허허로운 마음은 채워지지 않는 동굴같이 느끼는 것 같았다. 그들은 인간이 동물보다 못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동물들은 종족보존을 위해서만 교미를 하기 때문이다.
2. 돈 앞에서 허물어져 가는 스펙이 완벽한 비서실장을 혼란하게 하는 것
주영작역의 김강우는 나의 큰아들과 나이가 같다. 나는 김강우에 감정이입이 돼서 영화를 보고 있었다. 그가 당하는 것이 마치 내 아들이 당하는 것 같이 수치스럽고 앞이 깜깜해지기도 했다.
영화 팬에 대한 서비스로 그는 초코릿 복근을 여러번 보여준다. 그 몸을 만드느라고 고생께나 했겠다.
유방을 들어내고 배드신과 혼음을 연기하는 무명의 외국인 여자 연기자들의 모습은 전혀 섹시하게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추한 살 덩어리로 보일 뿐이었다.
김강우는 재벌가의 비서로서 돈을 산더미 같이 싸놓고 사는 재벌가의 돈의 힘 앞에 놀라며, 점점 돈이 절대 권력임을 보게 된다.
돈을 흥청망청 쓰는 그들에게 정작 결여된 것은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소소한 평화와 기쁨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백씨 가문의 돈은 칼과 총보다 무서운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김강우의 놀람, 분노, 두려움 , 결심, 무엇보다 모욕감이 그대로 내게 전달 돼 왔다.
'돈의 맛'은 그들이 수족처럼 부리는 하녀들보다 주인들이 더 쓰레기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보여 준다.
3. 돈으로 못할 것이 없는 여자가 돈으로도 할 수 없는 것
백금옥 여사역의 윤여정은 연기를 잘 해서 임상수 감독이 좋아하는 여배우라고 생각한다.
우리 나이로 66세인 그녀의 몸은 마른 나무가지 같이 앙상하고 메말랐다. 남편에게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사랑을 못받는 그 녀는 돈의 위력을 가지고 젊은 비서들을 강간한다.
윤회장과 다를 바가 전혀 없다 . 오히려 그녀가 더 악랄하고 나뻤다.
감독은 윤여정과 김강우의 섹스신을 상징적으로 묘사를 했다.
몸에 지렁이가 기어가는 듯한 표정의 김강우의 연기가 압권이다. 나는 마치 내 아들이 강간을 당하는 것 같은 불쾌감이 들어서 혀를 찼다.
돈이면 못할 것이 없다는 아주 쎈 여자가 백금옥이다. 그녀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고 아무에게도 사랑을 받지 못하는 불행한 여자이다.
실제로 호스트바에서 걸린 유한 마담과 과부들 중에는 60이 넘은 여사장이 있는 것을 나는 신문기사에서 본 적이 있다. 먹고 할 짓이 그 짓 밖에 없나? 잠시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4. 돈 때문에 고립되고 가정 파괴를 하는 자녀들
이혼한 백금옥의 딸 나미는 결혼생활 중에 10번의 섹스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여자,명품으로 치장을 하고 온갖 교양을 다 떨어도 세상여자 대부분이 남편에게 받는 육체적,정신적 사랑을 전혀 못받고 아이들도 떼 놓고 살아 간다.
임상수 감독의 '하녀'의 어린 딸이 커서 그렇게 됐다고 한다. 돈만 풍족하고 가족애도 사랑하는 법도 사랑받는 법도 못 배운 여자이다. 젊은 몸이 요구하는 대로 젊은 남자와 섹스를 늘 그리워하며 산다. 완전히 미친 년인데 교양있게 행동한다.
유지태와 오랜 사랑을 하고 예쁘게 결혼한 김효진은 노출의 수위조절을 할 줄 알아서 기특했다. 새색시가 당연히 그래야 한다. 그 녀는 참 독특한 분위기의 매력적인 여배우라서 영화 속에서 존재 하는 것만으로도 멋진 화보가 되고 있다.
나미가 엄마와 섹스를 한 남자를 끝까지 따라가서 결국 섹스를 하는 것을 보고 그 어머니의 딸이라고 생각했다. 보고 배운 것이 그 것인데 어쩌겠는가? 교양있는 척은 혼자하고 결국은 막장으로 간고 만다.
5. 다 갖고 태어난 사람이 절대로 누릴 수 없는 일
윤 철역의 온주완은 버르장 머리 없고 재수 없는 아들 역을 잘 했다. 돈 앞에서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없이
나오는 대로 떠들고 돈의 위력으로 바람도 펴서 이혼하고 아이들을 맡고는 돌보지도 않는 무책임한 아빠이다.
태어날 때부터 다 갖고 살아 가는 사람들의 삶은 어때야 하는가? 마치 돈으로는 못할 것이 없다는 듯이 폭력을 휘둘러도 결국 가장 소중한 것은 모르고 살아 가는 인간 쓰레기들이다.
영화는 물론 가상이겠지만 현실에서 전혀 없는 내용을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백금옥의 아버지인 노회장의 모습에서 죽음을 앞 둔 추한 노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봐야 100년을 못사는 인생 ,돈을 가지고 장난 치는 인생을 살다가 얻는 게 무엇이가 생각하게 하는 영화이다.
남 보다 많이 가진 것이 돈이나 지식이나 외모나 무엇이든지 함께 누리지 않으면 모두 파멸로 가게 된다.
자기가 가진 것을 힘으로 사용할 때 부작용은 엄청난 불행을 초래한다는 것을 감독은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나는 임상수감독의 영화 는 '처녀들의 저녁식사', ' 바람난 가족' '하녀'를 봤다.
영화 '돈의 맛'은 상류사회의 은밀한 치부를 파헤친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고 나면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족들과 소소한 일상들이 돈보다 더 빛나는 행복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물론 돈도 살아가기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돈이면 다 된다거나 돈이 최고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다.그런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보고 당신의 인생관에서 무엇을 수정해야 하는지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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