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건축학개론은 휴가 중인 큰아들과 함께 봤다.
총각이라고 직장에서 4월에 보름 동안 휴가를 받은 큰아들이 서울역으로 마중을 나왔다. 서울역에서 남대문시장을 거쳐서 명동까지 걸어가면서 아들에게 태국으로 여행 갔던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 번에는 엄마와 함께 대만으로 여행을 같이 가고 싶다고 말해줘서 흐뭇했다.
엄마를 위해서 하루 보내기로 한 아들 아이는 명동교자에서 칼국수를 사주었다. 같이 건축학개론을 보기로 합의를 하고 명동 CGV에서 표를 샀다. 나는 극장이 있는 건물 앞에 있는 커피빈에서 영화 상영 시간까지 큰아들과 커피를 같이 마시며 수 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신기하게 생각했다.
1. "첫사랑은 쌍년이다"는 명대사가 압권인 영화
사실 영화의 내용은 별로 색다른 것이 없다. 한가인이 출연한 '말죽거리 잔혹사'가 고교시절의 첫사랑이라면 건축학개론은 대학입시 때문에 연애도 참고 있던 신입생의 첫사랑 이야기다.
두 영화의 공통점은 순수한 남학생 권상우와 엄태웅이 나오고 여성편력이 많은 까진 남자 이정진과 유연석이 나오고 있다. 여주인공들은 모두 연애를 가벼운 놀이 정도로 생각하는 까진 남자에게 가는게 영화의 정석이다.
승민 (엄태웅)이 마음에만 두고 사랑 고백도 못하고 놓쳤던 첫사랑이 15년 후에 찾아 온다.
나는 우리 나이로 35세인 큰아들의 심정이 돼서 엄태웅(승민역)에 감정이입이 돼서 영화를 봤다.
나는 늘 남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이 돼서 영화를 보곤 했던 것 을 이날 깨달았다. 아들만 둘만 있어서 그렇게 된 것 같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는 여자는 첫사랑을 찾아가지 않는다. 남자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서연(한가인)은 세속적으로 돈 때문에 의사와 결혼했다가 이혼하고 받은 위자료로 고향 제주도에 집을 짓기로 한다. 깊은 병 중에 있는 편부를 모시기 위해서이다.
나는 엄태웅은 첫사랑을 까맣게 입고 새로운 사랑과 결혼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뜬금없이 나타나서 간을 보는 한가인이 참 얄미웠다. 이혼녀답게 적당히 뻔뻔하고 약간 비굴하기도 했다.
그래서 엄태웅은 결혼할 여자(고준희)에게 첫사랑을 쌍년이라고 말해준 것 같다. 내가 영화를 본 후 느낌도 완전 쌍년이라고 생각했다. ^^
2. 어리버리한 강북의 가난한 집의 공부 잘 하는 남학생의 수줍은 첫사랑.
건축학개론은 제주도에서 서울로 유학을 온 여학생과 정능의 낡은 한옥집에 살며 순대국집을 하는 편모슬하의 남학생의 4월의 연초록같은 첫사랑 이야기를 영화 요소요소에 끼워 놓은 화사한 영화이다.
우연히 건축학 개론을 같이 듣게 된 강북이라는 마이너리그 출신의 승민과 제주도 출신의 서현의 동류 의식이 그들을 가깝게 하고 있다. 신분 상승을 위해서 서울로 유학을 온 그 녀가 선택한 남자는 강남의 바람둥이 날라리 동아리 선배였다. 서연은 마음으로는 승민을 좋아하고 있으면서 배경이 좋은 강남에 사는 선배의 휴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큰아들은 재수를 해서 98학번 영문학과에 입학해서 경영학을 다 전공했다. 영문학과라서 외고출신들이 많았다. 당시 큰아들의 말에 의하면 강남학생, 강북학생, 그리고 시골 학생으로 분류됐다고 했다.
나는 삐삐 마지막 세대인 큰아들과 영화를 보면서 15년 전 특차 장학생으로 합격해서 둘이 부둥켜 안고 기뻐했던 것을 생각했다. 언젠가 큰아들은 일생에서 가장 불안하고 겁이 났던 때가 대학교 1학년 때였다고 했었다. 처음으로 모든 일을 다 해결해야 하는 데 대한 불안함 때문이었다고 했다. 서울로 유학을 온 모든 지방 학생들이 다 그럴 것이다.
군대는 조직사회이기 때문에 다함께 하니까 시키는대로 하면 돼서 그리 걱정을 하지 않고 갔다고 하기도 했다.
I M F로 사업실패 한 가정환경에 재수를 해서 서울로 진학을 했던 큰아들은 꼭 장학금을 받아야겠다는 강박 관렴 때문에 연애를 안 했다. 부산의 변두리 학교에서 단 한 명 그 대학교에 진학을 해서 친구도 없이 대학생활을 시작했었다.
큰아들은 강남에 사는 남학생들이 유독 많은 대학교의 여학생들이 많은 영문과에서 외로운 대학생활을 한 편이다. 넉넉하지 못한 집 안의 지방에서 온 유학생이고, 연애보다는 졸업 전에 꼭 취업을 해야하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 동기 남학생들 중에는 영화에서 나오는 강남 선배 학생같은 친구가 많았다고 했다.
건축학개론의 승민보다 더 어리숙하고 순진했던 큰아들은 여학생들의 호기심이 대상이 됐다. 연애보다도 더 큰 목적을 위해서 공부에 올인해야 했던 큰아들에게 눈이 높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었다고 했다.
그 때 큰아들이 얼마나 순진했으면 삐삐를 사고 나서 전화로 엄마에게 비밀번호는 무엇으로 하느냐고 물어왔었다.
승민(이재훈) 은 아마도 강북의 남고 출신이었을 것 같다. 공부하느라고 여자라고는 모르고 살다가 대학에 입학을 해서 음대생 서연을 보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승민과 서연은 서로에게 모든 경험이 처음이었다. 데이트도 첫 키스도 그렇다. 첫 경험 때문에 첫사랑이 오래 기억될 것이다. 그것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호기심과 아쉬움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서연(수지)는 참 풋풋하고 맑은 여대생으로 나온다.
영화를 보는 3,40대 남성들은 김동률의 '기억의 습작' 이 흐르는 영화의 화면을 보며 자기들의 대학생활을 추억했을 것이다. 마음에 둔 여학생을 기억하면서 ...... .
3. 이성 교재의 멘토는 대체적으로 또래 친구들이다.
납뜩이 역의 재수생 인 동네 친구 조정석은 영화의 감초 역할을 했다. 그는 승민의 연애 선생을 하며 코믹한 멘트로 관객을 폭소를 터트리게 한다.
29세의 이제훈이 순수하고 어리숙한 신입생 역을 너무 잘해서 감탄을 할 지경이었다. 친구에게 계속 구박을 받으며 연애 코치를 받고 있는 모습을 보며 나는 혼자 빙그레 웃곤 했다. 사실 성교육은 대부분 독학이거나 친구들에게 배우지 않는가? 영화는 그 부분을 잘 묘사해서 관객들에게 공감을 자주 하게 했다.
승민에게 "그년은 쌍년이니까 잊어라" 한 것도 친구 납뜩이다. 관객들의 폭소는 공감의 웃음이라고 생각하게 했다.
4. 첫사랑은 만나는 게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영화
이혼녀가 되서 15년만에 찾아 온 첫사랑 한가인은 승민에게 진상을 떨곤 했다. 이혼을 원하는 남편에게 안해주고 버텨야 위자료를 더 받고 그래야 고향 제주도에 집을 다시 지을 수가 있다고 했다.
승민에게 첫사랑은 연민으로 다가왔다. 승민 또한 부잣집 딸과 결혼을 한 후 유학을 가려는 시점이었다.
대책없이 다가오는 한가인에게 자기가 예전에 약속했던 집을 지어주고 싶어했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봤다.
감독은 대한민국 3,40대 남성들의 고단한 생활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위로의 메세지를 보내고 싶었다고 생각한다. 당신들의 환경을 함께 사랑하지 못하고 돈을 보고 떠난 첫사랑도 잘 살지 못하고 옛사랑을 잊지 못하고 찾아온다는 상상을 하게 해 준다.
영화의 전반에 흐르는 김동률의 '기억의 습작'은 3,40대 관객들의 대학 생활을 추억하게 했다.
나는 큰아들과 영화를 보고 나오며 대한민국 3,40대의 대부분이 결혼은 해도 되고 안해도 된다는 풍조가 흐르는 시대의 아픔을 생각했다.
우리 시대에는 사랑만 하면 결혼을 했었다. 지금 시대는 사랑을 해도 조건이 좋지 않은 사람과는 결혼을 하지 않는 조류이다.
영화를 보고 남은 것은 수지가 참 맑고 아름답다는 것이다.
한가인의 우월한 미모도 20대 청순 앞에는 좀 시들하게 보인다는 점이다.
그리고 첫사랑은 그냥 첫번 째 교재한 여자일 뿐이고 첫번 째라서 보다 강하게 기억에 각인 됐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누적 관객수가 400만명이 넘은 건축학개론을 빨리 영화관에 가서 보시길 원유하고 싶다. 결코 후회는 안 할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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